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처럼 비정규직 지위로 방송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사건 조사 결과 및 이행요구안 등 합의를 방기하는 청주방송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배후로 지목되는 대주주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에게 “고인 농락을 그만하라”고도 비판했다. 

고 이재학 PD 시민사회대책위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진상조사 결과를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청주방송이 이 PD 사건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19일, 합의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 지 40일이 훨씬 지났는데도 입장을 거듭 번복하면서 합의를 미루고 있어서다.

이 사건 진상조사에 합의한 4자, 언론노조·청주방송·유족·대책위는 지난 7일 잠정합의안 조인식을 예정했으나 무산됐다. 청주방송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합의서 서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40여일 간 협의한 결과, 4자는 상당 부분에서 합의 지점을 찾았는데 사측이 또 불명확한 이유로 타결을 미룬 것. 

▲고 이재학 PD 시민사회대책위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진상조사 결과를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고 이재학 PD 시민사회대책위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진상조사 결과를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다음 회의 날짜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책위는 7일 “핵심 사안인 고인의 명예회복 방안과 관련해 사측 고집으로 추진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독립 PD인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계속 핑계만 대며 이행안 합의를 비겁하게 미루는데 대표인 이성덕은 합의 의사가 있는데 이두영이 뒤에서 방해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성덕은 아무런 실권도 없이 이두영이 시키는 대로 시간 끌기만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두영 회장은 청주방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주주다. 1999년 이사로 등기돼 2000년부터 20년 간 대표를 역임했고 이 사건 직후 대표이사만 사퇴했다. 이 회장은 모든 진상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이 PD 사망에 대한 회사 책임도 전면 부인한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대책위 측 활동가 2명을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대주주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지부장은 “청주방송의 실질적 소유주인 청주 두진건설의 회장이자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인 이두영은 더 이상 치졸한 협잡질을 그만두고 CJB 청주방송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밝혔다. 

양한웅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는 회견에서 “이제 이두영 회장은 못 믿겠다. 밤새 대책위 텔레그램방을 지켜보며 합의가 거의 도출된 걸 봤는데 다음날 보면 또 번복돼 있다”며 “이두영에게 몇 번을 속고 농락 당했나. 고인을 유린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 이재학 PD 시민사회대책위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진상조사 결과를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고 이재학 PD 시민사회대책위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에 진상조사 결과를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등 디지털콘텐츠 창작가들도 연대 목소리를 냈다. 정화인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총무국장은 “이 PD가 일하고 투쟁했던 흔적들은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등 디지털콘텐츠 창작가들에게도 절절히 와닿았다”며 “이 PD는 분명 명백한 청주방송의 노동자였고 부당 해고를 당했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청주방송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도 “진상조사 결과 이 PD 사망에 청주방송 책임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죽음의 고리를 끊어내고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방송작가들도 또 다른 이재학을 만들지 않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발언했다. 

대책위는 끝으로 “21대 국회는 청주방송 문제 해결에 나서라”며 “이두영 회장은 대책위 구성원 손배소송을 취하하고 청주방송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