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대표이사 김재호·김차수)가 25일 오전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한 뒤 같은 날 오후 채널A 기자총회가 열렸다.

이날 채널A 기자들은 진상조사 결과에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김정훈 채널A 보도본부장을 불러 기자총회를 개최했다. 채널A 기자들은 “총회가 진행됐고, 2시간 정도 사측이 설명하긴 했으나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기자협회 채널A지회(회장 김종석)는 25일 오후 7시40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기자총회를 열었다. 기자총회에는 100명 넘는 기자협회 회원 가운데 44명이 참석했다. 총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김 본부장은 자사 기자 취재윤리 위반에 관한 진상조사위 결과를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았다. 이번 기자총회는 채널A가 지난 22일 메인뉴스 ‘뉴스A’를 통해 사과하기 전 시점에 25일 개최키로 결정한 것이다.

기자들의 불만 가운데 하나는 사내에 공유되지 않았던 조사 과정과 절차의 문제였다. 채널A는 지난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자사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과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채널A 기자들은 이 소식과 메인뉴스 사과 예고를 언론 보도에서 접했다. 기자들은 “이 중요한 회사 소식을 타사를 통해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기자들은 사측이 지난 1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취재윤리 위반과 검언유착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재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취재 도구를 검찰 관계자에게 임의로 넘긴 사실에 “기자들 취재 도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으려고 2박3일 동안 모두 함께 대치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넘겼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채널A 기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2박3일간 현장 대치했다. 사진=채널A 노동조합 제공.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채널A 기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2박3일간 현장 대치했다. 사진=채널A 노동조합 제공.

복수의 채널A 구성원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기자들은 △회사가 보관하던 이동재 기자 휴대전화를 본인 동의 없이 왜 검찰에 임의로 제출했는지 △방통위 보고서 제출 사실을 왜 뒤늦게 구성원들에게 알렸는지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을 물었다.

김정훈 보도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이동재 기자 휴대전화 제출의 경우 채널A가 ‘검언유착’이라고 오해받는 엄중한 상황에서 이 기자와 협의해 제출하는 게 오히려 더 문제가 될 것 같았다.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검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방통위에 보고서를 제출한 사실을 뒤늦게 알린 것에 대해서는 “목요일(21일) 오후에 보고서를 (방통위에) 냈다. 방통위원들에게 골고루 보고서가 전달되지 않아 월요일 오전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공개하게 됐다. 그 전에 보고서가 유출되면 방통위가 반발할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 보도본부장은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지씨를 비롯해 외부인들로 인해 채널A가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 하루빨리 시청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본부장이 2시간 내내 이야기했지만 채널A 기자들은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도 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채널A의 한 기자는 “그동안의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번 기회에 회사가 정말 생각 자체를 바꿨으면 좋겠다. 채널A의 취재 영역이 자꾸 좁아지는 게 걱정된다. 모든 이슈에 정치색이 들어가지 않고, 취재 영역을 스스로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종석 회장은 26일 미디어오늘에 “어제 총회를 진행했다. 구성원마다 총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기자협회 차원에서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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