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원주시만 계도지를 폐지했고, 나머지 시군에선 강원일보·강원도민일보 등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며 계도지 예산을 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별로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8억원까지 세금으로 신문을 구독해주고 있었다.  

주민홍보지, 시책홍보지 등으로 불리는 계도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구독해 통·이·반장에게 지급하는 신문을 말한다. 군사독재시절 관변단체나 이장 등에게 정부시책을 전달하기 위해 시행했고 그간 ‘관언유착’이라고 지적받았다. 합리적인 홍보비 집행기준 없이 신문사를 지원하는 성격의 세금 낭비로 비판받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강원도내 18개 시군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원주시는 “통리반장을 대상으로 주민홍보지(주민계도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정보부존재를 통보했다. 다른 시군에서는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 위주로 계도지 예산을 책정했다. 

18개 시군의 올해 계도지 예산은 총 52억8621만2000원이었다. 고성시(약 1억2070만원)는 추가경정예산에서 예산을 증액할 예정이고, 양구군의 경우 이장·반장 이·취임에 따라 예산 변동 가능성이 있다. 홍천군은 상반기 통계만 제공해 하반기도 같을 것으로 가정해서 올해 예산을 추산했다. 또한 강원도에는 이·반장 뿐 아니라 경로당, 새마을지도자 등 다른 집단에도 계도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포함하지 않은 지자체가 있어 실제 예산 총액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2020년 계도지 예산이 가장 많은 곳은 춘천시였다. 총 8억5526만원으로, 강원일보·강원도민일보·서울신문을 구독했다. 지난해 춘천시 계도지 예산 6억912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증가한 액수다. 

▲ 미디어오늘이 강원 지역 18개 시군에 정보공개청구해 확보한 올해 계도지 예산. 각 시군별 계도지 예산은 천만원 단위로 반올림한 수치다. 그래픽=이우림 기자
▲ 미디어오늘이 강원 지역 18개 시군에 정보공개청구해 확보한 올해 계도지 예산. 각 시군별 계도지 예산은 천만원 단위로 반올림한 수치다. 그래픽=이우림 기자

 

강릉시는 그 다음으로 계도지 예산이 많은 지자체였다. 서울신문에 3600만원(200부),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에 각각 3억4560만원(1600부)씩 총 7억2720만원을 배정했다. 지난해 6억1200만원에 비해 1억원 이상 올랐는데, 신문부수는 같지만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가 신문구독료를 올리면서 계도지 예산도 올랐다. 

삼척시는 올해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에 각 1억5660만원, 강원리뷰에 8220만원, 삼척동해신문에 6576만원, 서울신문에 4590만원 등 총 5억706만원을 책정했다. 동해시는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서울신문, 강원리뷰에 총 4억7500여만원을 배정했다. 지난해 3억804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늘었다. 

철원군의 경우 올해 이·반장에게 지급하는 계도지예산 2억1300여만원과 경로당에 지급하는 계도지예산 5300여만원을 합해 총 2억6664만원을 배정했다. 철원군에서는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신아일보, 철원신문, 강원북부신문 등을 구독했다. 

평창군은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를 구독하는데 2억9592만원, 속초시는 올해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서울신문, 동아일보를 구독하는데 약 2억8000만원, 태백시는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신아일보, 태백신문을 구독하는데 2억6784만원, 정선군은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정선신문, 서울신문을 구독하는데 약 2억6000만원, 횡성군은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를 구독하는데 2억520만원을 각각 배정했다. 횡성군 관계자는 지난 3월 미디어오늘에 “(계도지 폐지에 대해)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한 바 있다.

▲ 강원지역에서 유일하게 계도지를 폐지한 원주시
▲ 강원지역에서 유일하게 계도지를 폐지한 원주시

 

계도지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곳은 원주시가 유일했다. 

2000년 한상철 당시 원주시장은 “70년대부터 관행화한 계도용신문의 보급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원주시가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의 계도지 보급 비율에 차등을 뒀는데 예산이 적었던 강원도민일보가 동등한 비율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두 신문사의 경쟁, 시와 신문사 간 갈등이 불거지자 원주시가 계도지 폐지를 결정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젠 (신문사들에게) 특별히 계도지 (예산을 달라는) 요구를 받진 않는다”며 “계도지 예산을 없앤 지 20년 정도 지나 (이런 분위기가) 정착이 돼 있다”고 말했다. 

20년 전 원주시와 도단위 일간지들 갈등이 계도지 폐지의 계기였지만 시민사회에서 권언유착 관행인 계도지를 없애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도 원주시가 이런 결정을 내리고 유지해 온 배경이다. 2000년대 원주시가 계도지를 없애면서 도내 일부 시군에서 계도지 예산을 삭감했지만 이를 지지해줄 시민사회 토양이나 지자체장의 의지가 부족해 다시 계도지가 부활했다. 

계도지 폐지를 주장했던 이들 중엔 지역신문도 있었다.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원주시에서는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보다 원주투데이 독자가 더 많은데 시 행정을 비판할 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도 비판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한국ABC협회 자료를 보면 원주투데이는 발행부수 6979부(유료부수 5008부)로 약 450개 지역주간지 중 네 번째로 부수가 많았다. 원주투데이는 계도지 등 언론계 구습을 거부하고 건강한 풀뿌리 언론을 만들려는 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 중 하나다. 

오 대표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분권을 강조하는데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이 된 뒤 분권을 해야지 자치가 정착하지 않은 채 분권을 하면 공룡같은 지자체장을 만들지만 견제할 수 없게 된다”며 “시민단체나 지방의회가 제대로 견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건강한 지역언론이 없으면 지방자치가 작동할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건강한 지역언론을 키우는 문제를 당위로 접근할 게 아니라 지방분권 정책의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고 계도지 폐지와 풀뿌리 지역신문 지원 필요성을 말했다.  

[관련기사 : 강원 횡성군도 세금으로 신문값 대납]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