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청와대로부터 받은 문재인 시계를 그 아내가 중고시장에 비싼값에 팔려다 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던 기자가 해외문화홍보원의 팀장급 경력사무관으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용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절차가 이뤄져 이 같은 이력을 전혀 알지 못했고, 최종합격된 이후에 알게됐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과에 해당하는 비위사실이 아닌 한 이런 논란은 공무원 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해외문화홍보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내부에서는 과거 도덕적 논란이 된 인사를 채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이견을 제시했으나 이미 채용이 확정된 후여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9일 해외문화홍보원 해외문화홍보기획관실 전문경력관 임용에 따라 3명의 5, 6급 전문경력관을 1일자로 인사발령하는 통지를 발표했다. 문체부 장관은 이날 인사발령을 통해 황진영 전 아시아경제 기자를 온라인홍보 담당 전문경력관 가군(시보)에 임하고, 해외문화홍보원 해외문화홍보기획관실 해외문화홍보콘텐츠과 근무를 명한다고 발표했다. 황 전 기자는 전문경력관으로 5급 사무관에 해당하며, 코리아넷이라는 해외홍보 사이트(외국어 소식 전달)를 총괄하는 팀장급 일을 맡게 됐다. 황 사무관은 아시아경제에서 지난달 말경까지 근무하다 최근 사직한 직후 정부해외홍보 담당 공직으로 직행했다.

황 사무관은 3년 전 아시아경제 청와대 출입기자를 하면서 청와대로부터 받은 기념품인 문재인 시계를 아내가 온라인 중고시장에 내다 팔려다 누리꾼들에게 알려져 논란을 낳은 사건의 당사자였다. 이 시계 단가는 4만원 상당의 기념품으로 청와대 초청 행사 방문자에게 제공되는 증정용이어서 판매되지 않는 물품이다. 그런데 77만원에 팔려고 올렸다가 문제가 됐다. 그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까지 올렸다.

이 같은 논란의 이력에도 경력공채에서 정부 해외홍보 사이트 총괄업무를 맡기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우려가 해외문화홍보원 내부에도 나왔다. 해외문화홍보원 관계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는 될 수 있으면 문제없는 사람이 와서 했으면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외부 심사위원에 채용과정을 맡겨 최종 결정했다”며 “우리 팀원들도 이름만 검색해도 다 나와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과가 있는지 여부만 판단하기 때문에 평판이나 도덕성 문제를 일일이 채용과정에서 다 검증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초청한 인사들에게 기념품으로 나눠주는 문재인 시계.
▲청와대가 초청한 인사들에게 기념품으로 나눠주는 문재인 시계.

 

특히 임용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채용과정에서는 청와대 출입기자 때 있었던 일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운영지원과 채용담당 사무관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외부인사로 구성된 채용심사위원들이 우리가 제공한 면접자료만 갖고 현장에서 판단하는데, 응시자가 제출한 학력, 경력, 자기소개서 등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과거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는 몰랐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황 사무관이 자신의 경력에 세계일보-동아일보-아시아경제 기자를 했다고 썼으나 청와대 출입기자를 한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과거 그런 일이 있었다고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부 증권부 기자로만 기재돼 있었다고 했다.

이 사무관은 그런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은 최종 결정 때까지는 몰랐으며, 면접이 끝나고 나서 해외문화홍보원에서 먼저 ‘그런 물의를 일으켰다더라’는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그런 내용을 이력서, 자기소개서에 쓸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이 합격 여부를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국가공무원법 상 채용결격사유가 없고, 문제없음으로 오면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위법여부를 떠나 도덕성이나 공무원 자질 문제로 따져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이 사무관은 “사전에 알았다고 해도 그런 일을 했다고 공무담임권을 제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과연 공무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부도덕한 행위라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었고, 공무담임권을 제한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이 사무관은 황 사무관이 공무원 신분으로 그런 일이 생겼다면 품위유지 위반으로 작은 징계라도 받지 않았을까 생각은 든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10여 차례 황 사무관에게 휴대폰과 SNS메신저, 코리아넷 본인 사무실 전화를 했으나 일체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자메시지로 △3년 전 아내가 자신이 받아온 문재인 시계를 중고시장에 비싼값에 팔려했던 일로 물의를 일으킨 일이 공무원 자질과 안맞지 않느냐는 목소리에 어떤 견해인지 △과거 행위와 정부해외홍보 업무는 무관하다고 보는지 △그 시계를 팔았는지 안팔았는지 △아시아경제 사직 시점 △경력사항에 ‘청와대 출입기자’ 경력을 쓰지 않은 이유가 물의를 일으킨 일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인가 등의 질의를 했다.

그러다 황진영 사무관은 2일 저녁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문자메시지 답변을 통해 “전화 못 받아서 죄송하다”며 “(문재인 시계를) 판매한 건 아니지만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황 사무관은 “그 일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차 여러 질의에 반론이나 반박, 해명할 내용이 있으면 더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3일 오후 2시30분까지 아무런 추가 답변이 오지 않았다.

황 사무관이 맡게된 코리아넷 사이트 총괄 전문경력관은 1년간 시보(일종의 수습)기간을 거치면 정식으로 정년을 보장받는 공무원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일자로 발표한 인사발령 통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일자로 발표한 인사발령 통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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