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해외 촬영 중 사고로 사망하면서 독립 PD의 열악한 제작환경을 공론화했던 고 박환성·김광일 PD 유족에 공식 사과했다. 두 PD가 숨진 지 3년 만이다. EBS는 독립PD협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방송사와 독립 PD 간 불공정 관행 등을 개선하는 논의도 시작한다. 

한국독립PD협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유열 EBS 부사장은 지난 4월23일 경남 진주의 고 박환성 PD 묘소를 참배한 후 그의 유족을 찾아 사과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 5월7일엔 고 김광일 PD가 안치된 인천승화원을 찾았다. 독립PD협회는 “김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두 PD 유족에게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다짐했다”고 밝혔다. 

▲ 김유열 EBS 부사장이 지난 5월7일, 고 김광일 PD가 안치된 승화원을 찾아 참배했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 김유열 EBS 부사장이 지난 5월7일, 고 김광일 PD가 안치된 승화원을 찾아 참배했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 김유열 EBS 부사장이  지난 4월23일, 고 박환성 PD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 김유열 EBS 부사장이 지난 4월23일, 고 박환성 PD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EBS는 두 PD 3주기인 오는 7월15일 전후로 두 PD가 생전 제작했던 작품들을 방영하는 ‘특집 주간’도 마련한다. 독립PD협회는 고인들이 유작인 ‘야수의 방주’를 EBS 다큐프라임에 편성해달라고 EBS에 제안했고 EBS는 검토 후 이들의 다른 작품도 함께 방영하는 방식으로 편성을 확정했다. 

EBS는 독립PD협회와 상생 협의를 위한 논의도 1일 공식 시작한다. 독립PD협회는 “협회와 EBS는 두 PD 유지를 받들고, 여전히 남아있는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진정한 상생이 가능한 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상생 협의를 위한 회의를 운영하기로 전격 합의했다”며 “첫 번째 회의가 EBS에서 양측이 참석하는 가운데 오늘(6월1일) 열린다”고 밝혔다. 

EBS가 전향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지난 3년 간 계속된 유족과 독립PD협회 등의 대화 시도와 설득이 있다. 두 PD는 2017년 7월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야수의 방주’를 촬영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부족한 제작비에 늦은 시간까지 직접 차량을 몰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됐다. 

독립PD협회 등은 사건 직후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해 문제를 공론화했다. 협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 EBS도 사건 직후 협상에 돌입했지만 EBS 측 협상 담당자들이 바뀌면서 입장이 바뀌었고 2017년 말 협상이 결렬됐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박 PD 측 유족은 2018년 EBS 관계자 2명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다. 

이러는 동안에도 협회와 유족 측은 3년 간 EBS 관계자들을 만나 공식 사과와 고인의 명예회복,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독립PD협회 관계자는 “EBS 내의 PD 선·후배들의 도움도 컸다. 사과는 부사장이 했지만, 한 사람의 힘이 아니다. 이런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EBS PD들의 지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독립PD협회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같았던 이 요구가 서서히 가시화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였다. 다큐프라임을 처음 기획하고 편성까지 했던 김유열 부사장이 취임하면서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가 가시화했다”며 “만시지탄이지만 협회는 두 PD 유족에 대한 EBS의 전격적인 사과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독립PD협회는 또 “EBS와 함께 ‘진정한 상생 협력의 길 찾기’에 나서고자 한다. 그것이 두 PD 유지를 받드는 일이며 비극적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기 때문”이라며 “지난 수십 년간 허울뿐인 미사여구에 불과했던 ‘상생과 협력’이 이제는 실질적으로 구현돼야 한다. 이를 통한 EBS의 환골탈태가 공정한 방송 생태계 실현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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