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노동자들이 출판문화발전 정부포상 대상자에 ‘갑질’ 출판사들이 포함됐다며 이들에게 결코 포상을 줘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전국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는 9일 지난달(6월26일) 공개된 포상 대상자 명단과 관련해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주최 측 이메일로 의견을 보내는 동시에 출판계에 만연한 행태를 널리 알리고 정부와 사용자단체의 안일한 노동인식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문제 삼은 대상자는 ‘한울엠플러스’, ‘한솔교육’이다. 우선 한울엠플러스에 대해 출판노조는 “상상 그 이하인 ‘1/14 연봉’ 지급과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도 공휴일 출근과 새벽에서 야간까지 이어지는 무리한 근무 환경을 만들었다. 출판납기를 맞추기 위해 한 사람당 서너권씩 무리한 일정을 버텨내야 했다”고 지적했다. ‘1/14 연봉’은 12개월 임금, 퇴직금, 상여금을 합쳐 연봉을 계산하고 그 총합의 14분의1을 임금으로 줬다는 의미다. 소위 ‘임금(연봉) 뻥튀기’ 수법이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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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노조는 인기동화 ‘구름빵’을 둘러싸고 작가와 저작권 분쟁을 벌인 ‘한솔교육’도 비판했다. 

출판노조는 “한솔교육과 한솔수북이 ‘구름빵’ 저작권을 두고 벌인 일은 갑질의 전형적 형태였다”며 “당시 신인이었던 백희나 작가의 지위를 악용한 이 회사는 저자의 계약서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품은 회사 입맛에 맞춰 저작자 의도와 다르게 변형됐다. 저자는 기나긴 법정싸움과 출판사의 작품 훼손 과정에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출판노조는 “출판계에 만연한 갑질과 노동환경 저해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도 있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여러번 지적된 유통구조 하나도 여태 바로잡지 못했다. 사용자들에게만 달콤한 포상을 할 뿐이고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노동환경이 제공되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세종도서 등을 선정하는 기준에 임금체불 사업장을 배제한다는 원칙 하나만 세웠을 뿐 출판사가 노동인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관심도 없다. 우리는 안일한 인식으로 찍어내듯 포상하는 정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울엠플러스(주)는 미디어오늘에 “출판업계의 오랜 경영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임금 체불을 하지 않은 기업에 ‘임금 뻥튀기’ 운운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공휴일 출근과 야간 근로 주장은 명백한 잘못이다. 노동부 감독 아래 유연근무제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전해왔다.

김원중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사무국장은 “실제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유감스럽다. 외적인 언론 보도에만 대응할 게 아니라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했으니 노조 요구를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져야 맞다고 생각된다”며 “근로기준법 최저기준만 준수하면 괜찮은 줄 아는 사용자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출판협회가 지난 10일까지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공적심사를 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2020년 출판문화발전 유공자 정부포상 후보자 공개검증’ 대상은 △강맑실 (주)사계절 출판사 대표이사 △김종수 한울엠플러스(주) 대표이사 △류제동 (주)교문사 대표이사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변재용 (주)한솔교육 대표이사 △장주연 (주)군자출판사 대표이사 △주병오 (주)지구문화 대표이사 △한철희 (주)돌베개 대표 등이다.

[기사 수정 : 14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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