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公正).’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책 제목. 책은 이상직 의원을 “공정경제가 공정사회를 만든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기필코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 등 경제민주화 무제를 개선해 나가는 데 적극 앞장서온 저자”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이 의원은 공정하지 못했다. “기득권 세력에 뭘 바라는 거냐. 자리 유지하면서 세력 키우는 게 대한민국 정치지. 정치인이 국가를 위해 일한다? 꿈같은 얘기다.” “어린 자식들 앞세워 회삿돈으로 흥청망청.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니.” 이 의원 아들과 딸이 이스타항공을 소유하는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JTBC 보도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이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했다. 그는 7년 전 이스타 항공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말한다. 하지만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짜리 이스타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아들과 딸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작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했다. 그는 7년 전 이스타 항공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말한다. 하지만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짜리 이스타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아들과 딸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작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보도 핵심은 지난 2015년 이 의원의 아들과 딸이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갖기 위해 자본금 30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인 ‘이스타홀딩스’를 만들어 1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투자를 받았고, 이 투자는 뒷배로 이 의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수개월째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체불 임금만 250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 인수마저 결렬됐다. 이 의원 딸인 이수지 이스타항공 대표는 이스타홀딩스라고 등록된 여의도 오피스텔에 살고, 포르쉐도 탄다.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에게 이 의원을 위해 ‘정치 후원금’을 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2012년 직원들에게 이상직 국회의원 후보에게 후원하라는 사내 메일을 보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이스타항공 측은 2012년 직원들에게 이상직 국회의원 후보에게 후원하라는 사내 메일을 보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한 달 동안 이스타항공 문제를 취재하고 보도를 시작했고, 보도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이윤석 JTBC 기자가 시작한 취재에 어환희, 전다빈 기자도 합류했다. 오윤서 인턴기자와 양지원 인턴기자까지 총 5명의 기자가 함께 하고 있다. 이윤석 JTBC 탐사보도1팀 기자를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신사옥에서 만났다.

▲이윤석 JTBC 탐사보도1팀 기자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신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했다. 사진=오윤서 JTBC 인턴기자.
▲이윤석 JTBC 탐사보도1팀 기자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신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했다. 사진=오윤서 JTBC 인턴기자.

- 기사를 어떻게 쓰게 된 것인가?

“개인적으로 비행기를 좋아한다. 쉽게 말하면 항덕(항공기덕후)인데, 궁금했다. 아시다시피 이스타항공이 직원들 임금 240억원을 체불한 상황이다. 항공사가 어려움에 처했고 경영난이라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노조가 시위에 나선 과정도 그렇고.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노조는 어쩌다가 이상직 의원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걸까. 이스타항공을 서류로 한번 확인해보자고 마음먹었다.”

- 서류를 한 번 살펴보니 어땠나?

“법인등기부 등본을 떼서 살펴보니 전문가가 아닌 제가 보기에도 이상한 점이 많았다. 감사보고서가 허술했다. 회계사 3명과 변호사 3명에게 자료 검토를 부탁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2015년 말 최소 100억원 이상을 들여서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주를 매입한 건 확실하다고 하더라. 2015년, 당시 10대인 아들과 20대인 딸이 자본금이 30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청소년 두 명이 만든 페이퍼컴퍼니가 100억원대 돈을 빌려 이스타항공 주식을 샀다?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상했다. 취재 결심이 섰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했다. 그는 7년 전 이스타 항공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한다. 하지만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짜리 이스타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아들과 딸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작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했다. 그는 7년 전 이스타 항공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한다. 하지만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짜리 이스타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아들과 딸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작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거래다.

“결국엔 이상직 의원이다. 이 의원에 의해 무언가 많은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사모펀드가 빌려준 돈이 80억원. 연 이자율이 4%. 아무리 좋은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10대와 20대 청년이 만든 30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8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어떤 경영 활동도 없었다. 사모펀드가 80억을 빌려줄 땐 상식적으로 담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담보로 잡은 이스타항공 주식 가치가 주식 가치 보고서에 0원이라고 나온다. 상식적으로 뭘 믿고 이런 거래가 일어난 것이냐.”

- 국회의원이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고위 공직자 아들과 딸이 지분 100%를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회사를 승계한 과정이 올바른가. 과연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 의원 딸인 이수지는 사실상 이스타항공 오너다. 이수지에게 찾아가서 여러 가지를 물어도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한다. 실제 사모펀드 대표를 만나 들은 말이 있다. 사모펀드 대표가 마지막에 도장 찍을 때 딸을 딱 한 번 봤다고 말했다. 그런데 ‘딸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고 하더라. 결국엔 이상직 의원이다.”

▲지난 3일 이상직 민주당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항공 대표는 브랜드마케팅본부장직에서 사임했다. 하지만 이스타홀딩스 대표직은 유지하고 있다. JTBC 기자가 이수지 대표에게 자본금 30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에 8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투자 지원을 어떻게 받았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말한 뒤 화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3일 이상직 민주당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항공 대표는 브랜드마케팅본부장직에서 사임했다. 하지만 이스타홀딩스 대표직은 유지하고 있다. JTBC 기자가 이수지 대표에게 자본금 30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에 8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투자 지원을 어떻게 받았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말한 뒤 화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 관리 감독하는 국토부 등은 제대로 감시 역할을 했었나?

“이런 페이퍼컴퍼니가 국내 유력 저비용항공사의 최대 주주라는 사실을 용인한 것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싶다. 최대 주주는 아들이다. 아들은 미국에서 아마추어 골프선수로 활동한다. 최대 주주가 될 당시 10대 학생이다. 이런 사람이 국내 저비용항공사를 지배하는 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정부가 판단한 건지 묻고 싶다. 국토부는 법대로 했다고 하더라. 임원진이 외국인 여부인지만 따졌지 다른 건 살펴볼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 허술했다. 이스타항공이 결코 작은 회사가 아니다.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되는 동안 국토부는 과연 뭘 했을까.”

- 이번 사안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고 있나?

“평범한 회사원 문제가 아니다. 이 의원은 21대 현역 국회의원이고, 19대 국회의원이었다. 20대 국회 때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다. 고위 공직자였다. 누구보다 투명하게, 공정하게 생활해야 할 사람이 본인 아들과 딸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과정이 과연 공정했는가. 누구도 공정하다고 답할 수 없을 것이다.”

- 취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지금도 답을 결코 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면 본인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책임 있게 해명해야 한다. 평범한 사인(私人)이 아니다. 매일 전화하고 문자하고 심지어 집 앞에 찾아가서 만나자고 하지만 그는 답이 없다. 실제 만난 적 있지만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외면하고 무시하고 있다. 초선 의원도 아니고…. 과연 이 행태가 올바른가.”

▲JTBC 탐사보도1팀이 이상직 의원에게 찾아가 의혹에 대해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 탐사보도1팀이 이상직 의원에게 찾아가 의혹에 대해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 참여연대가 국세청에 이 의원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 조사를 요청했다.

“참여연대가 보도 첫날 연락해왔다. 저희가 취재한 자료를 다 공유해줬다. 국세청에 정식으로 조사 요청을 했다. 제대로 조사가 된다면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

-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많이 만나봤나?

“진짜 절박하더라. 20대 후반, 30대 청년들이었다. 일용직 노동자로 건설현장, ‘쿠팡맨’으로 일하고 있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소득이 끊겼다. 직원들은 현재 경영난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했다면 억울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경영난은 오너의 경영 실패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경영진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인터뷰를 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경영진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인터뷰를 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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