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기본소득인가. 기본소득이 정치권 화두에 올랐지만 개념과 구상은 제각각이다. 지난 1월 이를 당명에 내걸고 창당한 기본소득당은 월 60만 원의 현금을 조건 없이 지급하자고 주장해왔다. 시민재분배 기여금, 탄소세, 토지보유세 등을 기본소득을 위한 목적세로 거두는 구상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본소득이 ‘사회 전반의 재설계’ 담론으로서 2022년 대선의 주요 화두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라는 슬로건은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을까.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용 의원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본소득이 정치권 주요 의제가 됐다.

“반가운 일이다. 기본소득당이 21대 국회에 진출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첫 번째 목표였다. 다만 지금은 기본소득에 대한 ‘말’들만 등장하는데 정치권 내에서 좀 더 실체 있는 논의를 어떻게 진행할지 길을 만들어 가는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실체가 없다는 건가.

“어떻게 실현할 건지, 국민적 공론화는 어떻게 진행할지, 재정은 어떻게 마련할지, 도입 시기와 규모는 어떻게 할지 등등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

-한 인터뷰에서 “‘유사품’에 기본소득이란 말이 붙는 건 난감하다”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기본소득의 조건 중 하나가 무조건성과 보편성이다. 일부 정치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취약계층을 선별해 지급하겠다’는 거다. 예컨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K기본소득(청년·취약계층 중심 선별 지급)’을 얘기했는데 선별 조건의 현금수당 정책에 ‘기본소득’ 이름이 붙는 건 ‘유사품’이라는 문제의식이 있다.”

기본소득당이 제시한 ‘월 60만 원’은 2020년 기준 1인가구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가 약 53만 원이라는 데 근거한다.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국가가 보장하도록 하자’는 원칙이다. 재원은 시민재분배 기여금, 탄소세, 토지보유세를 도입해 마련하는 것이 기본소득 취지에 부합하고 국민을 설득시키기 더 수월할 거라 봤다. “국가재정에 대한 국민적신뢰가 높지 않아 증세 논의가 반발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목적세’를 걷어야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탄소세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정부·여당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실질적인 탄소 감축 방안으로 에너지 전환과 함께 탄소세 도입이 필요하다. 탄소세 자체는 역진적이다. 저소득층 노인과 아동에게는 최소한의 냉방·난방이 생존 문제라 돈이 많은 사람보다 부담스러울 수 있다. 탄소세를 다른 재원으로 쓰는 게 아니라 n분의1 배당형태로 사용해 역진성을 해소하고자 한다. 토지보유세는 재산세 실효세율이 0.1%에 불과한 한국에서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으로 도입해 일부 재원을 마련하자는 생각이다. 토지에 1.5% 보유세 부과를 생각하고 있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실 제공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실 제공

-왜 부동산이 아니라 토지인가.

“일단 토지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다. 개인 자산에 대한 과세는 종부세처럼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토지라는 인류 공통 자산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는 담론이 형성되면 토지보유세 이후 부동산 불평등 문제도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땅값’은 땅 자체보다 사회적 인프라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사회적 인프라로 발생한 이윤 일부를 두의 것으로 돌리는 개념으로서 토지보유세와 이를 재원으로 한 기본소득까지 연동해 제안하는 것이다.”

-시민재분배 기여금도 더 설명해 달라.

“모든 소득의 15%를 거두는 ‘평률세’다. ‘핀셋 지원’을 위해 20조 증세한다면 대부분 국민은 반대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보통 70% 정도가 수혜를 보도록 설계하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은 자신이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을 수밖에 없고 증세 규모 자체는 크지만 조세 저항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아주 통제된 조건 속에서 이론적으로 보면 선별적인 것이 재분배 효과가 큰 건 맞겠으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재분배 규모 자체를 줄여버리는 방식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보편적인 방식으로 재분배 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동으로 소유한 것의 가치를 돌려받자?

“그것이 저희가 이야기하는 기본소득의 핵심철학이다. 탄소도 배출을 아주 많이 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자연훼손 피해는 모든 사람이 같이 보고, 토지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역시 플랫폼 이용자들이 만든 데이터를 조금 가공해 빅데이터화해서 돈을 버는데 이 돈을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용 의원은 다만 기본소득 재원으로서의 ‘데이터세’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데이터세를 단순히 플랫폼 기업에만 걷는 걸로 가정한다면 재원에 한계가 있고, 데이터·플랫폼을 이용한 산업은 제조업에서도 일어난다”며 “해외 모델 등을 연구하는 중”이라 밝혔다.

-월 60만 원을 전국민에게 주려면 예산이 360조원이라던데.

