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나쁜 선거 보도

1. 위성정당 논란 보도하다 혼란해진 TV조선

4‧15 총선의 주요 키워드는 안타깝게도 ‘위성정당’이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현실 정치에 반영하고자 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거대 양당의 욕심으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시작은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었습니다. 개정된 선거법이 통과(2019년 12월27일)되기도 전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응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았죠. 애초부터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무시하겠다고 선언했던 셈입니다. 지난 1월8일, 자유한국당은 위성정당 창당준비위원회를 중앙선관위에 등록했고 1월17일, ‘미래한국당’으로 당명을 정했습니다.

거대 야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거제 개혁의 가치와 의석 확보라는 현실적 목표 사이에서 고심이 커진 더불어민주당도 결국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거대 양당이 모두 꼼수를 썼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의 탄생으로 군소정당 진출 확대를 기대했던 이번 총선도 거대 양당 독식 체제로 귀결됐습니다. 언론이 이러한 과정을 보도한다면 선거제 개혁의 의미를 퇴색시킨 거대 양당의 꼼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자연스럽겠죠. 그러나 TV조선 저녁종합뉴스는 선거 기간 내내 ‘무리하게 도입한 연동형 비례제’ 탓을 하면서도 꼼수를 부린 미래통합당은 두둔했습니다. 

“무리하게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탓”?

3월18일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명을 ‘더불어시민당’으로 정했습니다. 이에 원내 3당인 민생당은 더불어시민당 합류 여부를 두고 내부 갈등을 겪었습니다. 중도보수 바른미래당, 옛 국민의당 소속 일부가 만든 민주평화당, 민주평화당 비당권파인 대안신당, 이렇게 3개 정당이 모인 민생당의 경우 여당 중심의 비례연합정당에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죠. 바른미래당계에서는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친문 세력에 나라를 갖다 바치는 꼴”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렇게 선거제 개혁의 의미는 사라진 채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한 밥그릇 싸움, 정파 갈등만 불거지자 많은 비판이 나왔는데요. 

특이하게도 TV조선은 이런 사태가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고,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도왔던 군소정당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식을 전한 <여, 비례 ‘조국 수호’ 정당에 참여>(3월18일 김보건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총선을 코앞에 둔 여야가 모두 비례대표 정당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도입한 연동형비례대표제 탓에 여야 모두 지독한 이전투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민생당 소식을 전한 <민생당, ‘비례연합’ 참여 놓고 몸싸움>(3월18일 조덕현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이런 비례정당 대혼란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게 바로 4+1 협의체에 가담했던 군소정당들입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선거제를 악용한 꼼수로부터 시작된 혼란이 선거제 때문이라니, 또 그 선거제 개혁을 추진한 4+1 협의체 때문이라니, 전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특히 책임을 4+1 협의체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위성정당 논란의 시발점이 된 미래통합당만 두둔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12월, 미래통합당이 자유한국당이던 시절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 추진에 합의했음을 감안하면 TV조선의 시각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정당들에게 책임을 돌린다 해도, 처음엔 선거제 개혁에 참여했다가 뒤늦게 합의를 깨며 물리력까지 동원해 연동형 비례제를 막으려 했고,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창안한 미래통합당의 책임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TV조선이 리포트에서 다뤘던 민주당의 말바꾸기와 민생당의 내부 혼란을 제대로 비판하고 싶었다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처음 꺼낸 자유한국당, 그와 비슷한 방식을 택한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애초에 이런 위성정당 꼼수를 막지 못한 20대 국회를 정확히 지적했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 위성정당은 ‘전략’‧‘기발한 아이디어’라며 친절히 설명

그렇다면 TV조선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꼼수의 물꼬를 튼 자유한국당에는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요? TV조선은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을 써 보도했습니다.

