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미디어 생태계를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지역 방송은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비단 코로나19 영향 때문이 아니라 지역 방송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계속돼 왔습니다. 미디어오늘은 학계와 시민단체, 지역방송 구성원들의 기고글을 통해 지역 방송의 정체성부터 다매체 환경에 놓인 지역 방송의 자구 노력, 나아가 정부의 지역방송 정책에 대한 방향을 묻고자 합니다.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잘못하고 있는 부분도 따끔하게 질타하는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지역 방송 존재가치를 묻는 독자들에게 조그마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당 릴레이 기고는 미디어오늘과 MBC계열사 전략지원단이 공동기획했습니다. - 편집자주

 

심심치 않게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뉴스들이 쏟아지곤 한다. 지역 방송도 디디고 살아가야 할 터전이 사라지고, 함께 호흡하고 교감해야 할 지역 시청자가 사라지게 될 걱정에 중요한 뉴스로 다뤄지곤 한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방송’ 자체의 소멸을 먼저 걱정해야 할 때가 된 듯하다. 지난 3년 동안 지역 MBC를 떠난 5년 차 이하의 직원들은 ‘15명’이다. 한창 일해야 할  기자와 PD, 기술, 사업 담당자들이 지역 MBC를 떠난 것이다.

지역방송 기자들이 서울의 지상파와 종편의 주요 인력 공급원으로 자리 잡은 것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집중된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꿈꾸는 것을 탓할 수도 없고,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최근에는 수평적(?) 이동이라 여겨졌던 KBS 지역국으로 이동하는 지역 MBC 기자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지역 MBC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평생 직장으로서의 매력이 반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꿈꾸던 직장에서, 탈출할 기회를 노리는 일터가 되면서 인력 수급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10년 차 이상인 차장급 기자가 여전히 사건 기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엔지니어와 PD는 가물에 콩 나듯 후배들을 만나곤 한다. 경영과 사업 등 비방송 부문에는 국장급과 부장급 사원들만 존재하기도 한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할 방송사가 조직 내 세대 단절로 인해 대화가 어려울 수 있는 게 현재 지역 MBC의 인력 구성이다.

방송사 구성원들이 밤새워 일을 한다 해도, 제조업체처럼 생산성이 오르거나 매출이 늘지 않는다. 결국, 사람에 의해 일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송출해야 하는데, 지역방송에는 사람이 없고, 가장 기본적인 그것을 못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송사 내 인력의 이동도 가중되고 있다. 해마다 급감하고 있는 방송 광고에 대비해 자체 사업을 강화하고, 기획과 전략 부서에 인력을 배치하기에 방송 현업 인력을 줄이는 추세이다.

우수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매출을 늘리기에 역부족이기에, 평생 취재하고 뉴스를 만들던 기자들이, 카메라를 잡았던 촬영감독이, 기획하고 편집하던 PD들이, 사무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제안서를 쓰고 입찰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같은 방송 광고 시장에서 지역 방송은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지역 방송사가 노력한다고 해서 광고 매출이 늘기도 어렵기에, 방송 이외의 사업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입찰 사업에 뛰어들거나 전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수밖에.

수십년 전 일본의 지역 방송사들이 새우 양식을 하고 주택 임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바라봤지만, 이제 한국의 지역 방송사들의 일이 됐다.

영화관과 결혼식장을 운영하고, 친환경 식당에 베이커리 카페를 만들고, 여행을 알선하고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팔고, 전복 양식까지 지역 MBC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방송사의 고고한 콧대를 포기한 지 이미 오래다.

▲ MBC충북. 사진=위키백과
▲ MBC충북. 사진=위키백과

한 발 나아가 최근에는 생존을 위한 지역사의 처절한 노력도 시작됐다. 일부 지역 MBC는 노-사 합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했고, 일부는 상여를 반납하거나 일부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휴직을 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가장 소중하고 최후의 권리인 임금을 포기하면서, 지역 방송사의 ‘생존’을 지키고 유지하고 싶은 자발적인 선택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한 번에 해결되거나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낭떠러지를 향해 달리는 기차를 위해 새로운 다리를 놓거나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그저 시속 100km의 속도를 50km 정도로 늦춰 시간을 버는 것이다. 시간을 갖고 다시 방법을 찾기 위해서이다. 시간이 없다면 기회조차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역 방송의 소멸이라는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모두에게 묻고 싶다. 아니 좋은 아이디어를 구하고 싶다. 지역 방송이, 지역 방송 구성원이 이제 어떡해야 하는가?

▲ 이승준 MBC충북 경영국장.
▲ 이승준 MBC충북 경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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