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여러분은 연구 안 해봤잖나? 제 재판에서 전라도 출신 판사는 배치하지 말라고 법원장한테 탄원서까지 냈다. 오죽하면 전라도 판사들을 (내가) 인간 취급 안 하겠냐. 마지막으로 분위기가 말이죠. 여기 빨갱이 소굴이에요 뭐예요. 유튜브 영상 30개 지워도 나는 눈 깜짝 안 해요. 엄청난 자료가 있어. 이거 지우면 당신들 얼굴에 똥칠하는 거야. 
박상수(위원장)-말씀을 가려서 하시라.
지만원-내가 말 삼가게 생겼어? (강진숙 위원을 향해) 저게 추미애 눈이지 저게 사람 눈이냐. 
박상수-그렇게 품위 없는 말씀을 하시면…. 
지만원-다 지우세요. 나는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 제작자 지만원씨가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위원장 박상수)에 의견 진술자로 출석해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유튜브채널 지만원TV 영상화면 갈무리.
▲유튜브채널 지만원TV 영상화면 갈무리.

그는 방통심의위를 ‘빨갱이 소굴’이라고 규정했고 전라도 출신 판사는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진숙 위원에게는 “저게 추미애 눈이지 사람 눈이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날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유튜브 채널 지만원TV에 게시된 5·18 역사왜곡 유튜브 동영상 29건과 지만원TV 유튜브 동영상이 링크된 페이스북 페이지 1건 등 총 30건에 시정명령(접속차단)을 결정했다. 통신소위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등 인터넷 게시글 삭제와 차단 여부를 심의한다.

심의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5명의 심의위원 중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을 심의에서 배척해달라는 심의 기피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상로 위원은 지난해 3월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보수 유튜버들 심의를 앞두고 관련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이상로 방통심의위원, ‘5·18 망언 심의 정보 유출’ 사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인 조아무개씨는 지난 1일 이상로 위원 기피 신청서를 방통심의위에 제출했다. 기피 사유는 그동안 이 위원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일삼아 왔고 해당 위원이 있으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법무팀은 기피 신청인이 5·18 민주화운동 당사자는 맞지만, 이 위원이 이번 안건 게시글에 대해 발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 기피신청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다.

박상수 소위원장은 이날 통신소위에서 이상로 위원에게 “기피 여부를 결정할 동안 잠시 이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위원은 “한마디하고 가겠다. 특정 건에 대해 기피 신청을 논의하게 되면 우리 위원회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발언한 후 퇴장했다.

심의위원 3인(정부·여당 추천 강진숙·김재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소위원장)은 배척 ‘기각’을, 정부·여당 추천 심영섭 위원은 배척 ‘인용’을 주장했다. 심 위원은 “최근 전광삼 상임위원이 자리를 잃었다. 심의위원은 자신의 행동에 뒤따르는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발언한 지만원TV 유튜브 영상 목록들. 유튜브채널 지만원TV 영상화면 갈무리.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발언한 지만원TV 유튜브 영상 목록들. 유튜브채널 지만원TV 영상화면 갈무리.

회의장에 지만원씨가 입장하자 박상수 소위원장은 “질의응답에 앞서 모두발언 시간을 5분 정도 드리겠다.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씨는 “시민단체 500만 야전군을 운영하는 지만원이다. 저는 원래 이 자리에 나오지 않으려 했다. 나와봤자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여러분들이 뭘 오해하고 있는지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발언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지 말라.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지만원은 준비해온 PPT를 방통심의위에 띄워달라고 요청한 뒤 “북한군 개입이 삭제될 수 없는 이유를 말한다. 광주지법에서 북한군 개입은 없었다고 판결한 근거는 네 가지다. 1997년 대법원 판결로 법률적으로 종결된 것, (2013년 국무총리를 지낸) 정홍원도 북한군 개입이 없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 했다는 것, 전두환도 모른다 했다는 것, 미국 CIA도 모른다 했다는 것 등인데, 다 틀린 말”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10분도 넘었다”고 말하자, 지씨가 “그러지 좀 마라. 이것만 하면 다 끝나는데? ‘광주에서의 희생자 수가 예상보다 적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주어져 있던 자위권을 발동하지 않고 끝까지 자제한 계엄군의 덕분이었다. 진압과정에서 계엄군이 발휘한 출중한 계략도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라고 말한 미 보고서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박 위원장이 “마무리해달라”고 말하자 지씨는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왜 자꾸 그래요!”라고 소리쳤고, 심 위원도 “마무리하시죠”라고 외치자, 지씨는 “폭동, 폭력이냐! 위원장님 있는데 왜 나서느냐”고 맞받아쳤다.

심 위원이 “의견진술은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고, 강 위원도 “무슨 특권이 있으시길래 이 자리에서 이런 식의 발언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지씨는 “싸우는 거예요? 나는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여기 싸움하는 거예요? 자제하세요!”라고 말했다.

강 위원이 “자중해달라”고 말하자 지씨는 “자제하세요”라고 큰소리쳤고, 다시 강 위원이 “자중해달라”고 하자 박 위원장은 “마무리해달라”고 했다. 지씨는 “마무리하는데 왜 자꾸 그래요? 듣기 싫으면 처음부터 듣기 싫다고 하세요”라고 말하면서 퇴장했다.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은 홀로 ‘해당없음’을 주장했지만 심의위원 4인(정부·여당 추천 강진숙·김재영·심영섭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소위원장)은 ‘시정요구(접속차단)’을 주장했다. 

심의위원들은 “들으면서 느낀 건 기이한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북한군 개입이 있었다고 연결하는 기괴한 논리를 펼친다.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진상규명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조사 대상 가운데 하나로 들어간 것일 뿐인데, 맥락을 거세하고 단편적 부분만 부각해 마치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며 “유해 정보로 판단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