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수색하고 옮기는 현장을 전달한 다수 영상 보도를 보면 각종 보도 가이드라인이 무색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자살자의 시신을 촬영하면 안 된다. 따라서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보건복지부 자살보도준칙은 “사진이나 영상 장면 방송을 피해야 한다”고 정했다. 

11일 유튜브와 다시보기 영상 등에 따르면 KBS와 채널A 등 매체가 박 시장 시신이 들것에 옮겨지는 모습을 클로즈업 샷으로 흐림 처리해 내보냈다. 일부 매체는 현재 유튜브상 방영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일부 방송사 보도국은 사건 당일 자살보도 권고기준과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진과 영상보도 관련 내부 원칙을 세워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와 SBS는 지난 9~10일 수색과 운구 현장을 취재했지만 박 시장 운구 모습 등을 찍은 장면과 영상은 사용하지 않았다.

MBC 뉴스콘텐츠편집부는 10일 부서 차원에서 시신이 운반되는 모습은 물론, 빈 들것을 비춘 영상 사용도 금지했다. 흐림 처리한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암시해 시청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뉴스콘텐츠편집부는 박 시장 유족의 얼굴, 분향하는 다수 시민 얼굴이 등장하는 부분도 흐림 처리하도록 했다. 박 시장의 생전 영상을 사용할 때도 함께 등장하는 일반 시민에 대한 흐림 처리도 당부했다.

▲10일 MBC 실시간 보도 갈무리.
▲10일 MBC 실시간 보도 갈무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지한 나준영 MBC 뉴스콘텐츠편집부장은 “피사체 존엄과 시청자 입장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방송사들이 문재인 대통령 모친의 시신 운구 장면을 뉴스에 그대로 노출해 큰 문제가 됐다.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올해 나온 영상제작 가이드라인을 기준 삼아 지침을 정했다”고 했다.

SBS도 보도본부 차원에서 지시를 내렸다. 글과 영상을 막론하고 죽음의 원인을 단정적으로 표현하지 말도록 했고, 사진과 영상의 경우 박 시장 시신을 찍지 못하도록 했다.

조정 SBS 뉴스혁신부장은 “보도국은 통상 보건복지부의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참고한다. 최우선 조항은 ‘보도를 최소화하라’다”라며 “그러나 고 박 시장의 경우 사회 영향이 워낙 큰 사안이라 양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웠다. 이에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사건이 불거진 초기부터 ‘직접적인 사진이나 영상 보도를 최소화하고, 매우 유의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10일 SBS뉴스 갈무리
▲10일 SBS뉴스 갈무리

미디어가 자살 사건을 보도하며 쓰는 단어, 사진과 영상 이미지는 우울증을 겪거나 자살 고위험군에 놓인 뉴스 수용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2013년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유명인 5명이 스스로 숨지고 관련 보도가 폭발한 사건 직후 2달 동안 자살률은 전년에 비해 20% 안팎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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