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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론 제1장 상품
21세기 자본론 제1장 상품

여기 유별난 상품이 하나 있다. 다른 상품들은 구매할 때 대가를 지불하지만 이 상품은 구매 후 한 달 정도 사용한 후 대가를 지불한다. 이 상품은 물리적 힘이나 정보를 제공하며 소모되기 때문에 재사용을 위해 주는 대가다. 그러나 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상품은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대가를 지불하며, 다른 상품은 스물세 달 동안, 때로는 몇 주만을 대가를 지불하고 버려진다. 안정적인 대가를 받기 위한 상품이 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단지 돈만 필요하지 않다. 유명한 브랜드 몇 개는 붙이고 있어야 하고, 몇 년을 걸쳐 준비하여 품질을 증명할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 상품이 되기 위해 유무형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대가가 가장, 아니 오직 그것만이 중요하다.

사실 이 상품은 판매 후 얼마나 쓸모가 있고 유용한지는 오직 구매자, 즉 사용자만이 판단한다. 상품이 인정받고 싶은 것은 사용자가 요구하는 쓸모뿐이며 이 인정으로 얻게 되는 더 많은 대가다. 그러나 이 상품이 더 유별난 것은 다른 상품을 만드는데 쓰인다는 점이다. 이 상품은 자신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상품에 치명적인 질병을 낳을 수 있는 유해물질이 들어가도, 사용 중에 큰 사고를 당해도, 소비자가 만족을 느끼지 못해도 큰 문제가 아니다. 오직 정해진 오랜 기간 동안 안정된 대가를 받는 것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정거래가 반드시 필요하다. 같은 상품이라도 단기간만 쓰이고 버려지는 상품이 어떻게 그토록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상품과 유사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가. 수시로 버려지는 상품은 그만큼의 투자도, 어렵게 붙인 브랜드도 없다. 사용자가 요구하는 쓸모에 맞는지도 모른다. 불공정 거래는 도처에서 벌어진다. 이미 단기간에만 쓰여지는 상품이 다시 쓰여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르는지, 자신을 통해 만들어지는 상품이 사용자가 아니라 소비자와 공동체를 위해 어떤 쓸모를 가져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오랜 기간 안정된 대가를 받을 수 있으면 된다.

이미 쓰여지고 있는 동일한 상품들도 다르지 않다. 갑작스레 이 상품의 대가가 달라지는 것은 당혹스럽다. 이 상품은 자신이 받은 대가를 또 다른 상품의 재생산을 위해 쓰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렵게 밟은 과정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자기보다 더 나은 브랜드를 붙이기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여 사용자에게 구매를 강요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거래다. 게다가 이 상품량이 늘어나면 기존 상품에 대한 대가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니 절대로 공정하지 않다. 그래서 최근 이런 불공정거래에 대한 항의가 곳곳에서 터져나고 있다. 최고위 사용자를 향한 청원도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지.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이 상품이 되고 싶음을, 또는 이미 이 상품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정규직이라는 노동력 상품이 그것이다. 이 상품이 유별난 이유는 사람이 스스로를 상품으로 대상화하기 때문이다. 인격과 노동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에도 우리는 이렇게 자신을 공정하게 거래되어야 할 상품으로만 여긴다. 심지어 자신이 만들어 판매되는 상품에도,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의미는 사용연한이 보장된 채 받는 대가인 연봉뿐이다.

▲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청원경찰의 정규직 채용을 둘러싼 항의의 본질은 ‘상품이 상품을 만드는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불공정 거래에 있다. 청원경찰의 노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노동이 안전을 위해 왜 필요한지, 그 노동에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가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우리는 공정하게 거래되어야 할 상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청원경찰은 상품이 아니라 당신과 같은 사람이다. 물론 절대로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항변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과 나도 같은 사람이 아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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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7-05 13:53:51
옆 나라 일본이 왜 하청사회(3~7단계, 서로 수수료 더 받으려는 구조)가 되고, 아웃소싱 사회가 됐는지 조금만 알면 이런 일은 못 한다. 계약직이 많아지면서, 정규직 연봉도 줄어들고 정규직 자체(언론이 이제는 계약직과 정규직 갈등을 일으켜 정규직 연봉을 깎고, 같은 계약직으로 만든다)도 줄어드는 걸 모르는 건가. 당장 일본의 정규직을 봐라. 임금은 계속 줄고, 정규직 수도 계속 줄고 있다. 탐욕을 줄여라. 나만 살고자 한다면, 모두가 침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