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새 새노조’가 생길 수도 있어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KBS 새노조, 제2노조)가 KBS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탄생한 지 32주년을 맞아, 1988년생 조합원(32살)들과 대담을 진행한 가운데 나온 말이다. 새노조는 2008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으로 출범했지만 이전에 제1 노조 등 노동조합이 생긴 것은 1988년이다. 

지난 8일 KBS 새노조는 1988년생 조합원 3명과 나눈 대담을 노보를 통해 공개했다. 이 대담에서 조합원들은 KBS 보도본부 등 내부 갈등이 심한 가운데 KBS 새노조의 역할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사교양PD 한 조합원은 “옛날엔 노조가 뭘 해도 신뢰가 갔는데 그 이유는 힘들 때 함께 싸워주셨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잘모르겠다. 다른 사안들이 있을 때 공영노조(제3노조)나 KBS노조(제1노조)가 더 날카롭게 비판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필모 부사장 논란 때, ‘노조가 왜 과거에 우리가 욕했던 대로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4.15 총선에서 KBS 기자 출신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이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자 언론계 비판이 따랐던 일을 두고 지적한 것.

이 조합원은 “최소 그전에 했던 수준의 날카로움으로 ‘양승동 체제’를 비판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발행한 노보. KBS 노조의 역사가 담겨있다.
▲지난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발행한 노보. KBS 노조의 역사가 담겨있다.

또 다른 KBS 기자 조합원도 “예전엔 조합원들이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노조에서 움직이고 비판하고 목소리를 냈다면, 지금은 목소리가 최대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나서야 뒤늦게, 어쩔 수 없이 나서는 느낌”이라며 “사실 ‘우리 노조 맞나?’싶은 생각이 든다. 최대한 공격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보도본부는 지난 1년 동안 내부 갈등이 정말 극에 달한 상태”라며 “물론 예전엔 옳고 그른 게 선명했다면, 지금은 아니니 노조에서 한쪽의 목소리만 내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목소리 내는 걸 꺼린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 조합원은 “예전 같았으면 먼저 의견을 물어보고 어떻게든 현재 뉴스에 대해 문제점이나 나아가야 할 지점, 방향을 제언했다면 지금은 그런 역할을 거의 안 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사실 저희끼리 ‘노조가 지금 뭐 하는지 모르겠다’, ‘이럴 거면 왜 파업을 했으며 노조가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관성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방송기술 소속 조합원 역시 “모이면 노조 이야기를 잘 안한다. (노조에 대한) 인식이 점점 ‘그거 봐, 바뀌니까 또 똑같아지잖아’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새노조 집행부 측은 “조합원들의 지적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며 “조합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태라고 보고 있고, 그걸 회복시키는 게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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