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두가 예상한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다른 이들도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단지 그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몰랐을 뿐이다. 1999년 처음으로 전파를 탄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 5월14일 ‘잠정 휴식’을 선언했다. 2014년 MBC ‘코미디의 길’, 2017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레전드매치’(이하 웃찾사)가 폐지된 후 지상파 방송사 3사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두 방영을 중단하게 됐다.

전성기 때는 20%, 아무리 못해도 10%대 시청률을 지속적으로 구가하던 개콘은 2010년대 중후반에 돌입하며 급격한 몰락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단 한 번도 시청률 10%를 넘지 못했고 2019년부터는 5% 시청률을 돌파하는 것도 버거웠다. 심지어 4월 개편 이후로는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은 5월1일 방송분을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3%를 넘지 못했다.

시청률 아닌 지표로 따져도 개콘의 근래 상황은 심각했다. 한동안 개콘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어와 인기 스타 산실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개콘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사람들 눈 밖에서 빠른 속도로 멀어졌다. 당연히 지금 개콘에 어떤 코미디언이 나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20년 이상 방송한 한국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물론 개콘이 가만히 몰락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개콘의 유명 코미디언들이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집단적으로 개콘을 떠나갈 때마다 제작진들은 그해 새롭게 선발한 공채 코미디언을 중심으로 새 코너들을 집중적으로 편성하면서 시청자 이목을 모으고자 했다. 2003년 심현섭, 강성범, 김숙 등이 당시 막 새롭게 시작한 SBS 웃찾사로 떠날 때 ‘갈갈이 패밀리’로 2000년대를 풍미한 박준형, 정종철을 필두로 정형돈, 김병만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고, 2009년 유세윤, 장동민, 안영미 등이 하차했을 때는 박지선, 박성광, 박영진 등이 두각을 드러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2010년대 중후반 이후 전략은 좀체 먹히지 않았다. 새롭게 준비한 코너들은 시청자 이목을 끌지 못했고, 매년 선발되는 KBS 공채 코미디언 인지도는 날이 갈수록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콘 제작진들이 택한 길은 왕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이나 배우를 다시 부르는 것이었다. 2017년에는 한동안 개콘을 떠났던 코미디언 김대희, 박휘순, 안상태, 신봉선, 박성광, 강유미, 홍인규 등을 한꺼번에 컴백시켰다. 이와 함께 이전 김대희와 신봉선, 장동민이 나온 가족코미디 ‘대화가 필요해’를 프리퀄 콘셉트의 ‘대화가 필요해 1987’로 부활시키는 한편, 2011년 끝으로 폐지됐던 과거의 대표코너 ‘봉숭아 학당’도 새롭게 다시 만들었다.

▲KBS 개그콘서트.
▲KBS 개그콘서트.

시청률이 소폭 반등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10% 이하로 추락한 시청률을 회복할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다. 이후로도 개콘은 계속 비슷한 전략을 이어나갔다. 특히 개콘 방송 20주년인 동시에 1000회 방영을 맞이하는 2019년이 절정이었다. 장수 프로그램 개콘 특성상 크고 작은 특집 회차가 꾸준히 있었지만 2019년 5월 진행된 ‘1000회 특집’은 유례 없는 2주 편성으로 방송됐다. 특집 출연진 역시 1999년 첫 방송 때 활약했던 코미디언 김미화, 심현섭부터 시작해 20년 동안 개콘 역사에서 주목 받았던 코미디언을 최대한 모으는 한편, 1부와 2부 엔딩을 코미디언이 아니라 각각 DJ DOC와 김연자에게 맡기는 등 이전에 볼 수 없던 시도를 하기도 했다.

