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적절성 감사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지지율이 41% 정도 받았는데 국민 대다수라 할 수 있느냐’는 발언을 실제로 했다고 자인했다. ‘대통령이 한수원 사장이 자율적으로 할 일을 대신한 것 아니냐’는 발언도 했다고 시인했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총선 직전 세차례나 직권으로 해당 사건의 심리를 열어 관련자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겨레와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폭로의 진위여부를 묻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최 원장은 “백운규 전 장관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하기로 한 정부방침을 설명하면서 ‘월성1호기에 대해 전국민이 문제 있다는 것을 안다’는 취지로 얘기해서 ‘저도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데 전국민이 안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론했다”며 “그러자 백 전 장관이 ‘그 내용은 대선공약에 포함돼 있었고, 대선 통해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됐다’고 말하길래 ‘대선공약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최 원장은 “이어 백 전 장관이 ‘바로 국민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사안’이라고 말씀했다”며 “그때 제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지지율이 41% 정도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아는데, 과연 국민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게 관련된 내용의 전부”라고 말했다. 녹취록이 있으니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그는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각자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대통령 득표율 들어서 국정과제 정당성 폄훼하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그럴 의도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울의소리 동영상 갈무리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울의소리 동영상 갈무리

 

지난 총선 직전인 4월9일, 10일, 13일 사흘간 집중적으로 심리를 한 이유를 두고 최 원장은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 시비, 정치권 눈치를 봤다는 의심은 피해야겠고, 그런 판단에 따라 4월9일 감사위원회 소집했다”며 “왜 중립성을 지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은 감사의 중간 내용을 말씀드리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으나 이 자리에서 감사내용을 말씀드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유병호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최 원장이 발언하기 전 박범계 의원이 최 원장 발언여부를 묻자 “백 전 장관이 말을 조리있게 못한 것 같다”면서도 정작 최 원장의 발언은 “정확히 기억못한다”고 했다.

최 원장의 친인척 관계자에 한국원자력연구원, 탈원전 적극 비판한 언론사 논설주간이 있는 게 사실이냐는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질의에 최 원장은 “동서 중 한 명이 원자력연구소 연구직 재직하고 있고, 언론기관 말씀 적절치 않지만, 의원님이 생각하고 있는 주요 언론사 논설주간 재직이 맞다”고 시인했다.

이에 김진애 의원은 “감사위원 제척 분류 가운데 ‘친족관계가 있거나 이런 관계가 있던 사람과 관계 있는 사람’이 제척된다고 돼 있는데, 이 조건에 맞아떨어지지 않느냐”며 “감사원법을 어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이 부분이 탄핵에 이를 근본적으로 문제”라며 “친족과 관련돼 있는데, 그 사안에 직권으로 심리 회의에 주재까지 하고, 70~80% 발언이 친원전에 관련된 발언이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이에 “원자력 연구원의 연구직 재직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어느 연관이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며 “제척 스스로 회피할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국회에서 인준됐으므로 국민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시인했다. 최 원장은 “4월 중순 3회 감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뒤 감사원 실국장에게 감사원 재직중 느꼈던 것을 얘기하면서 ‘감사할 때는 국회에서 여야합의에 의해 동의하에 지명된 감사원장을 대리해서 한다는 자세로 의연하게 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일부 유감 표명을 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저 의지와 관계없이 정치적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는 제 발언 부적절한 부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전체 취지를 살펴달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한수원 사장이 할 말을 대신했다’고 말했다는 진위와 관련해 최 원장은 “백 전 장관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현행법 체계에서 한수원 사장만 할 수 있다’고 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전력수급 상황 고려해서 조기폐쇄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한수원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을 대신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다만 최 원장은 “대통령은 구체적인 규정보다 자세한 것 고려했다기 보다 에너지 전환정책 큰 틀에서 말씀했는데, 그 부분을 제가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하게 발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유감표명을 했다.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는 말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최 원장은 “녹취록 다 살펴봤지만, 녹취록에 기록돼 있지 않다”며 “참여자의 주관적 기억이 그럴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와 비슷한 말을 했다해도) “‘대통령 말씀하신 사안이라도 실행부서에서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적법한 절차와 합리적 근거에 따라 업무를 추진해야 하고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의 대통령 지지율 41%가 국민 대다수냐, 해석은 제각각이라는 발언을 들어 “대한민국 감사원장이 이런 말씀 할 수 있느냐”며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소 의원은 “해석이라고 말씀하는데, 감사원장이 해석해서 되는 것 아니지 않느냐. 명쾌해야죠”라며 “그래서 정치적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처신하라고 훈시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소 의원은 “제 의견이 공감한다면 이제라도 관련 감사에서 회피하는 게 맞고, 정치적 발언에 대해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가 들어도 최 원장 발언은 ‘대통령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들린다”며 “(친인척에) 원전과 가까운 분이 계시고, 에너지 전환정책 비판하는 언론에 있다고 하는데, 그 분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원전 문제에 관해 생각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동근 의원은 “말씀 들어보면 감사원의 중립성이 아니다”라며 “원전 마피아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41% 발언은 대통령의 우롱을 넘어선다”며 “헌법에 대통령 결선투표가 없다. 40%든 30%든 대통령은 대통령 아니냐. 대선불복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최 원장은 “대선불복 의미에서 말한 것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신 의원은 “대통령 국정운영과 방향이 불편하고 맞지 않으면 사퇴하고 재야 나가서 대통령 비판하하시는지 맘대로 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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