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2011년 서울 한강철교 밑 올림픽대로의 사진을 서울 올림픽대로의 현재 상황이라고 보도해 문제가 됐다. 9년 전 사진을 현재 폭우 상황으로 소개한 것이다. YTN 측은 “4일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에서 사과방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TN 뉴스 프로그램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은 3일 오후 방송 시작 10분 후부터 물에 잠긴 서울 도로 상황을 전했다. 앵커들이 폭우 소식을 기자와 함께 대담하는 상황에서 스튜디오에 출연한 YTN 기자가 영상에 나온 사진을 보며 “급격히 불어난 물이 도로 위를 넘쳐흐르면서 지금 보시는 것처럼 차량들이 꼼짝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자 “서울 올림픽대로 호우로 불어난 물이 도로 위로 넘쳐 흘러”라는 자막이 나왔다.

▲3일자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에 방송된 영상 화면. 영상에 보이는 사진은 2011년 7월27일 서울 올림픽대로 침수 사진이다. 하지만 YTN은 2020년 8월3일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사진=YTN 보도화면 갈무리.
▲3일자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에 방송된 영상 화면. 영상에 보이는 사진은 2011년 7월27일 서울 올림픽대로 침수 사진이다. 하지만 YTN은 2020년 8월3일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사진=YTN 보도화면 갈무리.

문제는 YTN이 소개한 사진이 9년 전 올림픽대로 침수 사진이라는 점이다. 해당 사진은 2011년 7월27일 연합뉴스가 서울 한강철교 밑 올림픽대로에서 김포공항 방향으로 가던 차량들이 도로가 물에 잠겨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이 사진을 2011년 7월28일자에 “허리까지 물 차오른 강남 ‘재난영화 방불’”(경향신문), “경찰, 도로 잠긴 후 통제… 올림픽대로에 차량 수천 대 2시간 고립”(조선일보)이라는 제목으로 싣기도 했다.

▲지난 2011년 7월28일자 경향신문 3면.
▲지난 2011년 7월28일자 경향신문 3면.
▲지난 2011년 7월28일자 조선일보 10면.
▲지난 2011년 7월28일자 조선일보 10면.

타 방송사 기자들은 서울시 호우 상황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라면 할 수 없는 실수라고 입을 모았다. 지상파 소속 A기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9년 전 사진을 확인도 안 하고 현재 상황이라고 보도한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실제 올림픽대로는 물이 찰까 봐 경찰이 예비적 통제를 한 상황이다. 물이 차서 통제한 게 아니라 통제했으니 당연히 차가 막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종합편성채널 B기자는 “해프닝으로도 볼 수 있지만, 검증 안 된 정보를 보도하는 건 언론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YTN 관계자는 4일 미디어오늘에 “해당 사진은 YTN 시청자제보 코너에 올라와 영상으로 내보냈다. YTN이 제보한 사람에게 직접 연락까지 했다. 그 제보자가 현장 사진이라고 말해서 그걸 믿고 썼다.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수많은 제보 사진과 영상을 보고 선별해 뉴스를 내보냈다. 시청 제보가 물밀 듯이 쏟아졌다. 일일이 살핀다고 살폈지만, 그 가운데 한 사진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YTN 관계자는 “보도 이후 타사 기자가 해당 사진이 2011년 7월 폭우 상황을 찍은 사진이라고 SNS에 올렸고, YTN 내부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영상 일부를 삭제했다. 4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에서 어제 방송분에 대해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난 상황에서 영상 화면을 올바르게 쓰지 않아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TV조선 ‘뉴스특보’(2018년 8월23일 방송)는 태풍 ‘솔릭’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 칭다오 지역 촬영 영상을 사용해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등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KBS ‘영상실록 이명박 정부 5년의 기록’(2013년 3월23일 방송)은 2011년 발생한 정전 사태를 방송하면서 2010년 태풍 상륙 당시 촬영된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해 문제가 됐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출처명시’ 등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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