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미래당은 기성 정치권과 의사결정 방식이 달랐다. 

청년정당을 내세운 미래당은 정의당·녹색당과 함께 오래전부터 선거제 개혁에 목소리를 내왔다. 여당에도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처음엔 뜻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내 위성정당으로 성격을 바꿔 미래당에도 참여를 제안했다. 우인철 미래당 대변인은 “(위성정당 참여) 찬반이 팽팽했고 어떤 선택도 가능했지만 반대가 조금 더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들어가서 의석을 얻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지만 당 내부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해 내린 결과”라고 했다. 

위성정당은 선거제 개혁 취지에 맞지 않는 거대양당의 꼼수였다. 미래당이 선거제 개혁을 외치고 연합정당을 제안하며 위성정당을 비판했는데 이곳에 들어갈 명분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위성정당이라도 참여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것보다 당내 합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미래당이 거대정당과 다른 점이다. 17일 오전 미래당사를 찾아 우 대변인과 최지선 미디어국장을 만나 어떻게 당원·대중과 소통하는지 들었다. 

이들이 주목한 조직은 한국에선 찾기 힘든 사례였다. 최 국장은 네덜란드의 뉴스 매체 ‘드 코레스폰던트’를 소개했다. 일반 매체에서 다루는 이슈보단 기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다루고 이 기사들은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독자들이 접근한다. 기자들과 독자들이 소통한 뒤 독자 의견 중 기사화가 필요할 경우 독자가 직접 기사를 작성하도록 한다. 

▲ 최지선 미래당 미디어국장(왼쪽)과 우인철 대변인이 17일 미래당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최지선 미래당 미디어국장(왼쪽)과 우인철 대변인이 17일 미래당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우 대변인은 사회운동가 제러미 하이먼즈가 쓴 ‘뉴파워’란 책을 소개했다. 과거 권력은 소수가 힘을 틀어쥐고 상명하달한다면 초연결사회에서 새 권력은 팬덤을 형성하는 능력으로 요약된다. 소통이 필수다. 다만 그는 아직 정치권에선 과거 권력의 방식이 통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미래당은 구권력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뉴파워를 고민하는 조직이다. 

그래서인지 딱딱한 이미지의 정당 공식채널 중에선 유튜브 구독자가 많은 편이다. ‘정의당TV’보다 6000여명 많고, ‘더불어민주당’보다 그 수만큼 적다. 대다수 정당이나 정치인 유튜브 채널은 자신의 기자회견, 선거유세 등을 일방적으로 올리는 수준이지만 미래당TV는 시사방송에 가까웠다. 최 국장은 “처음엔 우리도 기자회견 찍은 거 그냥 올리고 소위 ‘유튜브 관리’를 안 했는데 재미도 반응도 없어 이런저런 실험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현장에 ‘리얼돌’을 들고 나온 국회의원실에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가 전화를 걸어 ‘리얼돌’을 세금으로 구입했고 왜 가지고 나왔는지 등을 취재하는 영상,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 자녀국적 의혹을 해명해달라고 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 등은 현장감이 살아있어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7월 오태양 공동대표가 직접 일본에 방문해 참의원 선거 당시 아베 총리의 유세현장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가 30만 가까이 나왔다. 

▲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오른쪽)이 일본에서 아베 총리 지지하는 시민을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미래당TV 유튜브 갈무리
▲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오른쪽)이 일본에서 아베 총리 지지하는 시민을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미래당TV 유튜브 갈무리

 

무겁지 않게 기존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영상도 만들었다. 야당 정치인이 삭발을 했을 땐 미래당원들이 모여 이게 왜 문제인지를 토론도 하고, 가발을 가져다 삭발식을 하며 풍자하는 영상도 만들었다. 김무성 의원이 공항에서 보인 ‘노룩패스’는 시의성있게 즉각 풍자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시사콘텐츠로서 역할도 시도했다. 최 국장은 “총선 때 잠깐 시도했는데 ‘열탕과 냉탕사이’라고 김소희 대표, 우인철 대변인 둘이 타다와 같은 문제를 두고 찬반토론하는 기획이었다”며 “한번은 우 대변인이 출연을 못하게 돼 ‘열탕과 열탕사이’로도 했다”고 말했다. 

오태양 공동대표는 미래우석훈 박사, 김제동씨(미래당 자문위원장), 원전 전문가, 선거법 취재기자 등을 게스트로 불러 이슈를 짚는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는 “총선 전에 이원재 전 시대전환 대표의 기본소득 인터뷰는 요즘 조회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 유튜브는 강경보수 성향 또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콘텐츠가 아니면 사실상 흥행하기 어렵다. 우 대변인은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는 청년층을 타깃으로 그분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마음이 늘 있다”고 말했다. 조회수를 위해 만들지 않으면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최 국장은 “일단 해봐야 한다”며 꾸준히 올릴 것을 강조했다. 원외정당으로 국고보조금을 못 받는 미래당은 당직자들이 다른 일을 하고 퇴근 이후 당 업무를 맡고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어려운 결정이다.

▲ 2018년 6월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우인철 대변인. 사진=미래당TV 유튜브 갈무리
▲ 2018년 6월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우인철 대변인. 사진=미래당TV 유튜브 갈무리

 

우 대변인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당시 유세현장을 담은 영상 “기호 9번 서울시장 후보 우인철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보물’”은 미래당의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서울시 460만 가구에 공보물을 보내려면 3억원 정도가 든다. 3억이 없으니 색을 넣는 건커녕 크기도 작아졌다. 후보자 재산·전과 등을 담은 공보물은 1장 담아야 해서 A4용지 8분의1 사이즈로 정했고, 우여곡절 끝에 인쇄소 사장님 앞에 무릎까지 꿇게 된 사연이 담겼다. 

현장감을 살리거나 시의성 있는 아이템, 기획력을 발휘한 패러디·풍자물, 깊이 있는 인터뷰,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 국장은 “유튜브에서는 화자, 즉 인물이나 캐릭터가 중요하다”며 “여러명이 나오면 헷갈리기 때문에 한두명으로 집중해서 (시청자들과) 1:1로 소통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전까지 중앙당 중심의 공중전을 펼쳤다면 앞으론 지방선거까지 지역·마을 단위의 현장을 찾고 이를 담아낼 예정이다. 지도부 개인채널도 고민 중이다.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미래당사 스튜디오 벽면. 국회 정론관을 패러디한 '정롱관'으로 만들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미래당사 스튜디오 벽면. 국회 정론관을 패러디한 '정롱관'으로 만들었다. 사진=장슬기 기자

 

스피커가 작은 소수정당에게 유튜브는 필수이기도 하다. ‘미래당TV’ 영향력이 커지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미래당사에는 작은 스튜디오가 있는데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벽마다 배경을 다르게 했다. 한쪽 벽에는 국회 기자회견장처럼 만들었다. 우 대변인은 “우리가 국회 정론관을 쓰려면 의원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서 초대받아야 하니까 기자회견하기가 어려운데 우리 유튜브 채널이 잘 되면 마이크가 없는 시민들에게 내주고 싶다”고 했다. 

 

[ 정치인 인터뷰 ]
“우리 유튜브 잘되면 시민들에게 자리 내주고 싶어” - 최지선 미래당 미디어국장·우인철 미래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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