문제의 보도는 심재철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위성정당 창당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인 작년 12월14일, <단독-뉴스야?! / 한국당이 준비한 신의 한 수?>(2019년 12월14일 류병수 기자)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단독’까지 붙인 이 기사에서 TV조선은 제목에서부터 자유한국당 꼼수에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을 붙였습니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대응하는 자유한국당 소식을 전하면서 “4+1 협의체가 준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한국당 비례대표 의석은 줄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당은 내부적으로 페이퍼 정당 창당을 기획 중입니다”, “예를 들면 ‘비례한국당’ 같은 것입니다”라고 소개해주는 내용입니다. “핵심은 지역구 투표는 한국당에, 정당 투표는 비례한국당에 하도록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겁니다”라며 자유한국당 전략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 지난해 12월14일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계획에 ‘신의 한 수’라며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준 TV조선
▲ 지난해 12월14일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계획에 ‘신의 한 수’라며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준 TV조선

기자의 설명을 들은 박정훈 앵커는 “거대 정당들은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니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비례대표를 많이 못 가져가니까, 별도 정당을 만들어서 거기로 비례를 찍게 하겠다, 이런 ‘전략’인 거군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기자는 자유한국당이 자당 의원들을 출당 시켜 비례대표 기호 앞부분을 차지하려고 한다며 더욱 자세히 전략을 설명해줬는데요. “한국당은 내부적으로 선거운동에 쓸 손동작까지 이렇게(2번), 이렇게(5번)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며 손가락으로 2번과 5번을 만들어 보여줬고, “기발한 아이디어”란 긍정적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자유한국당의 꼼수를 ‘전략’처럼 설명해놓고, 이를 비판하는 부분은 박정훈 앵커가 “꼼수로 보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한 한마디뿐이었습니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위성정당 갈등에는 “황교안 대표의 결기”라고 보도한 TV조선

TV조선은 미래통합당에 꾸준히 관대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공천갈등에서도 한없이 너그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3월 19일, 미래한국당 초대 대표였던 한선교 의원이 대표직에서 사퇴했는데요. 미래한국당이 독자적으로 비례대표 후보와 순번을 정하자, 미래통합당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비례대표 후보 명단 수정을 압박했고, 여기에 반발한 한선교 의원이 사퇴를 결정한 일입니다. 이후 통합당 내에서 친황으로 분류되는 원유철 의원이 파견돼 곧바로 미래한국당 대표가 되기도 했죠. 꼼수로 만든 위성정당의 지도부가 자신들 말을 듣지 않자 엄연히 다른 당임에도 불구하고 후보 공천과 지도부 선임에 개입한 초유의 사건입니다. 

그런데 TV조선은 이 파국이 통합당 뜻과 반대로 독자 행보를 택한 한국당의 잘못이라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황교안 대표가 정치를 배워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공천 갈등 ‘속사정’>(3월19일 김정우 기자)에서, 앵커가 통합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일어나는 파국의 이유를 묻자 기자는 “미래한국당은 아시다시피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이죠. 당권을 쥔 황 대표가 영입해온 인사들을 고려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한 대표는 이걸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순번을 짠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엄연히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래통합당의 편에 서서 평론한 것입니다.

이어서 기자는 황교안 대표를 향해서도 “오전 회의에서 (한국당에 대해) ‘대충 못 넘어간다’고 한 건 그런 결기를 보인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황교안 대표가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지역구 공천 문제로 사퇴를 했고, 한선교 대표도 비례대표 문제로 사퇴를 해서 상당히 혼란을 일으키긴 했는데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황교안 대표가 정치를 배워가고 있다, 또는 정치를 알아가고 있다 이런 평가도 있어요. 그거에 대해서 우리 김 기자는 어떻게 평가합니까”라고 물었고 기자는 “네 맞습니다”, “너무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다가 황 대표 스스로 부메랑을 맞은 측면도 있다는 분석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정당 선거에 개입하는 정치가 배울만한 정치이고 ‘결기’인가요? 게다가 투명한 시스템 공천은 강조할만한 옳은 일인데, ‘부메랑을 맞았다’고 표현하는 게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할 수 있는 평가인가요? 미래통합당에만 유독 비판의식이 부족한 TV조선입니다. 문제의식은커녕, 미래통합당과 사실상 같은 입장을 숨기지 않으니, 언론보다는 정당 대변인에 가까운 태도입니다.

