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회선, 알뜰폰 등 자사 상품을 직원들에게 구매하게 했다는 KCTV제주방송(대표이사 회장 공성용)이 이를 위해 직원들 실거주지를 일일이 조사했고 일부 직원은 위약금을 물면서 회사 상품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부당하게 자사 제품을 구입하게 하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인 ‘사원판매’에 해당될 수 있다.

상품 구입 집중 독려는 지난 4월 추진됐다. KCTV 관계자 등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4월 초중순 직원들 주소와 디지털방송·인터넷·알뜰폰 등 상품 이용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주소 조사 경우 명의만 등록된 주소와 실거주지 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재차 “실제 거주 주소 확인” 공문도 내려보냈다. 이를테면 부모와 독립해 살지만 부모 집이 자신의 명의이고 부모만 KCTV 인터넷·방송을 사용하는 경우와 같은 ‘사각지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알뜰폰 판매를 위한 집중 상담도 진행됐다. ‘KCTV 알뜰폰’을 쓰지 않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4월20일~29일까지 특별 상담 기간을 마련했다. 회사는 각 부서에 “(관련) 요금제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우들이 많아 집중 상담 시간을 정해 개별 상담을 위한 특별 상담 코너를 운영한다”며 “사우들은 기간 내 빠짐없이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KCTV제주방송 CI.
▲KCTV제주방송 CI.

이 과정에서 추진 과정이 강압이란 비판이 나왔다. 독려 초기부터 ‘자사 상품으로 바꾸지 않으면 상벌이 있다’거나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말이 기정사실처럼 사내에 퍼졌다. 부서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빨리 회사 것으로 교체하라’고 압박한 관리자도 있었다. 한 KCTV 직원은 “회사 상품을 쓰지 않았던 직원들 상당수가 회사 상품으로 교체했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바꾼 사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회장님 말씀’이 당시 회사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공성용 회장은 4월20일 전 직원에게 ‘CEO 메시지’를 배포하며 “현재 사우님들이 사용하는 회사 상품에 대한 아쉬움과 배신감을 털어놓는다”며 질책했다. 회사 상품 목록을 열거하며 “오늘 이후로 모른다고 하지 마세요. 벌 받을 것입니다”라거나 “다음 월례회의 때 시험칠 수도 있습니다. 인사·급여에 반영합니다”라고 적었다.

위약금을 물면서 상품을 교체한 직원도 적지 않다. 또 다른 KCTV 직원은 “무리하게 교체해 위약금을 물게 된 직원만 수십명인데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약금 규모는 적으면 10만원, 많으면 50만원을 넘었다.

이용 실적은 지난 5월 초 나온 성과급에 일부 반영됐다. KCTV 상품을 개통한 직원들이 개통하지 않은 직원보다 높은 급여를 받았다.

이번 논란에 KCTV 사측 관계자는 29일 “오해가 있다. 지역 기반 중소 케이블방송은 대기업과 경쟁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적자 구조에 있다.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25년을 함께 노력한 직원들에게 보상과 예우를 하기 위해 지급한 성과급”이라며 “소수 반발 의견도 있지만 본인의 애사심과 충성심을 인정받고 싶은 직원들도 있다. 힘든 시기에 직원 모두에게 성과급을 지급했고, (이용도에 따른) 급여 차이도 3% 정도”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상품 구매가 강압이라는 지적에 “과정 없이 상품을 독려하면 더 문제가 생기니 수개월 전부터 이야기했다. 이런 일을 추진할 거라 했고, ‘회사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고, 추진 과정 안에서도 개인이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 기회를 드릴 테니 와서 한번 들어보시고, 그래도 우리 상품이 싫다면 왜 그런지, 뭐가 개선돼야 하는지 지적을 듣고 회사가 노력해 온 부분들을 설명도 하는 과정이었다”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인데 단편적 사안 하나로 모든 걸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무종교인도 퇴근 후 찬송가·율동 연습”

사내 일각에서는 이번 사원 판매 논란이 위계적 조직문화에서 비롯했다고 평가했다. 회사가 직원에게 구매 결정권 등을 준다고 해도 이를 쉽게 행사할 수 없는 수직 문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KCTV 직원은 “직원으로서 당연히 회사 제품을 선호할 수 있고, 회사가 어려울 때 도울 수 있다. 회사도 독려할 수 있다. 그러나 강압이라는 선을 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사 상품 구매는 오랜 관행이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 일한 한 전직 직원은 “일부 부서 직원들은 주소지 조회 결과 다른 회사 인터넷·TV을 쓰고 있으면 관리자에게 소명해야 했다. 회장님은 월례 전체회의 때 공개 질책을 자주 했다”며 “신입직원도 교육기간 중에 모두 인터넷·TV를 KCTV 것으로 바꾸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사내 예배도 한 예다. 매주 셋째주 목요일 업무 외 시간인 오전 8시께 열리는데 외근 일정이 없는 전 직원이 참석한다. 율동을 하면서 찬송가를 부르는 ‘특별찬송’(특송)도 부서가 돌아가면서 맡는다. 또 다른 익명의 KCTV 직원은 “특송은 길게는 2주 전부터 준비하는데 퇴근 후 1~2시간씩 남아 연습한다. 반주자를 부를 때도 있다”며 “헌법에 반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무조건적 참여를 강요한다. 빠지면 중간 관리자들이 질책한다”고 했다.

두 관례 모두 위법 소지가 있다. 공정거래법은 회사가 부당하게 임직원에게 자사 상품 구매를 강제하면 ‘거래강제’라는 불공정행위의 ‘사원판매’ 유형으로 보고 처벌한다. 부당성은 고용관계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 등이 드러나면 인정된다.

예배 및 특송 강제 참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 76조는 직장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근무환경을 악화시키거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 정하고 금지한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6월 낸 ‘고용노동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상급자가 직원들에게 특정 종교행사에 참여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KCTV 사측 관계자는 예배와 관련 “사회 변화 속도에 못 따라간 측면이 있지만 임원도 문제의식을 가진 부분이라 이미 사내 개선안을 마련해 개선 단계를 밟고 있다. 다만 오래 사풍으로 유지돼 어느날 갑자기 없애기 힘든 면이 있다.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 보강 : 31일 오전 첫 보도 이후 KCTV 추가 반론 반영.

KCTV 측은 이번 보도에 대해 “위약금 관련해 자사 모바일은 MVNO 상품으로 통신 3사와 동일한 요금제 대비 40% 이상 저렴하다. 최소 3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는 뜻”이라며 “상담 기간의 주목적은 약정 기간 동안 ‘통신 3사에 내는 총 요금’과 ‘위약금을 내서라도 자사로 이동할 때의 총 요금을 알아보고 판단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약정이 1년 남았다면 최소 36만원의 총 요금 차익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KCTV 측은 5월 지급된 성과급에 대해 “자사 상품 장기 이용에 대한 직원 인센티브가 신설된 것이다. 이 시국에 인센티브를 신설한 것이 문제는 아닐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다만 자사 상품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직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만이 생길 수 있었을 것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사내 예배 문제와 관련 KCTV 측은 “이미 미디어오늘이 관심 갖기 전부터 특송 폐지에 대한 논의가 간부급에서 진행 중이었다”며 “특히 올해 예배가 열리지 읺았기 때문에 걱정하는 상황은 이미 잠정적으로 종료 상태에 있다. 재개하더라도 강압적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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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KCTV제주방송 “회사 상품 안 쓰면 인사평가” 논란
② KCTV 직원들 “폰 구매·사내 예배, 강요 맞습니다”
③ KCTV제주방송 “사내 예배 강요 않고, 특별찬송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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