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수신료 문제든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문제든 유료방송 문제든 위기는 미디어 산업 전반에 찾아왔다. 이젠 다 같이 손잡고 싸워야 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새 공동대표로 선출된 이동훈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이하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말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여년 방송 통신 영역에서 공공성 투쟁과 지역사회 운동을 해왔다. 그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 종사자들이 겪는 위기는 너나 할 것 없다고 강조했다.

희망연대노조는 기업 단위를 넘어 지역일반노동조합으로, 지역사회운동 노조를 지향한다. 언론연대는 언론을 감시하고 한국 언론 발전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단체다. 이번 언론연대 신임 공동대표 선출은 언론운동의 주요 의제가 방송통신 영역으로 확장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디어오늘은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에서 이동훈 공동대표를 만났다.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이 언론연대 공동대표가 된 것은 어떤 의미로 봐야하는지?

“언론연대와는 지역 채널과 노조 하청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 때 인연을 맺었다. 특히 지난해 유료방송 시장이 인수합병 이슈로 재편되면서 이들 논의에 ‘지역방송’이 빠져 있다는 문제 제기를 강하게 했다. 그러면서 언론연대와 공공성 강화 연대 활동을 했다. 지상파 등 거대 방송 체제가 무너지고 유료방송이 확장하는 시점에 공공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화됐다. 희망연대노조는 이주노동자, 여성, 장애 관련 시민단체와도 연대하고 있다. 언론연대와 큰 방향성에선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공동대표로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은?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수어통역은 화면에서 아주 작게만 보였다. 이제는 수어통역사가 옆에서 같이 통역을 하고 있지 않나. 케이블 방송에서도 다국어 자막이 나간다. 시장 시스템에만 맡겼다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당장 방송·통신 영역에서 추가 인수합병이 일어날 것인데 방송과 통신은 공공재다. 수도와 전기처럼 공공재인데 기업에 나눠줬다. 통신기업들은 통신선을 독점하면서 노동 형태는 외주 하청으로 돌려놨고 공적 역할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문제에 논의를 모으는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이동훈 언론개혁연대 공동대표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이동훈 언론개혁연대 공동대표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다가온 구체적 현안은 무엇인가?

“LG헬로비전 인수합병 과정에서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운영하는 직사(직접사용) 채널의 자체 제작 비율을 올려야 한다고 결정됐다. 정부 기관이 규제를 통해 자체 제작 비율이 오르긴 했지만 실질적 변화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지역 민방, 마을 미디어 등 4개 단체가 모여 지역 콘텐츠 분담금을 조성하자는 논의를 했다. 3개 통신사(SKT, KT, LG U+)가 공공재를 통해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지역 혹은 소수자를 위한 콘텐츠는 부족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사기업에 기금을 강제하는 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전체가 어렵지 않나. 방송통신사는 어떨 것 같나. 신기한 것이 분기별 매출이 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집에서 모바일이나 TV 영상 콘텐츠를 보는 일로 시간을 많이 보내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보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케이블 방송은 공공재 특성이 강하기에 (수익 등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지역 콘텐츠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종종 시청률 부진 등의 반박이 나오기도 한다. 

“제주방송(KCTV) 사례를 들고 싶다. 제주방송은 지역 뉴스를 중점적으로 보도한다. 지상파 제주지국들도 있지만, 제주방송이 이들보다 시청률이 높은 경우도 있어 지상파 지역국들도 서울 중심 뉴스에서 제주 지역 뉴스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재난이나 선거 등 지역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 지역방송이 먼저 지역 이슈에 뛰어들어 제대로 보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각 지역 요구를 통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좋은 사례를 쌓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연초 전국언론노조와 방송통신공공성강화공동행동, 희망연대노조, 전국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 관련 조직 등이 함께 지역 콘텐츠 분담을 논의하려 모였다. 이 분담금을 정부에 요구하면 더 좋겠지만, 기업에 요구하고 있고 이를 공동 운영한다는 것은 이 논의에 언론단체 다수가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활동을 더 확산시켜나갈 것이다. 지역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나가겠다. 지역 안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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