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국회 출입기자들은 국회 본청(돔 지붕 건물) 1층에 있던 정론관이 아닌 ‘국회소통관(소통관)’이란 별도 건물을 사용한다. 국회 출입기자 출신인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2013년 1월~2014년 2월) 시절 추진한 소통관 건립은 지난 2017년 6월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정 의원은 지난 4월 블로그에 “최근까지도 출입기자들이 환기가 잘 안 되는 좁은 기자실에 근무해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며 “기존 정론관의 공간·편의시설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보완됐다”고 남겼다. 국회보 5월호에선 “소통관이란 명칭은 언론, 대중, 의정, 행정이 민주주의 미래·비전을 논하는 ‘소통의 중심’이 되기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며 개관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국회 기자들 사이에선 “기자들이나 의원들과 소통이 더 어려워졌다”며 “소통관이 아니라 불통관”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국회기자들을 취재한 결과 분명 시설은 더 좋아졌지만 실제 취재업무를 하기엔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 국회 출입기자실과 기자회견장 등이 있는 국회소통관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 국회 출입기자실과 기자회견장 등이 있는 국회소통관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1. 본청과 분리, 늘어난 동선  
 
정당별 아침 최고위원회, 각종 상임위원회 등 국회 일정은 대부분 본청에서 진행한다. 기존에는 기자들도 본청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소통관에서 이동해야 한다. 

A기자(지역일간지 펜기자)는 “(소통관이 정론관보다) 공기 좀 나아진 것 말고는 모조리 단점”이라고 평가하며 “현장에 가면 기류라는 게 있다. ‘동물국회’라고 불린 지난 국회를 보면 신속하게 뛰어 올라가 순간순간을 취재할 수 있지만 (본청)밖에 있다가 가야 하니까 신속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영상기자들은 더 부담이다. B기자(신문사 영상기자)는 “본청이 머니까 급하게 일정이 나오면 ‘미쳐버린다’”라며 “장비를 들고 뛰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C기자(방송사 영상기자) 역시 “갑자기 원내대책회의 한다고 공지하면 장비들고 본청까지 뛰어야 해서 꽤 불편하다”고 했다. 

또한 C기자는 “비 많이 오는 날은 더 문제”라며 “국회 쪽에선 ‘지하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의원회관-분수대-본청(ㄷ자 동선)으로 꽤 돌아가는 길이라 웬만하면 안 간다”고 말했다. 이에 D기자(신문사 영상기자)는 “소통관에서 본청까지 차양막을 설치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국회사무처 미디어담당관실에선 계속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1일 미디어오늘에 “본청과 기자실이 멀어짐에 따른 불편은 건립 당시부터 예견된 사항인데 종전 기자실 노후화, 본청 공간 포화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부분”임을 전제했다. 이어 “차양막 설치는 검토가 있었지만 예산·차량통행·미관상 문제로 당장 추진이 어렵다”면서도 “의견수렴 후 지속적인 수요가 있다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우천 시 소통관-본청 간 이동에 사용가능한 공용우산을 비치할 예정”이라며 “본청에 사진·영상기자 대기실 조성(6월중 입주 예정)과 기존 사진기자실 존치 등을 통해 장비 동반 취재(특히 우천 시)의 편의 제고를 고려 중”이라고도 했다. 

2. 자유로운 취재, 어려워지나

‘미리 현장에 가면 되지 않느냐’, ‘동선 좀 길어진 게 불만이냐’는 시선도 있어 대다수 기자는 묵묵히 불편을 감내한다. 하지만 실제 취재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건 알권리 차원에서도 문제다. 거리가 멀어지면 취재원과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A기자는 “외딴 섬에 기자들만 떨어진 느낌”이라며 “본청에 오가는 의원들 취재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기자들 사이에선 ‘기자들 한곳에 몰아넣어 자신들 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 국회 본청 건물. 과거에는 기자실이 이 건물에 있었지만 현재는 소통관이라는 별도 건물을 지어 기자실과 기자회견장을 이전했다. 사진=국회
▲ 국회 본청 건물. 과거에는 기자실이 이 건물에 있었지만 현재는 소통관이라는 별도 건물을 지어 기자실과 기자회견장을 이전했다. 사진=국회

