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여성단체와 인권·법률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관련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피해호소 직원과 함께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그간 성추행 발생과 고소 시점 앞뒤로 불거진 시 책임 관련 사안은 거론하지 않아 취재진 질문이 서울시의 2차 가해 책임과 조사단의 실효성에 쏠렸다.

서울시는 15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고 박 시장의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가 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처음 입장을 밝히는 자리다. 피해자와 여성인권단체들은 지난 13일 시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또 피해자가 지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8일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을 알렸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해명 요구가 일었다. 박 시장은 다음날인 9일 실종됐고 숨진 채 발견됐다.

기자회견이 열린 시청 브리핑룸은 기자회견 시작 전인 오전 10시30분부터 기자들로 가득 찼다. 취재기자 60여명, 카메라·영상기자 60여명 등 최소 120명의 기자가 몰렸다. 

▲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운영해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겠다. 구성과 운영방식, 일정은 여성단체 등과 구체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했다.

황 대변인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직원에 대한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도 말했다. 황 대변인은 “2차 가해가 확인될 경우 징계 등을 통해 엄정 대응하고 부서장도 문책할 것”이라며 “언론과 시민 여러분도 해당 직원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나 비난을 중단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상담과 정신적 치료 등 지원, 심신 및 정서 회복을 위한 치료회복 프로그램 지원, 주거안전 지원 등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끝으로 대변인으로서 한 가지 부탁 말씀한다”며 “명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는 피해호소 직원에게 2차 피해를 발생시키고 또 다른 노출을 불러올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진실이 중요한 시기”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이어 “관계 없는 직원 사진 피해고소인으로 지칭돼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자제를 부탁했다.

서울시는 피해자가 그간 동료와 비서관 등에게 피해 사실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고 밝힌 점, 고소 뒤 서울시 측이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을 알려 대책회의를 가진 점 등 서울시 차원의 방조와 책임 회피 의혹엔 입장을 밝히지 않아 기자 질문이 여기에 쏠렸다. 민관합동협의체의 실효성에도 질문이 나왔다.

기자들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조관이 고 박원순 시장에게 위력에 의한 성추행 혐의 고소 사실을 알렸다는 증언이 사실인지 3차례 질문했다. 황 대변인은 “젠더특보께서 직접 말씀해야 할 부분”이라며 “조사단에서 그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규명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기자들은 피해자 측이 서울시에 위력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계속 알렸다는 내용에 대해 2차례 물었다. 황 대변인은 “특정하기 어렵고,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규명 과정에서 제대로 뉴스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시가 ‘피해호소 직원’이란 용어를 쓰고, 서울시 장례위원회가 피해자 측 기자회견 개최 자제를 요청한 데에도 질문이 나왔다. 서울시는 “직원이 서울시에 공식으로 피해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서울시 장례위원회의 입장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입장 발표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시장 장례일이기에 그날만큼은 추모하는 시간으로 부탁했다고 안다”고 했다.

황 대변인은 민관합동조사단의 권한과 추후 조치, 실효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이 강제조사권이 없어 조사에 실효성이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전문가가 판단해 여러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사를 통해 가해자로 밝혀진 서울시 직원을 수사기관에 넘길지를 두고도 “전문가가 참여하기에 조사에 방향, 구체적 사안을 판단해 전문가들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비서실에 이미 여성인권 단체와 법률전문가 등이 구성돼 있는데도 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엔 “전문가들은 지식과 경험을 많이 가졌고 전문성이 있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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