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박재동 성추행 ‘가짜미투’ 의혹 제기 카톡의 ‘진실’
박재동 성추행 ‘가짜미투’ 의혹 제기 카톡의 ‘진실’
35일 걸친 대화서 가해자에 유리한 4개 발언 골라 짜깁기… 성추행 명시‧2차피해 걱정‧제보고민 등 피해 드러나는 대목 누락
강진구 기자 “주요 부분 발췌 주제별로 묶어, 왜곡하려는 것 아니야”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 사건에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한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의 보도에서 주요 근거로 제시된 카카오톡 대화가 ‘짜깁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는 피해자와 동료작가 사이 카카오톡 대화를 한날한시 주고받은 문답처럼 보도했으나, 실상은 한 달여에 걸쳐 오간 발언 가운데 가해자에게 유리한 발언을 골라 순서를 뒤집고 화자(피해자와 동료작가)도 뒤바꿔 제시했다. 성추행 피해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은 이 과정에 누락됐다.

SBS는 지난 2018년 2월26일 피해자 이아무개씨가 2011년 박재동씨에게 결혼 주례를 부탁하려 만났다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미투’ 보도를 했다.

이후 박재동씨가 SB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당시 법정에 제출된 피해자 이씨와 동료작가 A씨 사이 카카오톡 대화 원문을 확인한 결과, 강진구 기자가 지난달 29일 새벽 송고한 기사 “[단독]박재동 화백 ‘치마 밑으로 손 넣은 사람에 또 주례 부탁하나’ 미투 반박”에서 보도한 카카오톡 대화는 2018년 1월30일~3월5일 총 35일에 걸친 대화 가운데 각기 다른 4개 시점에서 나온 발언을 한날한시의 대화 내용으로 조합했다.

강 기자는 기사에서 피해자 이씨의 ‘가짜미투’를 의심케 하는 증거가 발견됐다며 카카오톡 대화를 근거로 제시했다. 강 기자는 이씨 남편이 SBS 보도 직후 SNS에 배우자 이씨의 상태를 “거의 잠도 못 자고 잘 먹지도 못해 힘들고 지칩니다. 아내는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이고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는데도 왜 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저를 보고 애써 웃어 보이는 모습이 가슴에 아프게 박혔습니다”라고 밝혔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이 작가가 동료작가와 나눈 카톡 내용은 남편이 전한 상황과 차이가 있어 보였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새벽 노출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지난달 29일 새벽 노출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강 기자는 그러면서 대화체를 아래와 같이 원문을 재현하는 형식으로 보도했다.

(동료작가): “ㅎㅎㅎㅎㅎ 다음 실검 순위 3위”
(이작가) : “오 슬슬 올라 오는구나 , 검색해줘야징 그럼 ㅋㅋ 컴으로도 폰으로도”
(동료작가) : “오호 그러쿤 네이버 1위 빅엿이네 이 정도면 ㅎㅎㅎㅎㅎ ㅋㅋ”
(이작가) : “실검 1위, 이OO 웹툰 작가”
(동료작가) “지드레곤 입대하는데 ㅋㅋ 너땜에 묻혔어”
(이작가) : “지디지드레곤보다 내가 위라니 ㅎㅎㅎ”

강 기자는 뒤이어 “두 사람은 박화백에 대한 미투가 만화계에 미칠 영향과 박화백의 문화부 장관 추천설에 대해서도 대화를 주고받았다”며 카카오톡 대화를 재차 원문 형식으로 제시했다.

(동료작가): “이번 기회(미투)에 개박살 내자고 함”
(이작가) : “아 솔직히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고만 그걸 못하네~ 이번 기회에 아주 밟아버려야지.”
(동료작가) : “걔 또 장급하겠다고 나오면 또 까 ㅋㅋ 어쨌든 박재동 문화부장관 하겠다는 포부가 있는 놈인디 네가 꺾었음. 목표가 문화부 장관이었대 ㅋㅋ 네가 꺾은 거”
(이작가)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문화부 장관 ㅋㅋㅋ 기어 나오면 바로 또 밟는 거지 다시 기어나오지 못할 거라 봐. 리스크가 너무 커서 기어 나오면 이제 졸라 재미난 구경 하는거지 ㅋㅋㅋㅋ 또 한번 나오면 좋겠는데. 또 나올까?”

