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가 25일 공개한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가 명시한 채널A 이동재 기자의 문제는 △취재 과정에서 ‘과도한 수사’ ‘가족 수사’ 등을 언급한 점 △검찰 고위 관계자와 친분을 강조하며 통화 녹음파일을 들려줄 수 있다고 제안한 점 △취재원 목소리를 녹음해 들려주고, 녹취록을 가필해 취재에 사용한 점으로 요약된다. 

채널A진상조사위는 “배혜림 차장(법조팀장)은 취재 과정에 대한 1차적 게이트키핑에 실패했고, 홍성규 사회부장 등 상급자 역시 취재 과정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모든 논란은 이동재 기자 개인의 취재윤리 부족과 특종 욕심에서 비롯되었으며, ‘검언유착 프레임’은 과도한 정치공세다. 

이동재 기자는 보고서에서 “이철(전 신라젠 대주주)을 취재 대상으로 선정한 과정에서 검찰과 사전 논의가 이뤄진 바 없지만, 이철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을 수사기관 관계자에게 언급한 사실은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 출입 기자가 취재원과 일상적인 ‘정보교류’를 했다는 의미다. 

▲3월31일자 MBC 단독보도 화면 갈무리.
▲3월31일자 MBC 단독보도 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동재 기자는 3월18일 이철의 지인으로 등장한 지아무개씨와 통화에서 “유시민은 개인적으로 한번 쳤으면 좋겠고. 유시민 치면 검찰에서도 좋아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것은 일상적인 ‘정보교류’의 결과일까. 이 대목에 대해 이동재 기자는 “이미 수많은 기사가 나왔고, 이걸로 가장 딜을 쳐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무엇을 위한 ‘딜’이었을까.

이동재 기자는 “총선 같은 거 아무 상관 없는데, 본인(이철)한테 제일 좋은 시점은 3월 말, 4월 초”라고 말했다. 왜 3월 말 4월 초였을까. ‘유시민’을 키워드로 한 신라젠 정관계 로비 의혹 프레임이 이 기자 바람대로 3월 말이나 4월 초에 이철의 입을 통해 등장했다면, 이번 총선이 ‘유시민’으로 뒤덮였을 것이란 점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동재 기자가 개인적으로 보고를 소홀히 하며 무리한 취재에 돌입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자의 ‘보고라인’이 이 기자와 관련한 증거를 모두 지운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배혜림 차장(법조팀장)은 조사위에서 “불법적인 취재를 하지 않지만 그동안 취재해온 과정이나 취재원이 들어 있는데 절대로 누구에게도 회사 내에도 그런 공포심이 들긴 한다”라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이동재 기자와의 카카오톡 대화 삭제 이유를 밝혔다. 홍성규 사회부장은 “민감하게 대화했던 내용들이 있을 수가 있어서 이 사건 외에도 보도가 된 이후부터는 검찰 수사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런 내용에 대해 지웠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마치 제3자처럼 삭제 경위를 진술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여기서 4월9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렸던 채널A 의견청취 속기록을 다시 들춰보자. 이날은 김재호·김차수 채널A대표 등 진상조사위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이동재 기자는 2월 초 법조팀장과 사회부장에게 “신라젠에 대해 취재를 해보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이철에게 손편지를 보냈고, 2월 중순 ‘대리인’ 지씨의 전화를 받았다. 2월25일 첫 만남이 이뤄졌다. 만남 이후 법조팀장에게 “대리인을 만났고 아직은 별 진전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에 법조팀장은 “잘 알아보고 꼼꼼히 챙겨야 된다”고 지시했다. 속기록만 보면 지시라기보다 ‘덕담’에 가깝다. 

보통은 만남 결과를 텍스트나 통화로 보고받은 뒤 아이템의 ‘킬’ 여부를 논의하거나 이후 취재 방향을 상의하는 게 정상이다. 3월13일 2차 면담 이후에도 이동재 기자는 법조팀장에게 “아직도 별 진전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이동재 기자는 “태블릿PC 보도처럼 자료를 주면 우리가 먼저 보도하고 그것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식으로 하면 유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이철에게 보냈다. 이 기자는 이 건을 ‘국정농단’급으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3월22일 3차 면담. 속기록이나 보고서에 따르면 이렇다 할 취재지시도 하지 않았던 법조팀장이, 이날 자리에 함께 할 예정이었다. 

의견청취 속기록을 보면 지씨와의 면담 관련해선 법조팀장이 두 번 보고받은 것이 전부다. 사회부장은 아예 보고를 받은 바 없다. 채널A는 “만난 사람이 전혀 기삿거리를 던져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부장에게 보고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배혜림 차장은 물론, 홍성규 사회부장까지 이동재 기자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지워버렸다. 홍 부장의 경우 관련 보고가 없었다고 주장하려면 주장의 근거가 되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살려두는 것이 본인에게 오히려 유리한데도 지워버림으로써 의심을 자초했다. 배 차장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대목만 캡처해서 제출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던 셈이다. 

