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미네소타주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무고한 흑인이 사망하면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진 가운데 한국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고 미국 시위에 연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평화행진으로 시작했다. 참가자 200여명은 6일 오후 4시 서울 명동역 5번 출구에 모여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 종각 인근 한빛공원까지 1시간 가량 걸었다.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이 각자 만든 피켓을 들고 걸었다. SNS에서 집회 소식을 보고 혼자 왔다는 골프강사 주아무개씨는 A1 크기의 박스 종이에 “평등권은 싸워서 얻는 게 아닌,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는 문구를 영어로 적은 피켓을 만들었다. 주씨는 “여기 있는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그냥 왔다. 이 일은 흑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세상 곳곳에서 모든 소수자들이 받는 차별을 생각하면서 나왔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10살을 넘지 않은 딸, 아들과 함께 나온 재미교포 A씨는 “인종차별은 미국 뿐 아니라, 한국, 그리고 모든 곳에 있다. 누군가 자유롭지 않으면 아무도 자유롭지 않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A씨의 딸은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가 적힌 피켓을 만들었다.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사진=손가영 기자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백인 등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도 참가했다. 르완다에서 온 프리랜서 사진작가 쟝 마리씨는 “흑인 동지들을 지지하기 위해 여기 왔다”며 “당신이 차별을 겪는다면, 나도 겪을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존재 자체로 믿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와 함께 참가한 대학생 박아무개씨는 “백인이 흑인, 유색인을 차별하듯, 한국도 똑같이 유색인종이나 외국인 노동자 차별한다. 그러면서 백인이 흑인을 차별한다고만 여기는 건 이중적이다. 한국 내 인종차별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진을 이끈 차량은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의 차였다. 운전을 한 안양근 조직부장은 “건설노조도 연대한다. 차량을 몰고 나온 것도 그 뜻”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4시50분경 한빛공원에 도착해 인종차별 반대를 의미하는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한 뒤 집회를 끝냈다. 4년 전 미국 풋볼선수 콜린 캐퍼닉의 무릎 꿇는 행동을 따라한 것으로, 당시 이 선수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진압이 과하다는 문제의식으로 경기 전 국가제창 대신 한쪽 무릎을 꿇으며 시위했다.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참가한 시민들이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6월6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행진이 서울 명동에서 열렸다. 참가한 시민들이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집회 최초 제안자 심지훈씨는 끝나기 전 마이크를 들고 “이 나라에도 수많은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유학생들이 알게 모르게 대상화되고 조롱당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로 병을 퍼뜨리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비난, 한국에서 취업했다는 이유로 한국 청년들이 취업 못한다며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멸시받는 이주노동자들, 흑인이라는 이유로 희화화되고 대상화돼 피부색으로 놀림받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따돌림, 이 모든게 인종차별”이라고 말했다.

심 씨는 이어 “전쟁, 인종차별, 성차별, 성폭력, 성소수자 차별, 노동 착취 등 나약하고 평범한 우리를 이 모든 폭력이 괴롭히고 있지만 나는 확신한다. 우리 하나하나는 나약할지언정 같은 마음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 순간 큰 힘이되고 세상은 반드시 변한다”며 “인종차별로 국가폭력에 희생된 조지 플로이드씨를 추모하고 인종차별 폭력에 억압받고 희생된 모든 분들을 기린다”고 밝혔다.

▲ 6월6일 오전 10시 전북 전주에서도 시민 15여명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추모하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평화행진을 열었다. 사진=전주 시민 문주현씨 제공
▲ 6월6일 오전 10시 전북 전주에서도 시민 15여명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추모하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평화행진을 열었다. 사진=전주 시민 문주현씨 제공

한편 전북 전주에서도 조지 플로이드씨를 추모하는 행진이 열렸다. 오전 10시 15여명의 전주 시민들이 풍납문에 모여 1시간 가량 시내 관광지 곳곳을 지나며 행진했다. 전주에 사는 미국인 2명이 최초 제안해 이뤄졌다. 이들은 행진 후 팔달로에서 2미터 간격으로 선 채 ‘8분46초’간 피켓을 들고 서있었다. 8분46초는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씨가 희생자 조지 플로이드씨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한 시간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