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대북전단 속칭 ‘삐라’ 살포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취임 후 처음 가진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대북전단 관련 법적 대응을 예고한 정부 방침을 거듭 비판했다. 간담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애초 기자간담회 주제는 지 의원 주요 공약인 북한인권법이었지만, 간담회를 앞두고 전해진 북측 담화에 질문이 집중됐다. 이날 오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우리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막지 않으면 남북 군사 합의를 파기하고,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 시설도 철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한 탈북민단체(자유북한운동연합)가 대형풍선을 이용해 대북전단 50만장 등을 날려보낸 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전단 질문을 가장 먼저 한 매체는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다. 이 매체 기자는 탈북민단체가 보내려 한 대북전단 중에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태영호 의원이 남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소식을 알리려 한 경우도 있다며,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면서까지 대북 전단 살포가 이뤄질 가치가 있느냐고 물었다.

지 의원은 “9·19남북군사합의 등은 북한이 (남측 조치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면서도 “여러 채널이나 전파 없이도 (북한 주민들이)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알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생각해볼 때 결코 잘못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가 군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행태, 특히 (북측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동해상에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북한은 군사합의를잘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 말하기도 했다.

▲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인권법' 관련 외신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인권법' 관련 외신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북측이 담화에서 탈북민에게 모독에 가까운 비난을 한 의도는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일본 요미우리신문 질문에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지성호는 이야기한다. 북한 정권은 탈북민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 북한 땅, 고향 땅을 떠나 대한민국으로 올 수밖에 없던 많은 일들의 제공자가 북한 정권임에도 자기 국민도 먹여 살리지 못한 국가가 언제부터 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답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삐라’를 보내는 활동이 국내에 정착해야 하는 탈북민 권익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냐고 물었다. 지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그들’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란 사회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여러 방법을 통해서라도 북한 땅이 변하길 원하는지, 북한 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채널로 북한 주민이 자유 세상을 알 수 있도록 정부에서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 밝혔다.

간담회가 시작되고 약 50분이 지났을 무렵 대북전단 살포 제재를 제도화하겠다는 통일부 방침이 발표됐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살포된 전단 대부분은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며 접경지역의 환경 오염, 폐기물 수거부담 등 지역주민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키고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재산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안 형태의 법률안 발의를 예고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브리핑 내용을 전하자 지 의원은 “삐라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남한 소식을) 알릴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준 뒤에 중단 촉구·조치가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북한 땅에는 2500만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대한민국 땅에서 탈북자 출신, 꽃제비, 장애인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을 북한 주민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북한 주민은 무시하고 북한 정권에만 초점 맞춘 대북정책은 희망이 없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 주장했다.

▲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마친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외신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마친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외신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한편 조만간 발의 예정인 ‘북한인권침해 피해보상 특별법’과 관련해선 “북한이탈주민 출신으로서 대한민국에 사는 3만5000명 탈북민이 합법적 근거로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도록 할 것”이라며 “형해화 된 북한인권지원재단을 정상으로 만들어 놓겠다. 북한인권법 시행 주무부처인 통일부 또한 현 정부의 평화정책 기조에 따라 남북대화에 매몰돼 북한인권을 내팽개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세부 내용과 자금 조달 방안을 묻는 미국 UPI통신 기자 질문에는 “오토 웜비어 부모님이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아 배상을 받아내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에 대한 법률 등 여러 특별법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상금 조달 방안으로 “북한조선중앙TV와 일부 대한민국 언론이 계약을 통해 진행한 저작권료 20억9000만원이 법원에 공탁돼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국제사회와 협력해서 북한이 해외에 은닉한 자산들이 추적되고 법이 마련된다면 이를 받아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목 받은 북한의 유튜브 채널과 관련해선 “제가 북한에서 평양도 못 가본 촌놈인데 대한민국 와서 국회의원이 됐다. 평양 돌아가는 걸 많이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유튜브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북한 대남 담당부서에서 알고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할지라도 (콘텐츠에서) 이데올로기적인 북한 사상이 드러나는 순간 시청자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품 들여 만든 것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망설에 일조했던 일을 두고 “평양의 김정은 위원장 동선 같은 것들 보다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북한인권 개선, 탈북민들의 권익지원 쪽으로 활동을 더 많이 하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겸임할 수 있는 상임위를 정보위원회로 가려 한다. 그쪽에 가면 제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작은 실수도 걸러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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