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가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정의기억연대와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언론 보도를 비평하면서 방송인 김어준씨 발언을 비판해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저널리즘J)는 ‘위안부. 정의. 기억 그리고 진흙탕 언론’ 편을 통해 보수신문의 침소봉대를 비판했다. 이를 테면 BTS(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가 기부한 패딩을 이용수·곽예남 할머니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중앙일보의 오보, 정의연의 위안부 성과를 깎아내리는 보수신문 칼럼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울러 정의연이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에 대한 초기 대응과 해명이 서툴렀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방송인 김어준씨 발언도 비평 대상이었다. 김씨는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 할머니가 쓴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냄새가 난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며 대필 의혹을 제기했고, 27일에도 “기자회견문을 (할머니) 혼자 정리했다고 하는데, 7~8명이 협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저널리즘J 진행자인 이상호 KBS 아나운서는 “진보 진영에서도 이 문제를 정파적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며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씨가 ‘기자회견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건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는 주장을 했다”고 짚었다.

▲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가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정의기억연대와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언론 보도를 비평하면서 방송인 김어준씨 발언을 비판했다. 사진=KBS 저널리즘토크쇼J.
▲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가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정의기억연대와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언론 보도를 비평하면서 방송인 김어준씨 발언을 비판했다. 사진=KBS 저널리즘토크쇼J.

이에 패널로 출연한 홍성일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김어준씨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연구원은 “제가 보기에 이용수 고문 뒤에 지지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근데 그게 어때서요?”라고 반문한 뒤 “이용수 고문이 개인 의견을 표명하는 데 많은 분들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게 그게 어때서요”라고 재차 물었다.

홍 연구원은 “맥락을 거세하고 이용수 고문의 고립을 김씨가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용수 고문이 외로이 홀로 싸워야 한다는 건가. 본질을 잘못 짚은 김어준씨의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임자운 변호사도 “언론이 (이 사건을) 부풀리는 현상을 (김씨가) 예상 못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김씨 발언 이후) 나쁜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은 굉장히 문제”라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그분들(위안부 할머니)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운동 자체에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에 대한 저널리즘J의 비평에 일부 누리꾼들은 반발하고 있다. 일례로 저널리즘J 본방송 유튜브에는 “저널리즘토크쇼J 선 씨게(세게) 넘네요. 감히 김어준느님을 까요?”, “홍성일님, 이용수 할머님의 말이 무오류라고 가정하지는 맙시다. 김어준의 문제의 발언을 다 듣기는 했나요? 기사에 나온 내용으로 논평하지 맙시다”, “김어준까지 비판하는 걸 보니 기계적 중립 지키려고 그러시나요?” 등의 댓글이 지지를 받고 있다. 저널리즘J 패널들은 3일 오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이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김어준, 유시민 등 진보진영 대표 스피커들 발언과 주장을 검증하는 작업은 비평 프로그램의 책무이기도 하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지난 1월 저널리즘J 신년 방송에서 윤지오씨에 대한 언론 보도 문제를 지적하며 “JTBC ‘뉴스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타 MBC 등은 제가 출연하는 언론들인데, 이런 것들을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한번 다뤄볼 만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또 다른 패널로 시청차를 찾았던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정치학)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널리즘J 편향성 논란에 “미디어비평 시선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저리톡 제작진이 표면적으로 말은 ‘헌법정신’에 기초해서 본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기들이 ‘우리’라고 부르는 일정 정파를 자기네 프로그램의 팬덤으로 설정하고 주로 그 팬층의 시각과 정파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미디어비평 대상이나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제작진이 생각하는 특정한 방향성만을 사실로서 전제하고, ‘우리’와 ‘저들’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아예 처음부터 포맷을 잡아 버린다면 그런 프로는 장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진보·보수 진영을 막론한 성역 없는 비평을 주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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