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KBS 정기이사회에 KBS의 ‘검언유착’ 오보가 안건에 상정됐지만, KBS 이사들은 회의 공개 여부만 논의하다 다음달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이날 양승동 KBS 사장은 검언유착 오보와 부산 지역 재난 방송 부실 논란에 “지난 6월까지 보도나 재난방송 등을 논란 없이 수행해왔는데 이번 ‘검언유착’ 관련 보도와 부산 집중호우 관련 방송에서 논란이 일어나 아쉽다”며 “잘못이 있거나 미흡한 부분은 사과했고 후속 조치를 이행 중이다.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집중호우 재난방송의 경우 2시간 정도 집중호우가 내리는 직후에 혼선이 있어서 아쉬웠다”며 “다만 KBS 안팎 일각에서 두 가지 사안을 지나치게 부풀리고 왜곡하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런 모습에는 흔들림 없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먼저 쟁점이 된 KBS 오보 논란은 KBS가 지난 18일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가 삭제·사과한 일이다. 이후 일부 언론은 KBS 취재원이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이고 여권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 집중호우 재난방송의 경우 KBS는 지난 23~24일 부산, 울산, 경남 일대 폭우 당시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다.

▲KBS. 사진=정민경 기자.
▲KBS.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이사회 안건은 ‘KBS공영성 강화 프로젝트팀 설치 보고’와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의 녹취록 보도 관련 보고’였는데 이사들은 두 가지 사안에 대한 회의를 공개할 것이냐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김상근 이사장은 우선 ‘검언유착’ 관련 KBS 오보 논란에 “내일 KBS 공정방송위원회가 열리는 등 KBS 내에서 아직 논의와 과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고, (KBS 법조팀 기자들과 보도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KBS 인사위도 열리기 때문에 내달 첫 주 이사회를 다시 열어서 보고를 받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반면 야당 추천 서재석 이사는 “이 일은 외부에서 보면 KBS 뒤에 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즉 KBS 존폐 문제와 관련한 중대한 문제”라며 “KBS 측 해명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어 “김상근 이사장 주장에 따르면 이사회는 그저 보고를 받고 ‘아, 알겠다’하면서 끝내는 곳이 아니다”라며 “국민과 외부의 의심을 깨끗하게 해소하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다음에 논의한다면 이미 결론이 난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또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며 “보고를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검언유착 오보 관련 보고 공개 여부로 공방이 이어지다가 첫 번째 안건인 ‘공영성 강화 프로젝트’를 먼저 이야기하자는 결론이 났다. 그러나 일부 이사들이 “이 프로젝트 보고에는 KBS의 전략이 포함돼 있는데 편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비공개로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양 사장도 보고 수준의 논의면 공개로 하고, 깊은 논의면 비공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해 결국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됐다. 약 1시간의 비공개 회의 후 이사회는 내달 5일이나 12일, 다시 이사회를 열어 두 사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