끝까지 바뀐 선거제도가 문제라는 TV조선… 편법 원인으로 “선거법 개악” 꼽아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4월2일, TV조선은 위성정당을 내세운 선거운동을 지적하며 또다시 선거법에 원인을 돌렸습니다. TV조선은 <신동욱 앵커의 시선-국민을 우롱하지 말라>(4월2일)에서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빌미로 “편법과 변칙이 뒤죽박죽 엉키는 초유의 이번 선거”라고 지적하더니 “원칙도 염치도 없는 이 모든 선거판의 출발점은 선거법 개악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선거법을 개정한 것을 두고 ‘개악’이라고 칭하는 것부터가 TV조선이 선거개혁, 정치개혁, 국회개혁에 어떤 시각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편법과 변칙뿐인 선거를 만든 것은 선거법이 아니라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정당들의 욕심과 술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TV조선이 그렇다고 해서 선거판 전체를 비판한 것은 또 아니라는 겁니다. TV조선이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선거대책위와 공동 출정식을 가졌고, 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 공동선언식을 했습니다. 이제 유세도 함께하겠다고 합니다. 이럴 거면 선거제도는 왜 바꿨습니까?”라고 소개한 것으로 보아 꼼수가 난무하는 거대 정당의 선거운동을 비판하는가 싶었지만, 이어지는 비난의 초점은 범여권 정당에게만 향했습니다. “더불어시민당은 선관위에 낸 공약이 논란을 빚자 민주당 공약을 베꼈다가 또 철회했습니다. 민주당은 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과 성씨부터 다르다며 정치적 거리 두기를 합니다. 하지만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효자를 자처하며 개인의 가정사까지 들먹였습니다”라는 겁니다. 논평 기사의 제목인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를 새겨들어야 하는 건 거대 양당의 꼼수인데, 그 본질을 쏙 빼고 선거법과 여권만 비난하는 것이 TV조선의 목적인 모양입니다.

이렇게 사태의 본질을 은폐, 두둔한 채 선거법 개정만 문제 삼는 보도는 TV조선의 의도와 무관하게 또 다른 악영향을 끼칩니다. ‘선거법 개정해봤자 별수 없었다’는 정치 혐오 인식을 시청자에 심어줄 수 있다는 위험성입니다. 실제로 그런 보도를 내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신동욱 앵커의 시선-전체 관람불가 정치판>(3월26일 신동욱 앵커)에서 정치권을 두고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코미디에는 어떤 등급을 매겨야 될까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풍경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청소년 관람불가로도 안 될 듯하고 ‘전체관람 불가’라는 새 등급이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거나 “온갖 꼼수와 반칙이 난무하고 순식간에 말 바꾸기, 얼굴 바꾸기가 횡행하는 이 선거판을 코미디에 비유하면, 코미디언들이 혹시 명예훼손이라고 항의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선거법 개정 취지를 퇴색시키는 정치권의 행태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나 TV조선이 총선 기간 보여준 보도 행태를 보면, 그들의 비판 기준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했다거나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흐렸다는 건 아닌 듯합니다. 그야말로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① ‘내로남불’의 극치. 언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계적 공정성조차 포기한다면, TV조선이라는 ‘언론사’가 우후죽순 난립하는 보수 유튜브 채널들과 다를 게 무엇일까. ② 위성정당으로 말미암아 훼손된 건 유권자의 선택권. 특정 정당에 유불리만을 따질 문제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편향적인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음. ③ 정파적으로 야당의 위성정당 꼼수를 보호하고 여당을 공격하다 일관성을 잃고, 제도 자체를 부정해 버림. 한마디로 노골적 정치 속셈으로 선거 제도마저 훼손하고 퇴보시키려 한 나쁜 보도.

2. 코로나19 방역보다 정부‧여당의 총선 패배가 더 중요한가

이번 4‧15 총선에서 언론은 코로나19 사태를 선거보다 더 주목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시기별로 달랐습니다.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뒤이어 확진자 수가 조금씩 늘면서 코로나19를 둘러싼 우려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엔 발원지로 여겨지는 ‘중국’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 폭이 커지고 선거가 다가오자, 외국인에 대한 혐오보다는 정부 대응을 무능으로 규정하고 심판해야 한다는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정부의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응당 언론이 지적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미흡한지 근거도 없이 무작정 ‘정부가 총선을 계산하고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고 비난한다면, 오히려 그 보도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총선 계산이라는 TV조선

TV조선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앵커가 나와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해 논평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번 선거 기간, 해당 논평 코너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는데요. 그중에는 무작정 정부를 비난부터 하고 보는 식의 논평도 있었습니다. TV조선 <신동욱 앵커의 시선-정치와 재앙>(2월24일)은 현 정부가 중국에 굴종적이어서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총선 계산에 정신이 쏠렸다”고 평한 보도입니다. 

