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전문 일간지 건설경제신문 노동조합이 “신문 1면과 주요 지면이 대주주 사진, 인터뷰, 특별기고로 도배되고 있다”며 대주주의 편집권 개입을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건설경제 주요 주주는 대한건설협회(54.34%), 건설공제조합(45.21%), 재단법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0.45%)이다.

건설경제 노조는 13일 성명서를 통해 “대주주 뉴스에 관한 한 건설경제 편집권은 길을 잃었다. 취임 100여일 동안 인터뷰 3회, 기고 4회, 1면 5회 등 노골적 대주주 편애다. 매주 1회 이상 대주주 관련 기사가 실린다”고 비판했다.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이 지난 3월 제28대 대한건설협회장에 취임한 후 그에 대한 ‘홍보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취임 후 136일 동안(7월15일까지) 김 회장의 전면 인터뷰 기사는 3차례 실렸고, 김 회장 인터뷰를 포함해 특별기고 및 동정 보도 등을 합치면 총 33건에 달한다. 노조가 비판 성명을 발표한 후인 지난 15일에도 “김상수 건협 회장, 박성민·정동만 의원과 좌담회”라는 제목으로 동정 보도가 실렸다.

노조는 “대주주의 편집권 간섭은 도를 넘었다. 기사 방향과 지면, 사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지시한다”며 “건설경제는 대체 누구를 위한 신문인가. 지금 가는 길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편집권 간섭 및 신문 제작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한 이유다.

노조는 회사가 오는 10월을 목표로 건설 분야 전문지에서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같은 ‘종합경제지’로 전환하려는 것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노조는 “3년을 차근차근 준비해도 모자랄 일을 3개월 만에 제호·판형을 바꾸고 종합경제지로 도약하겠다니 헛웃음만 나온다. ‘혁신은 속도전’이라지만 이 정도면 혁신을 빙자한 날치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뒤늦게 종합경제지 시장에 뛰어드는 후발 주자로서 비전과 전략, 투자 없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걱정과 우려다. ‘건설’이라는 특화한 전문영역을 스스로 약화하면서까지 종합경제지 전환에 실익이 있을까라는 반문이기도 하다.

▲ 건설경제신문 노조가 “신문 1면과 주요 지면이 대주주 사진, 인터뷰, 특별기고로 도배되고 있다”며 대주주의 편집권 개입을 비판했다. 대주주인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은 지난 3월 취임한 후 현재까지 세 차례 건설경제와 인터뷰했다.
▲ 건설경제신문 노조가 “신문 1면과 주요 지면이 대주주 사진, 인터뷰, 특별기고로 도배되고 있다”며 대주주의 편집권 개입을 비판했다. 대주주인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은 지난 3월 취임한 후 현재까지 세 차례 건설경제와 인터뷰했다.

김태형 건설경제 노조위원장은 15일 통화에서 “우리 건설경제는 건설 분야에서 탄탄한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며 “물론 종합경제지로의 전환을 환영할 순 있겠지만, 종합경제지 시장 파이가 한정된 상태에서 지금도 경제지 기자들은 영업 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제대로 된 준비와 투자, 전략 없는 종합경제지 전환의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종합경제지 전환, 제호·판형 변경’ 작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직원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 조직을 통해 경제·타당성 분석을 거친 후 차근차근 진행하라는 입장이다.

사측은 입장이 확고하다. 먼저 편집권 침해라는 지적에 김형철 건설경제 사장은 15일 “지금은 코로나19로 국내외 건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대주주인 협회나 단체장이 건설업계를 대변해서 애로사항을 호소하거나 대정부 건의를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이것이 편집권 간섭인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기가 호전되고 종합경제지로 전환된 후에는 이런 문제들이 자연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주주라기 보다는 대한건설협회장이라는 단체장을 인터뷰한 것”이라며 “건설경제신문은 지난 56년 동안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정론지로 자리매김했으니 그런 인터뷰 기사가 크게 이상할 게 없다. 사익을 추구하거나 공익을 해친 것도 아니고 건설현장 어려움을 호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건설경제 7월6일자 1면.
▲ 건설경제 7월6일자 1면.

김 사장은 종합경제지로의 전환에 “나는 스마트한 경제지를 지향한다. 신개념 경제지다. 지금 언론계에 경쟁자가 있다면 SNS”라며 “종합경제지 전환을 계기로 온라인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건설경제의 특장점을 살리면서 정치, 경제, 산업, 금융, 증권 등을 보완하고 경제나 산업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한다면 독자층을 지금보다 더 넓힐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건설경제 인력규모는 72명이다. 이 가운데 기자는 46명이다. 이 인력만으로 종합경제지 전환은 쉽지 않다는 게 노조 판단이자 업계 평가이기도 하다. 이에 김 사장은 “일부 데스크를 포함해 경력 기자를 충원할 계획이다. 오는 10월12일 재창간 수준의 탈바꿈을 위해서”라며 “언론사 투자는 인적 투자와 IT 부문 투자로 나뉜다. 각 분야 전문인력은 수시로 채용할 계획이다. 콘텐츠 양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서버 등 IT투자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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