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되자 채널A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자가 취재물을 내놓기 전의 ‘취재 행위’로 구속된 초유의 사태에 기자들의 좌절과 분노가 커지고 있고,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 수사팀의 칼끝이 재차 채널A를 겨냥하고 있어서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오후 이 기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했고, 향후 계속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높다고 보인다.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 기자 구속 직후 한국기자협회 채널A지회는 “무엇보다 ‘강요미수 혐의’로 기자를 구속한 것은 한국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크게 손상시키는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해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언론자유 침해’라는 논리다.

채널A의 ㄱ기자는 “이동재 기자 취재 방식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전례 없는 사유까지 대면서 구속 수사할 사안인지 이견이 많다. 한동훈 검사장과 엮으려는 검찰에 의해 (이 기자가) 희생됐다고 보는 관점이 많다. 사내에는 구속 수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진 뒤 이동재 기자를 해고했던 회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채널A의 ㄴ기자는 “안타깝지만 구속을 예상하긴 했다. 이동재 기자가 구속된 걸 보니 이 회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채널A 법조팀 소속이었던 김아무개 기자는 사내게시판에 “지금 구속된 이는 35살 시민 이동재가 아니라 채널A 소속이던 이동재다. 이것이 개인만의 잘못인가. ‘채널A는 믿어도 된다’면서 말리는 사람은 왜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회사를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4월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채널A 기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2박3일간 현장 대치했다. 사진=채널A 노동조합 제공.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4월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채널A 기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2박3일간 현장 대치했다. 사진=채널A 노동조합 제공.

동료 기자 구속을 바라보는 법조 기자들 의견도 분분하다. 다만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는 비판적이다. 종합편성채널 소속의 ㄷ기자는 “이동재 기자의 증거인멸은 심각했다. 지금 이 기자의 소송대리인 주진우 변호사가 사실상 한동훈 소개로 수임된 상태라 앞으로도 말 맞추기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관점에선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떳떳했다면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고의로 임의 제출을 지연하는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취재원 보호’ 등을 휴대전화 포맷 이유로 내세우기엔 이미 수사가 고속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종편 소속의 ㄹ기자는 “법조 기자 생활을 오래한 편인데, 검찰과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해 영장을 발부한 경우는 처음 봤다. 여론에 치중한 발부가 아닌가 우려된다”며 “구속영장 청구부터 무리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법원에서 바로잡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지의 ㅁ기자는 “강요 범죄가 대표 죄명으로 구속되는 경우는 지난 수년간 법조를 출입하면서 들어본 적 없다. ‘강요미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된 것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 비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합일간지의 ㅂ기자는 “구속 수사할 만큼 혐의가 중하지 않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강요‘미수’다. 증거인멸은 구속할 만한 요건이니까 납득이 가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표적 언론 시민단체들 의견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만 채널A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포함해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취재원 비닉권 등 ‘언론제도의 특수성’이 ‘수사의 필요성’과 비교해 균형 있게 고려되고 있는지 우려한다”(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언론 자유는 불법적 취재 행위를 보장하기 위한 가치가 아니다”(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등으로 나뉘고 있는 상태다.

구속영장 발부 후에도 이 기자 및 한 검사장 측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양대 공영방송이 검찰 수사 내용에 근거해 지난 2월에 있었던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녹취 일부를 보도하며 ‘검언유착 의혹’을 뒷받침하자 이 기자 측은 21일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위쪽부터) 지난 18일 보도된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20일 보도된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위쪽부터) 지난 18일 보도된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20일 보도된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MBC는 지난 20일 이 자리에서 한 검사장이 여권 인사의 범죄 의혹을 겨냥한 이 기자 취재에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으나 이 기자가 공개한 녹취 전문을 보면, 한 검사장이 “(유시민에는) 관심 없다.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다”,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정치인 수사도 아니니”라며 선을 긋는 대목도 분명하다. 녹취록에 대한 ‘해석’만으로 범죄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한 검찰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다.

▲지난 4월29일 검찰 수사팀이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에 진입하는 모습. 사진=채널A 노동조합 제공.
▲지난 4월29일 검찰 수사팀이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에 진입하는 모습. 사진=채널A 노동조합 제공.

실제 검찰 수사팀은 지난 20일 오후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채널A 관계자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시 강수진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본사 입구에서 어떤 증거물을 수집하러 왔는지 확인했고 채널A 측은 이날 오후 6시 대책회의를 소집해 회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검찰의 채널A 본사 압수수색과 같은 대대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채널A 측이 검찰 수사에 재차 협조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채널A에 어떤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검찰이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자료 원본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진상조사위가 지난 4~5월 가동됐던 만큼 검찰이 초기 주요 자료를 확보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기자 측이 녹취 전문을 공개하자 “이 기자 등의 범죄 혐의 유무는 특정 녹취록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확보됐거나 ‘앞으로 수집될 다양한 증거 자료들’을 종합해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채널A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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