 

E기자(사진기자)는 “급박한 상황에서 경호권을 발동하면 외부에서 본청에 진입하기 어렵다”며 “결국 사진기자단이 본청에서 나가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국회 사진기자단실은 소통관으로 이전하지 않고, 여전히 국회 본청 2층에 있다. 미디어담당관실은 ‘사진기자실 존치 이유’를 “본청 내 대기수요가 상대적으로 크고 장비가 동반돼 취재편의가 저하돼서”라고 했다. 기자실이 본청과 분리된 현실에 대해 사무처와 기자단 사이의 소통과 고민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국회를 자유롭게 취재하려면 사전에 ‘상시출입’, ‘장기출입’ 등 출입기자로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자들만 국회에 출입하는 건 아니다. 특히 미디어환경 변화로 영상팀, 라이브팀 등 인력이 그날그날 일시취재증을 발급받아 국회를 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본청에서 일시취재증을 받더라도 다른 건물에 출입하려면 다시 해당 건물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과거엔 자유롭게 건물을 오가기 위해 신분증을 두 개(주민증, 운전면허증) 가져와 본청과 의원회관 출입증을 각각 받았다. 물론 국회 쪽에선 하나의 신분증만 이용하도록 해 이를 금지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수 기자들이 편의상 이런 방식으로 출입한다. 또 국회 출입기자가 아닐 경우, 의원실이나 정당에서 기자 방문을 승인하지 않으면 건물을 출입할 수 없어 본청·의원회관·소통관을 오가는 게 쉽지 않다. 

C기자는 “라이브팀의 경우 송출장비를 가지고 들어와야 하는데 출입증을 바꿔가며 왔다갔다 한다”며 “만약 어떤 일정을 듣고 본청에 갔는데 1층에서 ‘당에다 연락을 했지만 일정 확인이 안 된다’고 하면 들어갈 수 없다. (당에서) 일정 숨기고 싶으면 일정 없다고 할 텐데 그럼 들어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비출입 언론인들에겐 국회장벽이 높아진 것이다.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소통관에 기자회견장이 설치·운영되고 일시취재증도 소통관에서 발급하니 본청 등 취재시 빈번한 출입증 교체에 따른 불편이 증가했다는 점에 충분히 동의한다”며 “국회사무처에서도 국회 언론환경개선 자문위원회(지난해 11월) 논의 등을 통해 일시취재증 발급시 본청·의원회관·소통관 출입이 모두 가능한 출입증 발급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고려할 부분도 있다. 해당 관계자는 “일시취재·일반방문을 통해 취재원 동의를 받지 않은 목적 외 촬영 등이 종종 있어 ‘취재질서 유지’와 ‘취재편의 제고’의 조화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3. 배치 바뀐 기자회견장, 펜기자들 불만은

기자회견장도 본청에서 소통관(2층)으로 이동하면서 배치가 바뀌었다. 기존에는 의원들(브리퍼)이 회견하는 단상이 있고 그 앞에 카메라 기자들, 뒤에 펜기자들이 앉았다.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선 브리퍼-펜기자-카메라 순이다. 

▲ 소통관 2층에 위치한 기자회견장. 사진=장슬기 기자
▲ 소통관 2층에 위치한 기자회견장. 사진=장슬기 기자

 

영상기자 중에는 심각한 불만이나 다수의견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며 “아무래도 조금만 카메라가 흔들려도 (카메라와 브리퍼 사이 거리가 멀면) 더 크게 흔들리는 불편함이 있다”(C기자)는 의견도 있었다. F기자(인터넷신문 펜기자)는 “펜기자들이 카메라 앞에 앉아있으니 카메라에 걸릴까봐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G기자(인터넷신문 펜기자)는 “소규모 매체에선 펜기자가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펜기자석에선 뒤에 카메라들이 있어 사진을 찍기 어렵다”고 했다.

