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박재동 화백 성추행 사건 미투 의도를 의심하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 편집국 차원에서 경위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편집국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독립언론실천위원회와 국장단은 해당 보도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피해자 사과·재발 방지를 위한 사태 규명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8일 새벽,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성희롱 피해를 언론에 고발한 A씨에 대해 ‘가짜 미투’(#metoo)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피해자가 동선‧주례 부탁 사실을 두고 진술이 엇갈린다며 미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박 화백 측이 정정보도 소송에서 패소한 지점은 언급하지 않아 2차 가해성 보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사를 쓴 강진구 경향신문 탐사전문 기자는 최종 데스크인 편집국장 승인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기사를 출고했다. 

내부 구성원들은 보도 내용과 절차에 반발했고, 기사는 내부 논의를 거쳐 5~6시간 만에 삭제됐다. 한편 해당 기자가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기사 삭제를 비판하는 입장을 연이어 밝혀 2차 가해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29일 오전 출고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29일 오전 출고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경향신문 편집국과 독실위 측에 따르면 편집국과 독실위는 지난 7월 30~31일 해당 기사의 보도 절차와 내용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사태 파악과 수습을 위한 요구사항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경향신문 편집국 구성원들은 보도 이튿날인 30일 부서별로 문제의식을 모은 뒤 독실위를 소집해 편집국에 사태 규명과 공개 입장 표명, 피해자 사과,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독실위는 해당 기사 문제점과 사태 발생 경위를 정리해 경향신문 안팎에 알리고, 피해자에게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 

기사를 작성한 강 기자에 대해선 징계 등을 포함해 엄격 조치하고, 미디어와 SNS 등에 외부발언을 할 수 없도록 지시하라고 밝혔다. 또 해당 기자가 편집국 보고와 지휘체계를 벗어나 있던 경위도 조사해 밝히라고 했다. 경향신문 편집국의 전문기자 제도와 기사 작성 지시‧보고 체계도 재점검하도록 했다.

안호기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이에 내부 입장을 통해 규명 절차와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편집국은 우선 강 기자에게 취재와 기사 작성 과정을 서면 제출하도록 해, 이후 이를 바탕으로 추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안 국장은 편집국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국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출고 시스템(제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에게 회사 승인 없이 직무 관련 방송 출연이나 강연 등을 할 수 없다고도 알렸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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