동시에 KBS에 개콘 1000회 특집은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1000회 특집이 끝난 이후로 개콘 제작진들은 대규모 개편을 선언하며 프로그램을 큰 폭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2019년 8월부터는 개콘의 상징이었던 ‘공개 코미디’가 아닌 야외 녹화나 비공개 녹화 등 형식적 실험을 하는 한편, 개콘 상징 중 하나였던 이태선밴드를 하차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박준형, 김시덕을 복귀시키며 이전 인기 코너 ‘생활사투리’를 부활시킨 ‘2019 생활사투리’ 코너를 시작했다. ‘개편위원회’라는 콘셉트로 방송 중간에 SNS를 통해 누리꾼 실시간 반응을 담는 동시에 코너가 끝날 때마다 코미디언 김대희, 신봉선, 유민상이 ‘개편위원회 패널’이라는 설정으로 각 코너를 평가하는 막간 코너를 삽입했다.

그러나 추락하는 시청률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2019년 12월부터는 방송시간대를 처음으로 일요일 밤 9시에서 토요일 밤 9시대로 변경했다. (그 대신 본래 일요일 오후 5~7시 시간대 방송되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일요일 밤 9시에 방영됐다.) 아마 개콘 시청률 저하가 2010년대 중반 이후 무서운 기세를 드러내는 관찰 예능 SBS ‘미운 우리 새끼’와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토요일 밤 9시 시간대는 일요일 이상으로 예능 프로그램 경쟁이 치열하다. 공교롭게도 개콘 출신 인기 코미디언 김병만이 진행하는 장수 예능 SBS ‘정글의 법칙’과 JTBC를 대표하는 집단예능 ‘아는 형님’이 포진된 시간대이기도 하다. 결국 토요일로의 시간대 변경은 연속되는 시청률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계속되는 개편 시도에도 시청률 저하가 멈추지 않자 개콘은 다급해졌다. 2020년 1월에는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과 비슷하게 점수제와 순위 경쟁을 도입했다. 하지만 시청률 상승 효과는 미미했다. 설상가상으로 2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공개 녹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2월에는 옛 인기 코너인 ‘뮤지컬’과 ‘쉰 밀회’를 한꺼번에 부활시켜 경쟁하는 ‘레전드 맞짱’이라는 시도를, 4월에는 다시 한 번 방송 시간대를 토요일에서 금요일 저녁 8시30분으로 옮기며 ‘금요극장’이라는 콘셉트를 시도했다. 공개 녹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프로그램 역시 코미디언들이 각자 공간에서 찍은 영상을 함께 스튜디오에서 감상하는 형식이 됐다. 그래도 시청률 추락은 막을 수 없었다.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수한 개편을 감행했지만 시청률에 득이 되는 결과는 없었다.

▲ 코로나19로 인해 개그콘서트 무관객 진행을 알리는 공지. 출처=KBS 홈페이지.
▲ 코로나19로 인해 개그콘서트 무관객 진행을 알리는 공지. 출처=KBS 홈페이지.

개콘 이후 코미디 상상할 수 있는가

개콘이 사라진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수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당장 MBC, SBS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며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코미디언들은 KBS마저 코미디 방송을 중단한다는 소식에 무척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20년 이상 방송한 장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일반 시청자 반응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최근 개콘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거나 ‘근래 개콘은 재미가 없었다’는 반응을 함께 남겼다. 시청자 추억 속에 남아 있는 개콘은 어디까지나 몰락 전 한국 유행의 선두주자인 상태의 개콘이다.