신동욱 앵커는 먼저 “모든 것이 확실히 끝날 때까지 방심과 낙관은 절대 금물”이라며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은 연일 섣부른 낙관론을 펼쳤”다고 비판했습니다. 재난 사태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TV조선은 ‘낙관론’의 문제도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로 연결했습니다. ‘낙관론에 기대어 의사협회가 촉구한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안 했고 이게 총선 계산에 정신이 쏠린 것’이라는 식이죠. 신동욱 앵커는 “의사협회가 여섯 차례나 촉구한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조치에는 귀를 닫았습니다. 입국 금지 국민청원에 76만 명이 참여하도록 끝내 입을 닫았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중국 외 최악 감염국이 됐고, 역시 입국 금지를 머뭇거린 일본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결론은 “정부는 국가적 재앙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중국 눈치를 살피고 총선 계산에 정신이 쏠렸던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때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 신뢰는 물론 재난 통제능력까지 상실하는 위기에 처할지도 모릅니다”라는 무시무시한 분석입니다.

TV조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소위 ‘보수 언론’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를 외치며 ‘정부가 중국에 굴종적이라 입국 금지를 안 한다’는 프레임을 폈으나 이는 애초부터 억지였습니다. TV조선은 ‘의사협회’의 입장만 강조하며 마치 정부가 의료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묘사했으나 수많은 다른 의료 전문가들이 입국 금지가 무의미함을 지적했다는 사실엔 입을 닫았습니다. 한국역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등은 사태 초기부터 입국 금지 조치에 반대했습니다. 더구나 미국과 호주 등 17개국은 중국인과 중국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지난 2월 초부터 시행했으나 나라 전역에 유행하는 상황을 막지 못했고, 현재는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국이 사태 수습에 더 빨랐습니다. 

정부가 낙관론에 기대어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에 나서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처음부터 일관적으로 전면적 입국 금지는 안 한다는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대통령이 낙관론을 일정 부분 표할 때도, 예기치 않게 신천지에서 대확산이 시작됐을 때도,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나라가 폭증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일방적인 논리로 정부를 비난한 TV조선은 정부가 중국 눈치를 봐서, 총선 계산에 정신이 쏠려서 코로나19 사태 악화가 됐다고 했죠. 이런 보도야말로 총선을 겨냥해 무리한 정부 비난에 ‘쏠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총선이 코앞이라서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자화자찬한다고?

비슷한 논평은 또 있습니다. 이번엔 TV조선 주말 메인뉴스의 박정훈 앵커가 담당하는 논평 코너입니다. <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낯뜨거운 코로나 자화자찬>(3월22일)에서는 ‘총선이 코앞이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TV조선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월15일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교단을 중심으로 (중략) 전국으로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위험을 비교적 단기간에 통제하여…”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전국확산 위험 단기간에 통제…안심할 땐 아냐”(종합2보)>(3월15일)에 따르면 박 장관은 “전국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 이하로 줄었다는 점, 발병 중심지인 대구·경북은 하루 400명 이상이던 확진자가 50~60명 수준으로 감소한 점, 지난 13일부터 완치자가 신규 확진자보다 많아 격리치료 중인 환자 수가 줄었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상황이 안심할 상황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물론 박 장관이 신천지 교단을 중심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코로나19에 대해 ‘안정화하는 중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한 데 대해 섣부르다고 평가할 순 있습니다. 감염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을 뿐, 언제든 비슷한 일이 있을 수 있고 지역과 생활에서 벌어지는 소규모 감염에 대해서도 대응 태세를 잘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옳은 대처입니다. 그 이후로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와 서울 구로구 콜센터 등 수도권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 지난 3월22일 ‘총선 앞두고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자화자찬한다’는 TV조선.
▲ 지난 3월22일 ‘총선 앞두고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자화자찬한다’는 TV조선.

문제는 TV조선이 여기서 또 ‘중국 입국 금지’, ‘중국 눈치 보는 정부’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는 겁니다. 박정훈 앵커는 “우리가 해외 입국자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사이 전 세계 174개국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합니다. 중국 눈치를 보는 동안 오히려 중국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지 말라고 했죠”라면서 마치 우리 또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외국인 입국 금지를 시행해야 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리아 포비아’가 우리 국격과 자존심을 무너뜨렸지만 강경화 외교부는 속수무책입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여기다 “국내 6천여 명이 참여한 교수단체의 성명을 볼까요. ‘문재인 정부가 입국금지를 하지 않아 감염병이 창궐했는데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민간의 방역 역량과 의료진의 헌신을 가로채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문구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라는 단체의 성명서 중 일부입니다. 작년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교수들의 서명운동이 몇천 명을 넘었다고 보도가 자자했던 그 단체입니다. 

