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의 남편인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것이 ‘정의연 사태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붙는 걸 막기위한 조치 아니냐’라고 보도해 파문을 낳고 있다.

정의연 사태를 막기 위해 청와대가 정 비서관의 사의를 받았다는 근거가 기사에 제시되지 않고 추정했다. 정구철 비서관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등은 소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 보도라면서도 청와대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보고 청와대 입장을 자세히 반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 ‘정의연 사무총장은 현직 청비서관의 부인’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핵심 간부인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정구철(57)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아내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국내언론비서관을 지냈던 정 비서관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 두루 가깝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정 비서관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승진설도 있었지만, 최근 건강상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를 두고 ‘정의연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정 비서관이 “윤미향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고 정 비서관의 입장도 반영했다.

그러나 정 비서관이 사의를 표형한 시점이 정의연 사태가 불거진지 한참 전이고, 그 이유가 청와대로 불씨가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직접적인 근거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단정적인 추측의 표현을 썼다는 지적이다.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28일 오전 입장문을 내어 “분노도 아깝다”며 “어떻게든 청와대를 끌어들이려는 허망한 시도가 측은하고 애처로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 비서관은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들어왔고, 업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불편함이 있어서 지난 4월 사의를 표시했다”며 “만류가 있었고, 다른 인사요인과 겹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그게 전부”라고 밝혔다.

▲청와대 본관 전경. ⓒ연합뉴스
▲청와대 본관 전경. ⓒ연합뉴스

 

정 비서관은 “사전차단설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며 “4월에 5월에 일어날 일을 예견해야 한다.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자신의 아내인 것은 맞으며 숨기거나 내세운 적도 없다고도 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오전 서면브리핑에서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허위보도”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정 비서관 인사 경위를 두고 “정구철 비서관은 지난해 제가 홍보기획 비서관으로 추천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며 “고사를 거듭하던 정 비서관은 저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마지못해 함께 일하기로 했지만 올 4월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약속대로 지난달 그만둘 예정이었지만 비서관 일괄 인사가 예정돼 있어 저의 요청으로 사직 시기를 늦췄다”며 “오늘 조선일보는 일부러 악의적 보도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조선일보가 지난 18일에도 그야말로 조선일보식 허위보도를 했다며 당시 군 장성 진급 신고식 연기를 ‘청와대가 군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행사를 취소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고 소개했다. 윤 수석은 “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버젓이 신문에 실릴 수 있는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지난 4일자 ‘4·15 총선의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의혹 제기 인터뷰 기사도 들어 윤 수석은 “시중 정보지에나 등장할 법한 내용이 종합일간지에 보도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라며 “조선일보의 이러한 허위보도는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날 9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입장을 냈다. 너무 말이 안되고 터무니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선일보는 합리적 의심을 했으나 청와대가 억울할 수 있겠다고 보고 청와대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020년 5월28일자 4면
▲조선일보 2020년 5월28일자 4면

 

배성규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정 비서관이 사의표명한 것도 맞고, 아직 현직에 있는 것도 맞다”며 “정치권 일부에서 그런 (의심하는) 얘기가 나와 부담을 느껴 사무총장 남편이 자신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봤는데, 본인은 부인해서 그 내용도 기사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배 부장은 “청와대가 아니라고 보면 그럴수 있다고 보고, 그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4월 사의 표명인데, 최근 사태에 연계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당사자들의 반박에 배 부장은 “4월에 사의표명했다고 해도 아직 일하고 있다”며 “과연 사의표명이 의례적인 것인지, 실제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는 그 정도 의문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 썼다”고 답했다.

‘전형적 허위보도’라는 윤도한 수석의 비판에 배 부장은 “두 사람이 부부라는 것과 한 총장이 수사서상에 있는 것, 정 비서관이 사의표명했지만 아직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허위가 아니다”라며 “다만 사의표명 배경이 뭐냐에 대한 시각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의도적 허위보도를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로 불씨가 튈까 사의를 표명했다고 쓰려면 신뢰할 만한 취재원인지 출처를 밝히거나 그 근거를 더 제시해야지 그렇지 않다면 표현을 쓰는데 더 신중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배 부장은 “객관적 정황상 부인 문제 부담 느낄 수 밖에 없어 사의표명했다고 봤는데,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하니 충분히 청와대 입장 반영할 생각”이라며 “그렇다고 바깥에서 합리적 의심조차 제기할 수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를 쓴 안준용 조선일보는 기자는 이날 아침 SNS메신저로 동일한 질문을 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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