 

채널A, ‘A’에게 전화까지 했지만…‘A’가 검사장인지는 알 수 없다? 

이동재 기자는 3월13일 노트북PC 화면으로 검찰 고위 관계자와 대화를 정리한 녹취록을 보여주고 “높은 검사장인데 10분 동안 통화한, 굉장히 높은 사람이라 생각하면 되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녹취록은 100% 거짓”이라고 진술했다. “그냥 창작이다. 고도의 뭘 요하는 것도 아니고 법조 출입 6개월 하면 5분이면 만드는 창작”이라고 했다. 지금껏 이런 식의 창작으로 얼마나 많은 취재를 했을지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이동재 기자는 회사가 지급한 취재용 노트북을 포맷한 이유에 대해 “지지난 주부터 윈도 업그레이드를 하라고 전산팀 연락이 왔다. 추미애가 감찰을 언급하기도 해서 윈도7을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전산팀 관계자는 “이 기자 노트북은 윈도10이어서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가 느려져서 포맷해달라고 이 기자가 요청해 포맷했다”고 말했다. 보고서 속에서 이동재 기자는 ‘거짓말쟁이’로 비친다. 채널A는 보고서에서 이 기자가 4월1일 허위로 휴대전화 분실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기자가 자신의 변호인을 선임한 것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5월22일 채널A가 메인뉴스에서 이동재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사과방송을 하는 모습.
▲5월22일 채널A가 메인뉴스에서 이동재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사과방송을 하는 모습.

보고서에 따르면 이동재 기자는 3월20일 A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통화내용 일부를 녹음했다. 3월22일, 이 기자가 휴대전화에 연결된 이어폰을 지씨의 귀에 끼워주고 녹음파일을 들려준 뒤, “제가 이름 말씀 못 드리지만 생각하시는 그분입니다”라고 하자 지씨가 “A”라고 말했고, 이 기자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을게요”라고 답했다. 지씨는 현재까지 A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자의 거짓말에 지씨가 속은 걸까. 

채널A 진상조사위는 “3월22일 지씨와의 3차 만남에서 활용한 녹음파일을 확보하기 위해 이 기자의 노트북PC 및 휴대전화 2대를 확보했지만 노트북은 포맷됐고, 휴대전화 2대는 초기화된 상태여서 녹취록과 녹음파일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널A는 ‘녹음파일이 우리 손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편리하게 A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러나 MBC 취재 사실을 알게 된 3월22일 일요일 늦은 밤, 이동재 기자는 회사에 나와 대응방안을 작성했고, 그 중 하나는 재녹음을 해서라도 A의 목소리를 감추는 것이었다. 

4월9일 방통위의 채널A 의견청취 속기록을 보면 “(이동재가) 특정 이름을 거론하긴 했다. 그런데 그 기자가 말한 특정 이름을 공개회의에서 지목하려면 저희 스스로 근거자료를 확인한 다음 발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특정 이름은 ‘A’다. 채널A는 “저희가 확보한 통화기록에는 그 검사장뿐만 아니라 법조계 인사들 여러 명이 쭉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 검사장’이라고 말하며 스스로 ‘A’의 존재를 인정한 대목이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속기록에는 “제가 조사할 때는 (이동재가) 검사장 이름을 거론했다”는 채널A 대표의 진술도 등장한다. 속기록에 따르면 채널A는 “녹취록이 어떤 검사장이라고 특정이 되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검언유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저희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과 공모를 하려면 최소한 대리인이라고 나선 사람이 검찰과 딜을 할 수 있는 무엇을 주어야 검찰과 상의할 텐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통화내용에 대해선 “일반적인 법조 기자와 검찰 간부 사이에 오갈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는 녹음파일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를 대비한 방어 논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재 기자가 말한 검사장은 사건 초기부터 특정되어 있었다. 심지어 채널A 측은 3월23일 오전 10시경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통해 A에게 ‘당신 녹음파일은 없다’고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했다.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배혜림 차장이 ‘녹음파일이 없다고 하자’고 홍성규 사회부장에게 제안했다. 배 차장은 “홍 부장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진술했고, 홍 부장은 “배 차장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채널A는 검사장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이 없기 때문에 A를 검사장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그 당시에는 왜 A에게 전화까지 해서 녹음파일이 없다고 해명해야 했을까. 이처럼 의견 청취 속기록과 진상 보고서만으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여전히 많다. 4월7일 이동재 기자와 한아무개 검사를 검찰에 고발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8일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발족 후 공수처가 객관적 입장에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발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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