박정훈 앵커는 마지막에 “아무리 총선이 코앞이라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한창인 지금 정부의 자화자찬을 듣고 있자면 얼굴이 붉어집니다. 우리는 언제쯤 다른 고려사항 없이 오롯이 방역에만 충실한 정부의 모습을 보게 될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총선이 코앞이라지만 방송사 앵커의 편향성에 빠진 무논리 논평을 들어야 한다니, 시청자들이 더 민망할 수준입니다. 방역에 함께 최선을 다하는 TV조선의 모습을 언제 보게 될지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① ‘언론의 책무’에 따른 권력 비판이라고 정당화하려면, 최소한의 객관성과 논리는 갖춰야. 일주일 전 발언들을 오늘 비판의 근거로 쓰다니, 아전인수도 정도껏. ② 애초 코로나 정국과 총선 보도가 섞이면서 정책 대결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거대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두둔하면서 무리한 보도로 이어진 사라져야 할 보도. 

3. 조국과 총선 엮다가 뜬금없이 윤석열 몸무게 단독 보도까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번 4‧15 총선이 긴밀하게 엮여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는 ‘조국 프레임’을 만들어 이득을 보려 했던 정치권, 그리고 그 프레임을 만들고 확산시킨 언론 때문입니다. 조 전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지도 않았고, 어떤 발언을 한 것도 아니며, 어떤 정치인처럼 감옥에서 총선용 ‘옥중 메시지’를 낸 것도 아닙니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웅동학원, 사모펀드, 자녀 입시 등의 문제는 재판 중이니 추이를 지켜볼 일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어떤 총선 이슈든 조국 전 장관을 갖다 붙였고 여권에서 조 전 장관을 ‘복권’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이 매일 같이 꺼내는 ‘조국 프레임’

특히 7개 방송사 중 TV조선의 정파적 보도가 두드러졌습니다. 끊임없이 ‘조국 프레임’을 들고 와 선거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3월18일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TV조선은 <여, 비례 ‘조국 수호’ 정당에 참여>(3월18일 김보건 기자)를 내고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의 “앞번호는 조국 수호에 앞장섰던 인사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이 내건 이유는 더불어시민당의 기반이 된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가 “지난해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개국본’이 주축”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음 날도 <‘조국당’ 갈아타기에…“몹시 민망한 전개”>(3월19일 조덕현 기자)에서 비슷한 논리로 ‘조국당’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이틀 뒤 TV조선은 <‘조국 수호’ 비례대표 상위 순번 받을 듯>(3월20일 조덕현 기자)을 내고서 “더불어시민당이 오늘 10명의 공천관리위원을 발표했는데 이른바 ‘친 조국’ 인사가 여러 명 포함됐습니다”면서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조 전 장관을 수호했던 인물들이 가져갈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 보도들 사이에는 늘 열린민주당 언급도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함께 비례대표용으로 창당한 열린민주당은 늘 조 전 장관의 지지 세력이 모였다는 식으로 소개됐습니다. TV조선은 <여, 비례 ‘조국 수호’ 정당에 참여>(3월18일 김보건 기자)에서 “조국 전 장관의 ‘1호 인사’였던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과장도 열린민주당 비례 공천을 신청”했다거나 <단독-‘조국 아들 증명서’ 최강욱, 비례 신청>(3월17일 김보건 기자)에서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이 열린민주당에 오늘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보자들을 수식하는 말로 계속해서 조 전 장관을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조국 프레임을 계속해서 밀어붙인 건 TV조선인데, 며칠 뒤엔 뜬금없이 <신동욱 앵커의 시선-다시 조국>(3월23일 신동욱 앵커)이란 제목의 논평을 내놨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조국 지지 세력이 이제 정치 전면에 나서 조국 사태를 연일 선거 쟁점으로 띄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정작 선거 쟁점으로 띄우고 싶어 했던 건 TV조선 아니었을까요?