기자회견장 옆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백브리핑 공간이 넓어졌고 기자들이 앉을 의자가 마련된 건 개선한 점이다. F기자는 “백브리핑 뒷배경이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기존에는 회견장 옆 복도 바닥에 기자들이 앉아서 백브리핑을 들어야 했다. 

▲ 과거 국회 본청에 위치한 정론관 기자회견장 옆. 기자회견을 마치면 이 공간에서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과거 국회 본청에 위치한 정론관 기자회견장 옆. 기자회견을 마치면 이 공간에서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미디어담당관실 측은 “구조변경은 종전 구조에서 자리싸움, 취재기자와 브리퍼 간 소통불가 등 문제로 영상·사진기자단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뒤쪽 단상 위치·규격 등은 영상·사진기자단과 협의로 정해졌고, 영상흔들림 문제 우려에 따라 단상엔 스틸, 단상 아래쪽은 ENG 자리로 협의했다”고 했다. 이어 “회견 도중 펜기자 이동은 어렵지만 회견 사이에 이동은 가능해, 수용이 어려운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4. 소통관에 대한 기타 의견

본청에서 소통관으로 오면서 기자실 책상이 바뀌었다. 정론관 시절 칸막이 없는 테이블이 있었지만 소통관 2층 취재기자실엔 독서실용 책상이 놓였다. H기자(뉴스통신사 펜기자)는 “독서실같은 분위기가 되면서 동료기자와 의견을 나누거나 전화취재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A기자는 “옆에서 ‘조용해달라’고 양해를 구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기자실이 더 조용해진 것에 대해 기자들 평은 엇갈린다. 

▲ 소통관 내 상시출입기자실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 소통관 내 상시출입기자실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상시출입’기자로 등록한 기자들은 소통관 2층 취재기자실에 자리를 배정받지만 ‘장기출입’기자들은 고정 좌석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2층 복도 끝 넓은 테이블이 있는 공용공간(라운지)에서 기사를 쓴다. 이곳에는 상시출입 기자들이 ‘조용한’ 기자실에서 나와 전화통화를 하러 온다. 이에 F기자(장기출입 펜기자)는 “전화를 할 수 있는 공간, 작은매체들(장기출입 매체)이 이용할 수 있는 방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현직 출입기자(취재2인 영상1인), 기자협회 추천기자(3인)를 포함한 ‘국회 언론환경개선 자문위원회’에서 기자실 집기 관련 논의를 4차례(2~3월) 진행해 1인용 책상의 너비·높이 등 세부사항까지 논의했고 미디어담당관실에서도 출입기자 면담 등을 진행해 현재 상태로 교체했다”고 했다. 

미디어담당관실은 기자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공간 효율성을 높여 좌석을 추가로 배치했으며 청와대나 중앙부처도 모두 1인용 책상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사진기자실을 본청에 존치하면서 취재기자 배정공간이 약 30여석 확대됐고, 현재 상시출입기자의 90%이상(590여명 중 553석) 수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기자들 사이에선 소통관이 물리적으로 본청과 분리된 것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 의원과 기자들의 접촉이 쉽지 않은 분위기가 소통관 문제에 투영된 면도 있다. 출입기자와 매체수가 늘어나면서 의원 접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H기자는 “국회의원과 밥 한번은 먹어선 얼굴도 못알아본다”며 “의원들도 만나야 할 사람이 많고, 여러기자들과 한꺼번에 밥을 먹어야 하니 소통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의원회관 층별로 게이트가 설치돼 출입기자가 아니면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졌다. 소통관이라는 별도 공간에 기자들이 ‘고립’된 것과 연관해 전반적으로 국회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분위기라는 우려도 나왔다. 기자들 중엔 실현이 어려운 걸 알면서도 “소통관에도 의원들 회의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거나 “본청으로 다시 가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말하기도 했다. 기자들은 본청과 소통관을 오가며 더 바빠질 예정이다. 

[관련기사 : 국회 의원회관, 지문인식기·층별게이트 왜 설치할까?]
[관련기사 : 국회 프레스센터 명칭 '정론관' 확정]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