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무릎에 약 8분간 목이 짓눌려 결국 숨진 사건이 발단이 돼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번지고 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고인의 마지막 발언을 세운 시위가 시작됐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건 현장이었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등 8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미니애폴리스를 포함해 25개 도시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언론은 이번 시위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처에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터진 ‘인종차별’ 사건이라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언론은 이런 시위에 트위터를 이용해 시위단 분노를 자극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을 비판했다. 나아가 미국 현지의 한국 교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한국 정부가 시급하게 대처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미국 시위대의 시위를 폭동이라고 제목짓고 폭력적 상황을 주로 묘사한 신문들도 있었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은 해당 이슈를 다룬 1면 기사에 폭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다음은 주요 종합 일간지 1면에 실린 미국의 인종차별 시위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트럼프, 보고있나’…미 ‘흑인 사망’ 시위 격화” (포토뉴스)
국민일보 “코로나실업·흑인사망… 민심 폭발에 불타는 미국”
동아일보 “폭동으로 번진 美시위, 25개 도시 통행금지령”
서울신문 “美 시위 격화…LA폭동 재현 조짐”
세계일보 “美 ‘흑인사망 시위’ 격화… 트럼프 ‘軍 투입’ 경고”
조선일보 “美, 시위 확산에 25개도시 통행금지… 한인 상점도 불탔다 ”
중앙일보 1면에 해당 기사 없음
한겨레 “백악관 앞 분노 ‘나도 숨 쉴 수 없다’”
한국일보 “흑인 사망 시위에 ‘불타는 미국’... 연방軍 투입 대기”

▲1일 한겨레 1면.
▲1일 한겨레 1면.

주요 언론사들이 1면에 미국 시위 이슈를 다뤘고 특히 한겨레는 1면에 워싱턴 특파원의 르포를 실었다. 특파원은 현지시각 30일 시위대들이 시위현장에서 외친 발언들을 옮겼다. 시위대의 발언 중에는 흑인뿐 아니라 백인들도 있고 “다양한 인종, 성별, 연령에 걸친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낀 채 정의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었다”고 현장을 전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1면에 포토뉴스로 소식을 대체했다. 그리고 14면 국제면에 해당 소식을 대체했다. 경향신문 14면 기사는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구호도 처음이 아니다. 2014년 12월 흑인 노점상 에릭 가너가 뉴욕에서 경찰에 목 졸려 숨지기 전에 남긴 말도 똑같았다”며 “6년이 지났어도 미국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음을 플로이드 사건이 보여줬다”고 사건의 반복성을 강조했다.

▲1일 경향신문 1면.
▲1일 경향신문 1면.

한편 시위대의 ‘폭동’을 강조하고 폭력 사태를 강조하는 관점의 기사들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폭동으로 번진 美시위, 25개 도시 통행금지령”이라고 뽑고 3면에도 시위대들이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상점의 창문을 깨는 사진을 주로 배치했다. 그리고 3면 하단 기사에는 “한인 상점도 피해…‘마네킹 옷까지 싹 털려’”라는 제목으로 한인 교포들의 피해와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는 건조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배치했고 8면에 관련 기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8면 기사의 사진은 차량이 불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시위대가 창문을 깨고 불을 지르는 등의 묘사를 이어갔다. 다만 하단 기사에는 “무자비하게 때려도 무죄…과잉진압 면죄부된 미 공무원 면책권”이라는 기사를 실어 과잉진압을 하는 미국 경찰관의 관행을 지적했다.

▲1일 동아일보 1면.
▲1일 동아일보 1면.

언론은 이번 미국 시위가 격화된 배경에 대해 미국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인종차별 사건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미국 정부에 분노가 쌓인 탓도 있다고 분석한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는 10만명이 숨졌고, 4000만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경찰의 인종차별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도시봉쇄 등으로 발생한 경제적 고통과 분노까지 가세한 듯한 이번 시위에는 흑백노소가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경찰차 습격, 방화, 약탈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썼다.

한겨레 사설은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 경제 위기에 고질적인 인종 문제까지 겹쳐 미국이 ‘3중고’로 휘청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1일 조선일보 8면.
▲1일 조선일보 8면.

언론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시위대에 기름을 붓고 있는 반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 마당에 대통령이 통합과 수습의 리더십을 보이기는커녕 갈등을 조장하는 언동으로 되레 기름을 붓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트럼프의 대응을 비난했다.

서울신문도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시위대를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트위터를 통해 날리는 메시지는 사태를 안정시키는 데 실효성이 없거나 오히려 시위 격화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썼다.

신문들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교민들의 안전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런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한국 교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안전”이라며 “미네소타주 일부 한인 상점들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1일 동아일보 사설.
▲1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혐오스러운 나라’가 돼가고 있다고 평하기도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주 폭력 시위대의 80%가 주 외부에서 유입된 극좌파라고 주장하며 연방군 투입 경고 등 강경진압 일변도로 대응해 더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무모하게 사용되는 공권력은 공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독단으로 흐르는 분위기와 무관치만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큰 축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동아일보 사설은 “미국이 닮고 싶은 나라에서 혐오스러운 나라로 변하고 있다”며 “미국의 닮고싶은 소프트파워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이런 모습에 결정적으로 금이 가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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