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역시 언론에 대한 국민 불신은 심각한 상황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프랑스 언론 신뢰도는 한국과 더불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위기는 근본적으로 언론의 소유 구조에 기인한다. 프랑스 주요 언론 대주주는 대체로 미디어와 관련 없는 거대 재벌들이다. 이것이 결국 ‘자본 권력에 종속된 언론’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신뢰를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란조끼’ 시위는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주요 매체들이 시위대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위 현장을 취재 중이던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고, 폭력 행사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저널리스트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늘 같은 주제만 다룬다’, ‘권력의 끄나풀이다’, ‘클릭 수 늘리기에 급급하다’, ‘부유층이다’ 등 루머가 확산되면서 저널리스트는 어느덧 증오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지난 일 년 동안 프랑스 언론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저널리스트들이 허위정보 퇴치에 앞장서도 혹은 묵묵히 현장 취재에 나서도 대중의 모욕적 언사와 공격적 시선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언론의 성찰을 다룬 기획 기사를 내보냈다. 25명의 서로 다른 지위와 세대에 속하는 저널리스트들의 ‘자기반성’을 5000단어 분량으로 내보내기도 했고, 8명의 편집·보도국장들을 통해 ‘노란조끼’ 시위 1년을 돌아보면서 언론의 다짐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들 의견은 대동소이했다. 언론이 서민과 노동자보다 엘리트 목소리를 들려주기에 급급했고 사실보다 의견을 중시했으며 현장 취재보다는 클릭 수나 시청률 높이기에 전념했고, 제너럴리스트를 양산하면서 전문적이고 심층적 보도를 제공하지 못했으며 복잡한 사안을 진영논리에 기대 단순화시켰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저널리즘스쿨인 ‘ESJ LIlle’은 이 학교 출신인 6명의 ‘평범한 젊은 저널리스트’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각각 서로 다른 매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 저널리즘을 실천하면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청소년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저널리스트 악마화’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었다.  

언론 불신 원인과 해법을 찾아 나선 저널리스트도 있다.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 안 소피 노벨(Anne-Sophie Novel)은 꽤 괜찮은 저널리스트들이 존재함에도 왜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지 궁금했고, 그래서 5년 동안 작업에 매달린 끝에 2019년, 그 결과물을 ‘Les médias, le monde et moi(미디어, 세상과 나)’라는 다큐멘터리로 내놓았다. 

그는 뉴스 소비자와 저널리스트, 나아가 공동체 건강을 위해 언론이 무기력에서 벗어나 양질의 정보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반 위에서 독자와의 관계를 형성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완전한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겠지만 꾸준히 자신들의 작업을 반성하고, 작업 방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뉴스 소비자와 함께 변화를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신뢰의 위기도 극복하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언론 불신 상황은 우리가 프랑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듯한데, 한국에선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언론이 반성과 성찰을 통해 변화를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언론 불신이 지속된다면 언론으로써의 기능도, 생존 기반도 결국 상실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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