각 대화는 강 기자가 인용한 ‘성평등시민연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한날한시에 오간 것으로 표현됐지만 실상은 △2018년 1월30일 밤 △2월26일 밤 △ 2월27일 새벽 △3월5일 저녁에 오간 발언을 이른바 ‘짜깁기’한 결과다. 이 과정에 대화 순서가 뒤섞였고, 화자도 뒤바뀌어 표시됐다. 실제 대화 원문 속에선 앞뒤로 나온 발언 맥락과 내용은 모두 제거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기사 원문에 나타난 카카오톡 대화. 박재동씨 옹호 단체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탓에 날짜와 대화 주체를 뒤바꿔 표기했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삭제된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기사 원문에 나타난 카카오톡 대화. 박재동씨 옹호 단체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탓에 날짜와 대화 주체를 뒤바꿔 표기했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기사에서 이 작가가 “슬슬 올라 오는구나, 검색해줘야지”, “실검 1위, 이OO 웹툰 작가”라고 연속으로 밝혔다는 발언은 이 작가가 아닌 동료작가 발언일뿐더러 각각 2018년 2월26일 밤과 27일 새벽 다른 일시에 적은 것이다. 또 기사가 밝힌 “다음 실검 순위 3위” “네이버 1위”란 동료작가 발언은 피해자인 이씨가 말한 것이다. 강 기자가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대화 주체와 일시를 확인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기사는 이씨의 성추행 피해자 정체성이 드러나는 발언은 누락했다. 피해자 이씨가 2018년 2월26일 SBS 미투 보도 직후 댓글 반응을 염려하는 내용을 빠뜨렸다. 기사가 보도한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지드래곤보다 높다’고 언급하기 한 시간 전 오간 대화다. 실제 대화 원문을 보면 동료작가가 박재동 화백 측근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댓글을 달고 있다고 말하자 이씨는 “난 댓(글)들은 안 보구... 그냥 걸러서 OO이(남편) 말해주고 있음”(2018년 2월 27일분 카톡 누락된 대화 내용)이라고 썼다.

피해자는 같은 날 카카오톡에서 미투 제보 당시 복잡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2018년 2월26일 0시께 동료에게 “자? 뭐해?”라고 물어본 뒤 “막상 제보한다 하니 맘이 싱(숭)생숭하네. 하고 나면 차라리 홀가분할 것 같은데. 기다리니까 더 그런 듯”이라고 적기도 했다. 동료는 “큰 결심이 필요한 거지. 그래도 함께 싸우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라고 (해서) 미투(라 부르는 거지)”라며 다독인다. 동료는 “우와, 읽으니 화가 또 치미네. 그때 상황을 구체적으로 잘 나열한 것 같아. 생생하게”라고도 말한다.

강 기자가 카카오톡 대화 끝 무렵 덧붙인 ‘문화부장관’ 관련 대화는 두 사람이 언론에 미투 제보하기 이전인 2018년 1월30일에 나눈 내용이다. 강 기자는 두 사람이 2018년 3월5일 나눈 대화 바로 뒤에 ‘문화부장관’ 관련 대화를 덧붙여, 미투 이후 한 시점에 나눈 대화인 것처럼 구성했다.

피해자는 당시로부터 2년 전인 2016년 한국만화가협회 공정 노동행위 및 성폭력 사례집에 익명으로 박재동씨의 성추행 가해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박씨가 이 사실을 알고 이씨에게 전화해 고발 사실을 추궁하자 이씨는 한국만화가협회에 알렸고, 박씨는 이후 한국만화진흥원 이사장 후보에서 낙마했다. 이와 관련된 카톡이 2018년 1월30일 오갔던 대화 내용이다.   

여기서도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 관련 발언은 누락됐다. 원문을 보면 동료작가가 “걔(박씨) 또 장급하겠다고 나오면 또 까”라고 말한 직후 피해자는 “아니, 난 사실 이제 만화계서 장 자리 맡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벌은 받았다고 생각은 하는데. 남들이 날 불쌍하다 본다니까 그게 너무 싫음”이라고 말했다.

▲2018년 3월5일 SBS 8뉴스 박재동 화백 미투 후속보도 갈무리
▲2018년 3월5일 SBS 8뉴스 박재동 화백 미투 후속보도 갈무리

이씨가 “아, 솔직히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고만 그걸 못하네”라고 쓴 내용은 SBS가 후속 보도한 2018년 3월5일 오간 대화의 일부다.

기사 속 발언은 앞뒤 맥락과 일시를 빠뜨려 박씨를 대상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SBS 보도에 등장한 2차 가해자에 대한 말이다. SBS는 원수연 웹툰협회장 등 박씨 측근이 SNS상 2차 가해를 이어가자 이를 후속 보도했다. 이씨는 한국만화가협회가 이들을 징계해야 한다며 이같이(“아, 솔직히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고만 그걸 못하네”) 말한 것이다.

한편 강 기자는 법원에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 가운데 성추행 가해 사실을 피해자가 털어놓은 명시된 부분은 보도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2018년 2월4일 해당 동료작가에게 언론에 성추행 피해를 제보할지 고민 상담을 청하며 “할까? 성폭력(성폭행)까진 아니지만… 성추행인데 그래도 뭔가 이슈는 될까?”라고 고민한다. 동료는 “서지현 검사도 엉덩이 만진 걸로 (미투) 나온 건데. 것도 큰 거야”라고 말한다. 이씨는 “나 고민 좀 해봐야겠어. 하고 싶은 게 60%인 것 같아. 만약 취재진이라도 만나면 같이 가주라”라고 부탁한다. 동료는 “충분히 고민해 봐”라고 격려하며 부탁에 응한다. 피해자는 보도 직후엔 “아휴 진빠짐. 후속 미투나 있음 좋겠어. 이대로 묻히지 않게”라고도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 이씨는 2017년 5월28일 카톡에서도 동료작가A씨와 피해 내용(주례 부탁 당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당일 상황)에 대해 대화한다.

