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을 받았던 이동재 전 기자 해고 후 내홍을 겪고 있는 채널A 내부에서 사측에 변화를 촉구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자들은 사측에 △성찰 위원회를 출범하고 △보도 혁신에 나설 것 △인력 충원 및 유출 방지 대책 마련 △의사소통 창구를 만들 것 등을 요구했다. 검언유착 논란 이후 떨어진 매체 및 보도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자 자성의 목소리다.

2017년 입사한 채널A 7기 기자 7인(권솔·사공성근·안보겸·유주은·이민준·정다은·정현우)은 27일 오전 사내게시판에 “안일한 생각으로는 하나도 바꿀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7기 일동은 해당 글이 담긴 대자보를 보도본부 사무실 출입구에도 붙였다.

▲ 2017년 입사한 채널A 7기 기자 7인(권솔·사공성근·안보겸·유주은·이민준·정다은·정현우)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보도본부 사무실 출입구에 대자보를 게시했다.
▲ 2017년 입사한 채널A 7기 기자 7인(권솔·사공성근·안보겸·유주은·이민준·정다은·정현우)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보도본부 사무실 출입구에 대자보를 게시했다.

기자들은 “채널A 구성원 모두가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시기에 회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앞으로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자 이 성명서를 쓴다”고 운을 뗐다.

기자들은 “기자 개인과 보고라인에 있는 데스크가 줄줄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그칠 것인지 묻는다. 각 구성원에만 책임을 돌리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회사는 어떤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묻는다”며 “이제는 거리 영상 스케치만 나가도 취재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전에도 환영받는 언론사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시민 인터뷰가 제일 어려운 취재가 됐다. 구성원들에게 ‘좌절하지 마라.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먼저 ‘성찰 위원회’를 즉각 출범할 것을 요청했다. 기자들은 “성찰 위원회를 즉각 출범하고 채널A 보도 신뢰성 회복에 총력을 다하라. 진상조사 보고서 발표 당시 약속됐던 내용이다. 사측과 구성원, 외부 전문가, 시민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지금처럼 보도 지향점이 ‘단독’과 ‘시청률’에만 머물러서는 발전할 수 없다. 가을 개편부터 달라진 뉴스를 원한다. 성찰위 결과는 구성원들에게 즉각 공개돼야 하고 곧장 우리 뉴스에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도혁신’에 나서라고도 외쳤다. 기자들은 “그동안 대의 없이 눈앞의 단독과 자극적인 보도에만 치우친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다만 단독 보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양은 자칫 뉴스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채널A 뉴스 지향점을 먼저 설정하고 다양한 의제 발굴에 나서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인력 충원 및 유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기 위해서 보도본부장실 앞에 모인 채널A 기자들은 고작 40여 명에 불과했다. 이 인원으로 하루 1시간짜리 큐시트를 채우고 있다. 구성원들은 매일 같이 인력 부족을 느끼며 강도 높은 취재를 감내하고 있다. 매년 공채를 통해 신입 기자를 충원하고 있지만, 비슷한 수가 회사를 떠난다. 의제 설정과 좋은 뉴스 생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력”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제대로 된 의사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대부분의 회사 소식을 타사 기사를 통해 접했다. 회사는 언제나 선조치·후통보였다”고 지적한 뒤 “지난번 압수수색에 이어서 이번에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자료 제출을 결정했고, 만 하루가 지나서야 기자들은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진상 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부당한 자료 제출에 응한 것도 회사의 일방적 결정이었다. 적절한 판단이었는지에 구성원들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팀이 지난 4월30일 동아미디어그룹을 압수수색하자 폐문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정문. 사진=정민경 기자.
▲검찰 수사팀이 지난 4월30일 동아미디어그룹을 압수수색하자 폐문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정문. 사진=정민경 기자.

 

▲지난 4월29일 검찰 수사팀이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에 진입하는 모습. 사진=채널A 노동조합 제공.
▲지난 4월29일 검찰 수사팀이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에 진입하는 모습. 사진=채널A 노동조합 제공.

실제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4월2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을 압수수색 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후 회사는 이동재 전 기자 동의 없이 휴대폰과 노트북을 임의로 제출했다. 

지난 20일 오후에도 검찰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에 진입했다. 당시 사측은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고, 결국 검찰에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자료 원본 일부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은 “얼마 전 새로운 인턴 기자를 채용하는 공고가 열렸다. 힘든 채용 시장에서 기회를 잡고 후배들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열심히 해서 나가라’는 말을 안 하고 싶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철저한 자기 반성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언론사(史)에 전례 없는 일을 겪고도, 아무런 변화 없이 이대로 시간만 보낸다면 시청자들은 영원히 등을 돌리고 말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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