개콘이 겪은 위기를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이 겪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이후 개콘과 함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양대산맥을 형성했던 tvN의 코빅은 결국 막판의 개콘마저도 콘셉트를 벤치마킹했던 ‘점수제’와 ‘순위 경쟁’을 본격 도입한 프로그램이지만, 케이블 프로그램 한계를 고려해도 ‘코빅’의 근래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2~3%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는 개콘이 잠정 중단 직전 기록하던 시청률보다 낮은 수치다. 2019년 IHQ 케이블 채널 코미디TV가 옛날 웃찾사 명성을 이끈 코미디언 박승대를 중심으로 ‘스마일킹’이라는 새로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철저한 무관심 속에 2019년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한국 사람들은 코미디 프로그램 자체를 싫어하거나 외면하게 된 것일까. 그렇게 말하기에는 또 쉽지 않다. 개콘이나 코빅 같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다른 형태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계속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KBS는 개콘을 비롯해 과거 자사를 통해 방송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인 ‘유머 1번지’나 ‘쇼 비디오 자키’, ‘폭소클럽’ 등 클립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KBS COMEDY : 크큭티비’를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2020년 5월 기준 구독자수는 27만명이며 각 영상별 조회수는 대략 2000회에서 1만회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크큭티비’가 일정한 성과를 얻자 SBS ‘빽능-스브스 옛날 옛능’, MBC ‘옛능:MBC 옛날 예능 다시보기’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 웃찾사나 개그야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스탠드업 형태의 코미디 프로그램도 조금씩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tvN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 9개 시즌을 통해 미국 NBC의 장수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 약칭 SNL)의 한국판 ‘SNL 코리아’를 방송했다. SNL 코리아 외에도 tvN은 2013~2014년 ‘푸른 거탑’, 2014년 ‘황금거탑’, 2015년 ‘콩트 앤 더 시티’를, XtvN을 통해서는 2018년과 2019년 ‘최신유행 프로그램’이라는 콩트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또 ‘SNL 코리아’가 폐지된 후로는 2018년 ‘빅 포레스트’, 2019년 ‘쌉니다 천리마마트’ 같은 시트콤 느낌이 강한 드라마를 제작하며 코빅 외에도 다양한 형식으로 코미디를 시도하고 있다.

▲tvN SNL 코리아 포스터. 사진출처=SNL 코리아 홈페이지.
▲tvN SNL 코리아 포스터. 사진출처=SNL 코리아 홈페이지.

한국에서 위세를 발휘하는 코미디 영역은 결국 ‘온라인’이다. 2010년 전후만 해도 한국 코미디에서 온라인은 결코 주류가 아니었다. 2000년 코미디언 주병진이 코미디 전문 인터넷 방송국 ‘프랑켄슈타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심형래가 성인 인터넷 방송국 ‘나이스굿’을 통해 조폭 코미디 ‘조폭닷컴’을 시도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김어준의 ‘딴지일보’가 SBS 출신 코미디언 김구라, 황봉알, 노숙자 3인을 속칭 ‘구봉숙’으로 묶고 온갖 욕설과 비하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성인 코미디 인터넷 라디오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을 통해 컬트적 인기를 끌었고 이 인기를 토대로 김구라는 무명 생활을 청산했지만 여전히 온라인상의 코미디는 주류가 되기 어려웠다. 이후로도 계속 코미디언들의 온라인 진출이 이어졌지만 최군이나 김대범 같이 결코 주류라 말할 수 없는 인물들의 자구책에 가까웠다.

2010년대 이후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한국인에게도 보편적 매체가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코미디 프로그램 시청률은 나날이 줄어갔지만 온라인을 통한 코미디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한동안 비주류 코미디언들 중심지였던 인터넷 방송은 유세윤, 강유미를 비롯한 유명 코미디언들이 속속 유튜브 채널을 만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가장 극적인 케이스는 코미디언 송은이 사례다. TV에서 계속 중년 여성 코미디언을 찾지 않아 쉽지 않음을 은연 중에 호소하던 코미디언 송은이는 동료 코미디언 김숙과 2015년부터 함께 만든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 선풍적 인기를 얻자 이를 바탕으로 지상파에 다시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SBS는 ‘비밀보장’ 콘셉트를 그대로 계승한 지상파 라디오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를 방송했고, 이후 송은이는 ‘비밀보장’에서 이름을 따온 콘텐츠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를 만들어 ‘김생민의 영수증’, ‘밥블레스유’ 등 인기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를 만드는 한편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와 함께 코미디언 댄스 그룹 ‘셀럽파이브’를 만들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TV에서 점차 소외되던 여성 코미디언이 팟캐스트를 통해 다시 지상파로 불려 나오고, 작은 콘텐츠 제작사 사장까지 오르게 된 것은 더 이상 TV가 코미디 중심이 아님을 보이는 대표적 선언이었다.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 사진출처=비밀보장 홈페이지.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 사진출처=비밀보장 홈페이지.