피해자 이씨 : 언니 그 때 박재동이 결혼하면 XX에 프리해진다. 이런 말 하고 또 뭐라고 했더라. 그 때 막 뭐랄까 결혼하면 오히려 여러 사람하고 잘 수 있다. 뭐 이런 뉘앙스로 막 얘기했는데

동료작가A씨 : 맞아. 춤추자고 했고

피해자 이씨 : 내가 기억하는 건 결혼했다고 배우자랑만 해야된 건 아니다.

동료작가A씨 : 내가 들은건 결혼하면 XX가 더 프리해진다. 

피해자 이씨 : (춤추자는 얘기) 그건 택시 안에서 그랬고, 방금 한 얘긴 밥 먹으면서 얘기한거

동료작가A씨 : 난 바에서만 그런 줄 알았어. 

피해자 이씨 : 카페에서 무릎 더듬고, 둘다하고 XX한거 아니면 양다리 인정할 수 없다고...택시타면서 춤 얘기, 그 담에 밥 먹으면서 XX 프리 뭐 이런 이야기. 그리고 언니 만나기 직전에...언니도 아는 정말 그 미친 소리...차분히 정리하려고 생각 중.

재판부는 “피해자와 동료작가 A씨 대화 내용이 제3자에게 공개될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내용의 진실성이 담보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피해자와 A씨가 대화한 내용은 이후 피해자가 한국만화가협회 및 피고(SBS)에게 제보한 내용, 이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과 일치한다고 판결했다.

강진구 기자 보도는 게재 당일 삭제됐으나 ‘가짜미투’ 의혹은 온라인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 기자는 SNS와 유튜브 등에 출연해 기사 삭제를 비판하면서 같은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굿모닝충청과 서울의소리, 뉴스프리존 등의 매체들은 삭제 전 기사 원문을 받아쓰기하면서 ‘가짜미투’ 의혹을 유포하고 있다.

특히 굿모닝충청은 경향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카카오톡 대화를 한날한시에 대화가 오간 것처럼 카카오톡 그래픽 이미지로 제작해 보도했다. 굿모닝충청은 기사를 당일 삭제했지만 이미지는 블로그 등을 통해 퍼졌다.

피해자 이씨는 미디어오늘에 “(기사를 보도한 게) 경향신문이란 점이 가장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가해자 측근들은 줄곧 기사에 등장하는 ‘가짜미투’ 주장을 해왔고, 조작된 증거를 배포해왔다”며 “경향신문 이름으로 이 주장이 검증 없이 보도되면서 권위가 생겼고, 혹시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여론이 바뀌지 않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통화에서 기사에 일시를 밝히지 않은 이유에 “날짜별로 쭉 있는 그대로 소개할 수는 없고 주요 부분만 발췌해 주제별로 묶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피해자 주장에 익숙해 있던 불균형한 여론을 시정하고, 가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썼다”며 “불친절했다는 정도는 인정하겠지만 상황을 왜곡하려 했던 건 아니다”라고 했다. 강 기자의 해명과 달리 그의 기사가 대화 주체를 오기하거나 순서를 뒤집고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을 누락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사건을 왜곡해 이해할 수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는 대화 내용을 누락한 이유에는 “이아무개씨 진술에 부합하는 내용은 이미 보도가치가 없다고 봤다”며 “동료작가는 유리한 이야기를 해줄 위치에 있는 분”이라고 주장했다. 강 기자는 피해자 카톡 대화 가운데 성추행 당했다고 말하거나 제보 여부를 고민하고, 2차가해를 두려워하는 대목을 알고도 보도하지 않은 것인지 묻자 “그런 부분까지 사실은 (보도자료가) 10페이지인데 일일이 검토 안 한 것은 맞다. 내가 그걸 무슨 고시공부하듯이 본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 내용을 피해자 인터뷰에 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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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작 2020-08-13 22:30:19
페미니즘이라 쓰고 파시즘이라 읽는다.

999 2020-08-10 18:32:30
열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없어야 하거늘,
미투는 왜 그 반대인지 참 안타깝네요.

경향의 강 기자는 2년 동안 이 사건을 취재한 베테랑 취재기자라고 하던데,
독자가 과연 누구 말을 믿을까요?

용기는 이럴 때 필요합니다.

뭐가진실 2020-08-09 01:03:42
미디어오늘 이정환 사장과 이재진 편집국장을 거쳐 오후4시쯤 겨우 김기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김기자는 그제서야 이작가가 2018년 3월 카톡대화는 박화백이 아니라 2차가해자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말을 해줬다고 털어놨다. 결국 이 작가가 거짓말로 김 기자를 속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김기자는 “거짓말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죠. 그건 이작가에게 물어보세요”라고 했다. 내가 속임수 짜깁기를 한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만큼 최소한 반론을 해줘야 하는것 아니냐는 요청에도 김기자는 상식밖의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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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실인가요?
사실이면 기사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리던가
아몰랑기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