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자들이 지난 6월 구속 위기에 처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입장을 객관적 사실처럼 전달해 논란을 산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한쪽 입장을 단정적으로 표현해 공정하지 않다는 오해를 살 만하다며 ‘데스크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산하의 공정보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열린 노사편집위에 분식회계·시세조종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삼성그룹 기사 2건을 안건으로 올렸다. 노사편집위는 불공정 보도 등 문제를 감시·논의하는 노사 공동 기구다.

연합뉴스 산업부의 6월4일자 “삼성, 검찰 역습에 ‘참담’ 경영차질 빚나 초비상” 기사가 안건 중 하나다. 4일은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다. 기사는 “이 부회장 구속이 이뤄질 경우 삼성의 미래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게 됐다”거나 “2017년 이 부회장 법정 구속이 결정됐을 때도 글로벌 경영 차질 등 후유증이 상당했다”고 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또 기사는 “(재계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진 가운데 삼성의 경영 차질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거나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온 삼성의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범국가적인 차원의 경기 회복 노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자본시장을 교란한 중대 혐의를 사는 기업인 한 명의 신병과 국가 경제 위기를 직결시킨 표현으로 그 자체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 시스템을 무시하는 인식인데다 실제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죄로 구속된 2017년 삼성전자 영업 이익은 2배 가량 급증했다.

노측은 “삼성 입장을 과도히 대표했다는 이유로 KBS1 라디오의 ‘주진우 라이브’ 등에서 친여 논객들에게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며 “논란이 있고 민감한 기사일수록 드라이하게 처리하는 게 맞다. (위 기사는) 데스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사측은 이에 “분석이 아니라 삼성 내부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보니 삼성 이야기만 잔뜩 들어갔다 느낄 수 있다”며 “삼성 반응을 쓰는데 참여연대나 다른 시민단체 목소리를 같이 넣어 줘야 하느냐는 것은 관행과 안 맞다. 사회부에서 삼성 비판하는 기사를 낼 때도 삼성 의견을 넣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한쪽 반응을 전하면서 자극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형용사, 부사 표현들은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노측은 다시 “기사엔 단정적 표현이 많다. 인용부호가 없거나 (삼성 측) 보도자료에나 나올 법한 문장도 있다”며 “우리만 오해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모두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삼성 관련 이슈 주목도가 높아 작성자가 빨리 쓰느라 그런 면이 있다면 데스킹에서 걸러주는 게 필요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이 밖에 노사편집위는 삼성 측 ‘검찰수사심의위’ 신청을 다룬 사회부 기사를 두고 데스크의 부당 지시 논란을 다뤘다. 도마 위에 오른 건 지난 6월3일자 “막판 ‘검찰수사심의위 카드’ 꺼낸 이재용..檢수사 변수 될까” 기사다. 일선 기자들로부터 “데스킹 과정에서 검찰의 기소 결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등의 삼성 주장이 과도히 삽입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측은 특히 당시 데스크가 삼성에서 항의를 받았다며 “삼성이 (삼성 측)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교수나 법률가들 이름과 연락처를 준다고 하니 한 명 정도 멘트를 넣어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노측은 “사실상 삼성 측 인물의 발언을 제3자로 위장해 기사에 담으라는 것으로,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넘어 독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측은 이에 “이 기사는 삼성 측이 검찰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배경과 의도, 파장, 전망까지 전체적으로 짚는 기사”라며 “데스크는 기사가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가능성이 낮고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검찰 시각이 반영됐다고 봤던 것 같다. 그만큼 삼성 입장도 함께 보며 큰 그림을 그려달라는 취지에서 지시를 내렸다고 파악했다“고 반박했다. 

사측은 ”기업이든, 검찰이든 한쪽 입장만 대변하면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큰 상황에서 대체로 중립적으로 가자는 취지였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봐도 데스크와 기자 사이에서 의사전달과 커뮤니케이션상 오류 등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또 ”기사는 결과적으로 현장 기자 의견대로 송고됐으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참고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