한국에서 비주류 영역이었던 ‘스탠드업 코미디’ 역시 이젠 더 이상 ‘비주류’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크리스 록이나 케빈 하트와 같은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가 온라인을 타고 한국에서 서서히 유행하더니 2010년대 중반 한국에 론칭한 OTT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인기 스탠드업 코미디가 들어오면서 팬덤이 형성됐다. 넷플릭스 역시 이를 놓치지 않았다. SNL 코리아 작가 출신 방송인 유병재를 주연으로 내세운 스탠드업 코미디쇼 ‘유병재 블랙코미디’와 ‘B의 농담’을 론칭한 후 MBC 예능 ‘나혼자 산다’로 주목받던 박나래를 주연으로 세운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론칭하며 큰 화제를 끌었다.

이와 함께 신논현역에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 ‘코미디 헤이븐’, 홍대에는 코미디언 김준호·김대희 중심의 코미디 공연장 ‘JDB스퀘어’가 세워지는 등 스탠드업 코미디를 볼 수 있는 공연장이 서울에 최소 두 곳이 생겼다. 이에 발맞춰 KBS 또한 ‘폭소클럽’ 이후 한동안 맥이 끊어졌던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 ‘스탠드UP’을 화요일 심야에 론칭하는 행보를 보였다. 비록 시청률은 1~2% 내외로 결코 좋은 편은 아니지만 SBS 유튜브 전용 예능 ‘문명클럽’의 진행자 ‘재재’가 나온 회차가 유튜브에서 조회수 9만회를 기록하는 등 주목도 자체가 떨어지던 개콘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시즌1이 총 10회를 끝으로 5월26일 마무리됐다.

이렇듯 개콘이 몰락했어도 한국 코미디 인기 자체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10년대 이후부터 온라인이 한국 코미디 주도권을 잡는 형태가 형성된 지 오래다. 예능 자체가 전반적으로 유행을 많이 타지만 유행에 특히 민감한 온라인이 더 코미디 주도권을 잡는 형국이 됐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나 ‘셀럽파이브’ 사례처럼 이제는 오히려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프로그램이 TV나 라디오로 유입되는 등 역전 현상이 수도없이 발생하고 있다.

유행 역전은 개콘을 포함한 TV코미디 프로그램이 2010년대 이후 왜 빠르게 몰락했는지 드러낸다.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은 시기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소수자 비하 논란과 유행어 강요 콘셉트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개콘은 상대적으로 웃찾사나 개그야에 비해 유행어를 강요하는 억지 코미디가 덜한 편이었다고는 하지만, 없는 편은 아니었다. 비하 논란에서는 나머지 두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권 감수성이나 페미니즘 인식이 낮았던 201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거나 문제로 지적받아도 뭉개고 지나가기 바빴다.

방송 환경이 급변한 2010년대 중후반 이후로는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것이 됐다. 한국 코미디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효시격이었던 ‘옹달샘(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의 꿈꾸는 라디오’가 여성 혐오 논란 후 폐지되고 이후 송은이, 김숙, 박나래 등을 비롯해 1980년대 데뷔한 여성 코미디언 중 이경실과 함께 유일하게 살아남은 박미선에 대한 재조명은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다.

이제 방송은 한국 코미디를 이끄는 대신, 한국 코미디에 새롭게 형성된 조류를 따라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CJ ENM이 박미선과 함께 ‘유튜버 도전’ 콘셉트로 만드는 코믹 유튜브 채널 ‘미선임파서블’을 론칭하고, KBS가 한창 개콘 추락이 심화하던 시기 스탠드업 코미디 ‘스탠드UP’을 방송했던 것은 이런 측면이 강하다. 한동안 코미디와 연이 없었던 JTBC는 7월부터 ‘숏폼 드라마’와 ‘여러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새 코미디 프로그램 ‘장르만 코미디’를 코미디언 김준호, 김준현, 유세윤, 안영미와 함께 배우 오만석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제작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시도들에 쉬이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하나 있다. 더 이상 이전처럼 과거 인기 코미디언을 대동하거나 그저 새 프로그램이나 코너를 만들었다고 참신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는 점이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코미디는 결국 외면을 받는다. 그점을 결코 잊지 않는 코미디만이 꾸준히 살아남고 생존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