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 배격’, ‘권력형 비리 맞서야’ 발언에 청와대는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으나 여당 의원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현안브리핑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권력형 비리에 맞서서 주어진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된다’고 한 발언과 ‘이 발언이 여권 및 청와대 전직인사에 대한 수사로 해석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질문 요지가 뭔지 포인트를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윤 총장 발언에 대해서 언론이 해석한 부분에 대한 입장을 요구한다면 제가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신중한 입장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성토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서 “어제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민주주의’ 발언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귀를 막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공권력은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고 검찰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 요구인 검찰개혁을 검찰 수장이 나서서 독재, 전체주의로 폄훼하려 한다면, 이는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며 “오히려 대다수에 열심히 일하는 검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대검 수뇌부만을 위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검찰 내부의 민주적 소통과 평검사의 이의 제기권을 보장하고, 공수처 설치 및 정착, 감찰 실질화, 의사결정의 투명화 등을 통해 민주적 견제를 받아 내부를 자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바로 서는 길이자, 촛불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 검찰이 해야 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라는 점을 들어 “검찰의 법집행 권한은, 윤석열 총장말대로 ‘국민이 위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이 그 역할을 해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것 뿐”이라며 “임명권자 위에 서려는 검찰총장을 보며, 검찰이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서 작용해왔던 것의 모습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살아있는 권력에 엄정히 법적용을 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에 “명백히 유효하다. 엄정하게 수사하라”면서도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한다면 그건 검찰총장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역할이 아닌 ‘검찰 정치’를 하고 싶다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하시라”라고 비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난 2월20일 광주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난 2월20일 광주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신동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쓴 ‘윤석열의 반정부 투쟁 선언인가’에서 전날 윤 총장의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 발언을 두고 “윤 총장이 검찰 개혁 반대를 넘어 사실상 반정부 투쟁 선언을 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극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윤 총장 발언에 신 의원은 “누군가 부르짖는 법의 공평과 정의가 참된 것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그 법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절친한 지인들에게도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윤 총장이 과연 자신 있게 난 그랬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쓴 ‘“독재와 전체주의” 윤석열 검찰총장의 섬뜩한 자화상’이라는 글에서 윤 총장 발언에 “말이야 바른 말이나 이는 윤 총장 본인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 의원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독재’를 5번, ‘전체주의’를 3번 언급한 점을 들어 “민주정권이 국민을 위해 개혁의 칼을 빼들었을 때 그 대상인 기득권이 독재 운운하는 모습, 이제는 새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윤 총장의 말을 ‘작심발언’이라고 포장하고 칭찬한 보수언론을 들어 “이런 반응을 윤 총장 본인도 모르지 않을 것이고, 그 의도로 말했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독재와 전체주의는 검찰권을 남용해 정치에 개입하고 검찰의 집단 항명을 이끌려 한 윤석열 총장 본인의 자화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의원은 전날 밤 트위터에서 “윤총장의 발언이 통합당에서 대환영받는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중립성이라 할 수 있느냐”며 “전체주의-전국 검사장들을 일렬대오로 세우는 건 자유주의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권력형 비리에서 검찰권력의 비호는 제외한단 말”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총장은 전날(3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며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된다”고 규정했다. 그는 또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주민 페이스북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주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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