“360조 규모에 순증세는 108조다. 약 70%의 국민은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다. 상위 30% 정도의 고소득자들이 내는 금액이 108조 정도다. 기본소득당 설계 모델은 1억 정도 버는 사람까지는 내는 금액과 받은 금액이 같게끔 설계돼있다. 기본소득 모델이 제시되고 나면 그에 맞춰서 다른 제도들이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지 총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굉장히 큰 담론이고 대선 수준에서 논의돼야 한다. 보편적 기본소득 모델이 도입되면 기존 생계급여 수당과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같은 연령대 중심의 현금수당은 통합되는 게 맞다. 다만 장애수당 등은 유지돼야 한다.”

-소득 불평등을 당장 줄이려면 선별 복지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선별적으로 지급되는 다양한 복지정책이 오히려 재분배 규모를 줄이기 때문에 더 비효율적이다. ‘소득역전’ 문제도 있다. 월 소득 100만 원 버는 사람까지 30만 원을 준다면 110만 원 버는 사람은 혜택을 못 받고, 80만 원 버는 사람은 총 110만 원을 버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선별 복지제도는 사람들을 빈곤 상태에 머무르게 한다. 기초생활 수급자들은 몇십만 원의 생계급여도 중요하지만 주거급여, 자녀장학금 등이 얽혀있어서 이 자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목표다. 선별적 지원제도에서는 ‘60만 원이 생기면 60만 원 어치가 깎이는’ 것이고, 기본소득은 60만 원에 더해 일하는 만큼 금액이 생긴다.”

▲ 기본소득당 홈페이지 갈무리.
▲ 기본소득당 홈페이지 갈무리.

-소위 ‘복지 함정’ 우려도 나온다.

“기본소득 주자고 하면 ‘사람들이 일을 안 하면 어떡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건 기본소득이 월 400만~500만 원 정도는 됐을 때 이야기다. 또 기존 선별복지제도는 사람들이 빈곤 상태에 머무르게 하거나 어떻게든 일하게 만들려 하는데, 일자리의 질에는 한계가 있다. 주로 나오는 일자리가 라돈 침대 수거하기, 국립대 강의실 불끄기 등이었다. 2018년 말쯤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쓰레기 일자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무조건 ‘그 일’을 해야만 돈을 주는 건 가부장적 복지국가의 단적인 예다. 최소한 소득을 보장하고 이외에는 개인 선택으로 남기는 게 좋은 방식이라 생각한다.”

-기본소득이 회자되면서 핀란드, 스위스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도 기본소득 실험에 실패했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가짜뉴스’가 많다. 핀란드는 정확하게 말하면 실업급여 실험을 했다. 기존처럼 구직활동을 증명하는 그룹, 증명하지 않는 그룹을 비교해 둘 중 무엇이 더 고용증진 효과가 있는지 실험한 것이다. 그 결과 기본소득처럼 조건 없이 현금을 받은 이들의 고용률이 오히려 늘었는데 1년에 6일 정도라 정책실험 효과로서 유의미한 결과가 아니었을 뿐이다. 스위스의 경우 국민투표가 일상화돼있는 나라다. 2016년에도 국민투표가 4차례 있었고 같이 다뤄진 안건만 16개다. 이전에 기본소득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소득을 헌법에 넣는 국민투표를 한 것이다. 36% 찬성은 고무적이고 실제 국민투표에 참여한 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앞으로 10년 이내 기본소득 관련한 국민투표가 몇 차례 있을 것이다,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응답 모두 50%를 넘었다.”

-언론이 기본소득을 어떻게 다뤘으면 하나.

“요즘 기본소득에 경제지가 관심을 많이 가진다. 보도되는 언론을 보면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 등이 대부분이다. 기본소득이 단순히 경제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 전반의 재설계를 이야기하는 굉장히 큰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언론이 다각도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다뤄주시면 좋겠다.”

-국내에서는 경기도에서 농촌지역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실험한다는데 어떻게 보나.

“농민에게 지급되는 현금수당 정책들이 많이 논의되거나 시행되고 있는데 직군으로 지급되는 현금수당보다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본소득 모델이 더 바람직하다. 농촌에 농민들만 있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이 있다. 법적인 성인들에게만 지급되는 건 아쉬운 점이긴 한데 그럼에도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적지 않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전국민 고용보험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기본소득과 어떤 관계로 가야 할까.

