‘뒷광고’ 논란을 계기로 디지털 미디어 업계가 자정에 나섰지만 여전히 광고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주요 MCN업체 광고 제안서 및 단가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뒷광고’ 논란이 불거지지 않은 유튜버들도 1000만원대 광고비를 받고 만든 콘텐츠에 광고 고지를 하지 않고 있었다. 키즈, 게임, 여행, 전자제품, 일상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 

100만명대 구독자를 확보한 A유튜버는 삼성 모니터 리뷰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직접 구입한 제품이라고 자막, 음성 등으로 여러차례 언급했고 아무런 광고 고지가 없었지만 광고주 대상 제안서 상에는 삼성전자 브랜디드 사례로 나온다. A 채널이 제안서에 명시한 채널 광고 단가는 1500만원이다. LG전자가 주최한 챌린지 영상을 리뷰하는 영상을 올린 구독자 100만명대 B유튜버의 콘텐츠도 광고 표기를 하지 않았다. 이 채널의 광고 단가는 3000만원대다.

▲ 뒷광고는 돈을 받고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콘텐츠를 말한다. ⓒgettyImages
▲ 뒷광고는 돈을 받고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콘텐츠를 말한다. ⓒgettyImages

메인채널 구독자만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 C유튜버는 서울의 명소를 둘러보는 국내 여행 영상을 올렸다. 한국관광공사가 돈을 주고 만든 광고인데 영상에는 광고 표시가 없고 설명글에서 ‘더 보기’를 눌러야만 광고 고지가 보였다. 이 유튜버의 광고 단가는 국내채널 900만원 해외채널 400만원이다. 이 유튜버는 연예 분야의 광고 영상에도 고지를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설명글 시작할 때 Imagine your Korea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해외 대상 관광공사의 공식 슬로건이다. 정부광고법 담당 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광고 고지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구독자 40만명대 뷰티 분야 D유튜버는 틴트를 종류별로 리뷰하는 영상을 올리며 ‘신상 리뷰’임을 강조했는데 실은 페리페라의 광고였다. 구독자 30만명대 한 유튜버는 놀이동산에서 상황극을 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삼성 에버랜드의 광고였다. 이 채널의 광고 단가는 800만원, 언박싱(제품 리뷰) 콘텐츠의 경우 300만원이다. 10만대 구독자의 한 게임 유튜버는 게임 토크 콘텐츠를 올렸는데 게임 업체의 광고였다. 이 유튜브 채널의 광고 단가는 1000만원 선이다.

광고 단가표를 보면 유튜브 채널 광고비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방송사에서 제작한 유명 웹예능 콘텐츠 채널의 경우 광고 단가가 1억원에 달했다. MCN업체인 ㄱ업체는 최고 단가가 제품 판매로 이어지는 커머스 라이선스, 초상권 활용 등을 포함하는 패키지 구성으로 최대 1억원에 달했다. ㄴ업체의 브랜디드 콘텐츠는 최고 단가 채널이 6000만원, PPL 최고 단가는 3000만원이었다. ㄷ업체는 최대 3000만원의 광고비가 책정돼 있었다.

▲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0대들. ⓒ연합뉴스
▲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0대들. ⓒ연합뉴스

반대로 광고 단가가 낮은 채널도 늘어나는 추세다. 업체별 광고 단가 최저액 채널을 살펴보면 ㄴ업체의 경우 300만원, ㄷ업체는 100만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ㄷ업체의 경우 1만~5만명대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들이 주로 100만~200만원 사이에 광고를 거래하고 있었다.

유튜브 광고 수주 과정에서 기존의 바이럴 마케팅과 연동해 광고 효과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카오1boon, 위키트리와 같은 언론사의 네이티브 애드, 보도자료 배포를 통한 기사 작성 등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MCN업계 관계자는 “구독자 수백만명대 채널이 많아지고 전반적인 조회수가 높아지면서 광고 단가가 전보다 올라갔다. 과거에는 기업이 톱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마케팅을 했는데 지난해부터 ‘나노 인플루언서’라고 해서 규모가 작은 크리에이터들에게도 광고가 많아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상이 넓어지면서 소통방식의 문제가 불거지거나 광고주를 검증하지 못하는 문제 등도 불거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뒷광고’ 논란 이후 광고 고지가 개선된 채널도 적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졌던 크리에이터가 소속된 MCN업체들의 광고 제안서에 나오는 내역과 실제 영상을 대조해본 결과 대부분이 ‘유료광고포함’ 메시지 또는 본문 상단에 광고임을 표기하고 있었다. 논란 이후 전수조사를 통해 ‘유료광고포함’ 메시지를 넣은 곳이 적지 않았다. 한 유튜버는 “최근 들어 여러 채널이 과거에 올린 영상에도 유료광고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보니 어떤 채널은 거의 모든 영상이 광고여서 놀라기도 했다”고 했다.

▲ 한 디지털 미디어 업체의 제안서 갈무리. 블로그, 커뮤니티, 언론 등 기존의 바이럴마케팅과 유튜브 광고가 결합했다.
▲ 한 디지털 미디어 업체의 제안서 갈무리. 블로그, 커뮤니티, 언론 등 기존의 바이럴마케팅과 유튜브 광고가 결합했다.

왜 유튜버들이 광고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걸까. 한 유튜버는 “광고주가 요구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뒷광고’를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첫 광고를 받으면 이제 광고를 받을 수준이 됐다며 이를 알리지만 이후 연속으로 광고를 올리게 되면 독자들이 외면하지 않을까 우려해 광고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구독자를 속인다”며 “유튜브에서 ‘유료광고포함’을 체크하면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에서 손해를 본다는 속설도 있다”고 했다.

‘뒷광고’ 논란에서 광고주가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광고주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광고주가 광고성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영상을 검수하고 제작 후에도 피드백을 주기에 ‘뒷광고’를 몰랐다고 보기는 힘들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광고임을 언급하는 사실을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MCN업계 관계자는 “광고 표기를 하지 말라고 하거나 티가 덜 나게 하라는 광고주의 암묵적인 요구가 있다”고 했다. 한 디지털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뒷광고’ 논란 이후 유료광고라는 사실을 고지하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피드백을 주는 광고주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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