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용자 수와 트래픽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처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해외사업자도 국내 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콘텐츠사업자(CP)가 국내의 망 안정성을 위한 기술적 책임과 의무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국회가 SKB·KT·LGU+ 등 통신사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 통신사가 운영하는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 입장에선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에 이어 해외 CP들에게도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할 구실이 하나 더 생겼다.  

ISP사업자들은 기존 법이 ISP에게만 망 품질 관리 의무를 부여해 해외 CP들이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해외 CP들은 ISP들이 이용자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상황에서 망 사용료까지 받는 것은 이중과금이라는 입장이다. 국회에선 국내CP들이 망 이용 대가를 내는 반면 해외 CP는 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한 측면이 크다. 현재 국내 CP들은 ISP에 수백억 대의 망 이용 대가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외 CP가 국내에서 유발하는 LTE 트래픽 비중은 70% 이상 수준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때부터 “국내외 CP 간 역차별 해소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국내 CP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할 것”이라며 우려해왔다. 통과된 개정안에도 반대 성명을 냈다. 국내 CP 입장에선 추가 비용을 낼 가능성도 있다. 근본적으로 국내 CP와 해외 CP 모두 ISP에 망 이용 대가를 낼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언론은 이번 개정안을 두고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으로 부르거나, ‘넷플릭스 규제법’(한겨레 등)으로 부르고 있다. 차이는 있어도 공통 키워드는 ‘넷플릭스’다. 배경에는 우선 넷플릭스 가입 증가세가 있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인의 넷플릭스 결제금액 추정치는 439억원, 유료 사용자는 328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결제금액 추정치가 185억원, 유료 사용자 142만명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지난 1년 사이 폭발적인 증가세다. 유료 사용자의 62%(20대 37%, 30대 25%)가 20~30대다. 

또 다른 배경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와의 망 이용 대가 관련 법적 분쟁이다. SKB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SKB 인터넷망 내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은 지난해 12월 대비 2.3배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 대가와 관련 SK브로드밴드와 소송 중인데, SKB는 넷플릭스가 망에 대한 공동 관리 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라는 이름의 자사 정책을 통해 트래픽을 최대 95% 줄일 수 있으며, 대가를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개정안과 상관없이 소송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SKB는 개정안이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하길 바라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시발점’은 또 다른 해외 CP인 페이스북이었다는 평가다. 페이스북이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국내 통신사와의 망 이용 대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경로를 임의변경해 페이스북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며 이용자불편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망 이용대가 부과 자체에 반대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의 경우 “접속 지연 책임은 페이스북도 KT도 아니다. 정부의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접속 지연을 해소할 비용을 치를 수 있는 가진 자들의 통신을 선호하게 만들어 망 중립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망 중립성은 2015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도입한 원칙으로, 콘텐츠 내용이나 유형에 따른 차별이나 차단을 금지하고 있다. 오픈넷은 ISP 사업자들 주장에 대해 “멋진 책을 쓴 작가에게 그 책이 시골 서점까지 제대로 전달되도록 자기의 인세를 깎아서 서점 유통 업체들에게 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오픈넷은 개정안을 가리켜 “망 사업자가 자신이 인터넷에 접속시켜준 고객으로부터 받는 인터넷 접속료 외의 별도의 비용을 그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발언자에게 부과할 수 있도록 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개정안에 “국회 판단을 존중하며 소비자를 위해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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