“전혀 다른 정책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어느 누구도 고용보험 확대 반대하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무엇이 더 정의롭다는 식으로 혼동하게 하는 건 위험하고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하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기존 고용보험이라는 사회안전망이 플랫폼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 등 새로운 일자리를 포함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증요법이다.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4대보험에 가입시키면 재원 마련도 훨씬 쉬워질 수 있다. 한가지 측면은 지금 논의되는 것이 정작 ‘전국민’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부나 노인은 어떻게 본다는 건가. 전국민 고용보험제 자체에 반대하지 않지만 이것이 더 정의롭거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본소득 논의가 힘을 얻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당에 청년 당원이 많다. 2만명 중 80%가 10대~20대다. 알바, 쿠팡맨, 백수, 대학생 등 소득이 불안정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사람들, 미래를 준비하고 싶지만 ‘지금’에 매여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은 견딜만하다. 그러나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이들은 그 속도를 크게 체감한다. 재원이 많이 든다지만 간단한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실 제공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용혜인 의원실 제공

-국민적 합의나 설득이 관건일 텐데.

“기본소득당은 ‘월 60만 원 모델’이지만 그에 대한 가부를 묻는 방식으로 논의하긴 쉽지 않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소병훈·허영 의원,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 등 각자 구상이 있을 거다. 머리를 맞대고 한국 사회에 어떤 방식의 기본소득이 가능하고 필요한지 합의해야 한다. 입법적으로는 우선 ‘전국민 공론화위원회’를 법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 산하로 할지 사회적 기구로 할지 등은 다른 사례들을 연구해보고 결정하려 한다. 공론화위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선 안 된다. 연말까지 공론화위 법안이 통과됐으면 하고, 이후 1년 정도 전국적인 토론회를 하면서 숙의하는 과정을 가지면 좋겠다. 탄소세, 토지보유세 등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페미니즘 정당’도 표방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기본소득의 철학과 페미니즘 특히 소수자 의제는 맞닿아 있다. 기본소득은 현물을 정해서 지급하거나, 강제로 노동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고, 개인 선택과 삶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전국을 다니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봤는데 세대·성별로 기본소득에 대한 반응이 다르더라. 청년은 나에게 도움이 될지 도입되면 어떤 계획을 세울지 생각하고, 50대 이상은 찬성·반대 모두 ‘국가 경제’를 말한다. 50대 이상 여성들은 ‘그럼 나 이혼할 수 있겠네’라고 말하더라. 당장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가정폭력을 견뎌야 하는 이들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거나 실현할 근거가 되는 것이다. 또 기존 지원금은 가구 단위로 지급되는데 기본소득은 개인단위라 가정에서의 권력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본소득이 만능이거나 모든 불평등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소득 없이 성평등도 어렵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페미니스트인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청년 국회 4법’을 발의했다. 임기 동안 국회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국회는 정말 위계적인 공간이다. ‘5060 남성 중심의 권위적 국회’라는 말을 실제로 와서 보니 ‘이게 이런 거였구나’ 싶었다. 5월 초선의원 연찬회에서는 까만 정장 입은 남성의원들이 ‘수두룩빽빽’한 걸 보고 ‘(여성 비율) 19%가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청년 4법’은 피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고, 청년 후보 기탁금을 낮추고, 공직선거법상 동수 득표자가 나오면 연장자가 당선되는 걸 바꾸는 내용이다. 국회법상 권한대행 등을 연장자가 하게 돼 있는 것도 바꾸려 한다. 원래 피선거권 연령 하향 발의가 제일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연장자 관련 조항을 고치는 법안에 공동발의 의원들을 모시기가 더 어렵더라.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이후 18세가 피선거권으로 보장되면 학교 내에서의 정치활동 금지 문제도 쭉 다뤄야 한다.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탈가정 청소년 문제, 장애인 부양의무제 폐지 등도 다루고 싶다. 여성가족위원회에 꼭 들어가고 싶었지만 비교섭단체라 배정받지 못했는데 위원회 바깥에서라도 해보려 한다. 물론 기본소득 실현이 21대 국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목표다.”

 

[ 정치인 인터뷰 ]
① “우리 유튜브 잘되면 시민들에게 자리 내주고 싶어” - 최지선 미래당 미디어국장·우인철 미래당 대변인
② “맏형은 수백평 땅 있는데 동생 몇십만원 준다고 될 일이냐” - 김재연 신임 진보당 상임대표
③ 노동운동 홍보 전문가였던 류호정 정의당을 혁신할까 - 류호정 정의당 의원 
④ 기본소득당 용혜인이 말하는 기본소득 논쟁의 핵심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⑤ 조정훈 “부루마블 한 바퀴 돌면 20만원 준다, 그게 기본소득”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⑥ 장혜영 “혁신 의견 받았더니 ‘네가 혁신대상’이란 말 들었다” - 장혜영 정의당 의원
⑦ “전국민고용보험, 청사진 있나? 하려면 제대로 해야” -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
⑧ “무급가족종사자, 여성배우자도 고용안전망 보호해야” -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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