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달 수신료 관련 직무를 공개 채용하면서 직무수행 요건으로 ‘강한 정신력과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등의 문구를 내보내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KBS가 채용하고 있는 수신료 관련 직무는 수신료 납부 의무 요소인 ‘TV수상기’를 발굴 등록하고, 관련 현장의 민원 처리를 맡는 등 수신료 제반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수신료지부는 29일 공개된 성명을 통해 “KBS가 수신료 직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고 있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수신료지부는 이 성명에서 “수신료 직무 연봉 계약직 채용을 위한 직무기술서를 보면 채용요건으로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격’, ‘강한 정신력과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의 소유자’, ‘건강한 신체와 체력’을 내세우고 있다”며 “수신료 직무의 중요성, 전문성, 특수성 등을 깡그리 무시하고 그저 몸으로 때우는 직무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9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수신료지부 조합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이 간담회에서는 해당 채용공고가 “민원 업무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당연시한다”, “사측이 해당 업무의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치유할 책임보다 직원이 극복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인식을 유도하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 “수신료 재원 관리 업무는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소통능력, 방송법에 대한 이해 등 전문성이 중요하고 현업자의 자긍심을 지키면서 정확하게 직무수행 요건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이 간담회에서 수신료 직무 직원들은 민원인 거처에서 직접 만나 응대하고 확인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물리·정신적인 폭력 가능성과 불안에 노출되기 때문에 ‘2인1조 등 인력 운영과 장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입구. 사진=정민경 기자.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입구. 사진=정민경 기자.

최기홍 언론노조 KBS본부 수신료지부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수신료 담당 직원은 기본적으로 공영방송과 수신료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하고, 이 능력을 우선적으로 검증해 채용해야 하는데 ‘스트레스 내성이 강한’과 같은 부적절한 용어를 채용공고에 사용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 담당 직원은 수신료와 관련한 민원 처리 등 스트레스를 받는 업무가 상당하다”며 “회사는 해당 업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해소할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데 거꾸로 ‘스트레스 내성이 강한 직원’을 뽑는다고 공고한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KBS 측은 4일 “기업의 채용절차는 지원자에게 해당 직무수행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정확히 알리고 이를 겸비한 지원자를 선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채용 진행 중인 수신료직 업무는 TV 수상기와 관련한 다양한 종류의 민원 처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잘 조율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함을 알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수신료 업무는 다른 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직무이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해당 직무에 대한 정보나 이해가 부족하다. 지원 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입사 후 회사에 안착하지 못하고 조기 퇴사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지원자에게 업무수행에 필요한 구체적 정보를 더 안내한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