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의 침묵을 깬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을 설득하는데는 실패했다. 지난 29일 윤 의원은 자신과 정의연(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에 쏟아지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30일자 조간에서 이를 설득력 있는 해명으로 본 곳은 없었다. 의혹이 허위라면서도 이를 증빙할 최소한의 서류조차 제시하지 않아서다. 

다음은 30일 종합일간지 1면 중 윤 의원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윤미향, 후원금 유용 부인…의원직 사퇴 안 해”
국민일보 “의혹엔 모두 ‘아니다’ 사퇴론엔 ‘일하겠다’”
동아일보 “윤미향, 구체적 근거제시 없이 ‘아니다 아니다’”
세계일보 “‘아니다’ ‘잘못 없다’…의혹 부인 일관한 尹”
조선일보 “윤미향의 발뺌 40분”
중앙일보 “‘잘못한 점 일부 있다’…의원직 사퇴는 없다”
한겨레 “윤미향, 모든 의혹 부인…증빙자료는 제시 안해”
한국일보 “‘후원금 유용 안 했다’ 사퇴에 선 그은 윤미향”

▲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의원 해명이 속시원했다는 반응은 한곳도 없었다. 윤 의원이 21대 개원 하루 전날 기자회견을 열면서 다수 국민여론과 당내에서도 제기한 사퇴론을 일축하자 신문들은 검찰 수사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윤 의원이 검찰 수사 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밝힐 수 없는 점은 이해할 대목이지만 당선인에서 의원으로 신분이 바뀔 경우 불체포특권을 얻게 돼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윤 의원이 “(검찰 조사를) 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점을 근거로 검찰이 빠르게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게 다수 언론의 주장이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윤 의원 사퇴를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역시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 30일 경향신문 3면 기사
▲ 30일 경향신문 3면 기사

경향신문 3면 톱기사 제목은 “‘조사 앞둬…’ 증명자료 없이 소극적 해명, 정의연 입장 반복”이다. 이 신문은 “이날 해명들은 그동안 윤 당선인과 정의연이 인터뷰와 해명자료 등을 통해 밝힌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안성 쉼터 거래 과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서류들이나 개인 계좌 거래 내역 등 회견에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던 증명자료들은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3면 하단 기사 제목은 “시민단체 ‘기자회견에 새로운 내용 없어’”다. 근거제시 없이 말로만 의혹을 부인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정의연이 관련 입장을 내지 않은 점도 거론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 당선인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잘못이 있다면 상응한 책임을 지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검찰은 의혹의 진위를 엄정하게 가리고, 그 결과를 하루라로 빨리 내놓기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비슷한 논조였다. 5면 톱기사 “‘개인계좌 허술한 부분 있었다’면서도 ‘후원금 유용 안했다’”에서 “윤 당선자는 검찰 수사를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두기도 했다”며 “‘허술하다’ 등의 표현으로 후원금 사용 내용에 일부 ‘구멍’이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읽힌다. 후원금을 용도에 딱 맞게 쓰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착복하지는 않았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의원은 회견에서 “계좌이체 내역을 일일이 다시 보니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고 해명했다. 

▲ 30일 한겨레 사회면 기사
▲ 30일 한겨레 사회면 기사

윤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고려하지 않은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기자회견은 검찰수사를 앞두고 합리적 계산 하에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회견과 기자들 질의에서 윤 의원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한 것은 세 가지다. 심려를 끼친 것, 모금에 개인계좌를 사용한 것, 자신의 아버지를 쉼터 관리인으로 고용한 것 등이다. 이는 모두 도덕적 문제일 뿐 법으로 처벌할 만한 쟁점이 아니다. 

윤 의원 회견은 사퇴로 기운 국민여론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비전을 고민한 판단으로 보긴 어렵다. 자신이 정의연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향후 ‘위안부’ 운동 방향에 대한 답변을 생략했고,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씨의 수차례 비판이 있었지만 진심 어린 답변도 없었다. 자신이 2012년 총선에 이씨 출마를 반대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기억이 안 난다며 답을 피했다. 

한겨레는 사설 “여전히 남은 의혹, 결국 검찰에 맡겨진 ‘윤미향 논란’”에서 “결국 의혹 규명 작업이 검찰에 맡겨지게 된 것”이라며 윤 의원에게는 진솔한 해명을, 검찰에는 정치적 고려없는 공정·신속한 수사를 주문했다.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이번 해명을 조율한 이는 여성운동가 출신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다. 남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이해찬 당 대표 등에게 윤 의원 개인계좌 내역을 별도로 보고했고 특이사항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민주당 판단이 맞는다 하더라도 과제는 남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지난 30년 동안 ‘위안부 인권운동’에 보내온 신뢰가 큰 상처를 입었다”며 “제기된 의혹 가운데 과장·왜곡된 부분도 있지만 위안부 인권운동 방식을 성찰하고 개선할 계기로 삼을 만한 비판도 있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윤 의원과 여당이 져야 할 문제다. 한겨레는 “오랜 세월 위안부 피해자와 활동가, 시민들, 국제사회가 함께 쌓아올린 운동의 성과와 의미를 살리면서 새롭게 나아가는 길을 찾아내야 할 때”라고도 했다. 

▲ 30일 중앙일보 사설
▲ 30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의혹 전면 부인한 윤미향, 사퇴가 답이다”에서 윤 의원 사퇴를 주장했다. 이 신문은 “(윤 의원이) 의정 활동 노력을 강조하면서 의원직 사퇴는 거부했지만 해명 기자회견 한 번으로 비리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정의연에 대해선 “폐단을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주먹구구식 낡은 회계 관행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위안부 진실규명 운동이 특정 진영·정당과 결탁 말고 초당파적·범국민적으로 운영되도록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