더불어시민당 비례 후보에 ‘친 조국’ 없어… 열린민주당 입장은 “결정은 국민의 선택”

그렇다면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조국당’이라고 부를 만 할까요? 내부에서 어떤 물밑 작업이 오고 갔는지, 실제로 후보자들 생각이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TV조선의 보도처럼 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에 친 조국 인사가 있지는 않았고 열린민주당은 ‘조 전 장관과 가까웠던 사람이 있어 눈에 띄지만 나머지는 조 전 장관에 유보적이거나 비판적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뉴스톱 <총선기획-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누가 나왔나>(4월13일 송영훈 팩트체커)에서 정리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의 면면을 보면, 친 조국 인사와는 거리가 멉니다. 특히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신현영 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오히려 이전에 조 전 장관을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일어 해명해야 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열린민주당의 경우에도, 조 전 장관 지지세력이 모였다고 하지만 실제 언론에서 자주 언급했던 인사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입니다. 이들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일들에서 그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평가되긴 합니다. 하지만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3월24일)에 나왔던 손혜원 의원의 주장은 일각에서 그들을 일부러 부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손혜원 의원은 친 조국 인사 논란에 대해 “이게 언론이나 상대 당 측에서는 계속 조국 프레임에, ‘조국팔이당’이라고 하는 주장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어제 나온 순서에 나온 스무 분의 후보들의 면면을 보신다면, 그중에 조국 장관과 가까웠던 몇 사람이 있어서 눈에 띄긴 하지만, 나머지 반 이상이 넘는 3분의 2가 넘는 분들이 조국 장관 사퇴에 있어서 유보적이거나 비판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는”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손 의원은 ‘후보들은 열린민주당으로 추천이 들어온 인사들’이고, ‘어차피 마지막 결정은 국민의 선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국을 지지하는 인사도 있고, 아닌 인사도 있는데 결국 비례대표 후보 면면을 보고 유권자들이 선택하면 될 문제라는 식의 설명입니다.

TV조선 “총선은 조국 복권 무대”‧“조국이 부활하고 있다”

그러나 TV조선은 단순 프레임 설정에 그치지 않고 총선에서 조 전 장관이 정치적으로 복권되거나 부활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먼저 <포커스-총선은 조국 복권 무대?>(3월25일 윤슬기 기자)에서 TV조선은 이번 총선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으로 복권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이미 제목부터 “총선은 조국 복권 무대?”라며 ‘조국 프레임’을 앞세워 총선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조국 전 장관을 중심에 세웠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여러 가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법무부를 떠났던 조국 전 장관이 이번 총선에서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소환되고 있습니다. 친 조국 성향의 인사들이 범여권 비례정당에 전진 배치되면서 이번 총선을 통해서 조 전 장관이 정치적으로 복권되는 건 아니냐는 말까지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중단했던 SNS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고도 덧붙여 마치 조국 전 장관이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 같은 암시를 주기도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후보나 정당이 있다고 해서 ‘조국 복권’이 이뤄질 수는 없습니다. TV조선처럼 ‘조국 복권’을 섣불리 내세우는 것 자체가 사안을 과장하면서 선거를 ‘조국 프레임’에 가두는 일입니다. 게다가 조 전 장관 사태에서 그에게 우호적이었던 인물이 일부 있다는 사실, 이것만으로 ‘조국 복권’이 가능하다면 이미 최측근 인물들이 현역으로 뛰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훨씬 이전부터 정치적으로 복권되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러나 TV조선의 걱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나흘 뒤 <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조국 논란과 코로나 선거>(3월29일)에서는 “조 전 장관이 열린민주당을 통해 부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8번인 황희석 전 인권국장이 SNS에서 조 전 장관을 정암 조광조 선생에 비유한 것이 논란이 되자 나온 앵커 논평이었는데요. 박정훈 앵커는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를 비롯해 10가지가 넘는 혐의로 현재 재판 중입니다. 범죄 여부를 떠나 논란을 일으켜 물러난 사실만으로도 법무부의 역사를 오염시킨 인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대의를 중시한 개혁가가 아니라, 소의를 쫓은 소인배가 아니냐는 평가 역시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라고 조 전 장관을 소인배라며 난도질하더니, 그런 조 전 장관을 열린민주당이 옹호한다는 식으로 비판했습니다.

박 앵커는 말미에 “불공정과 반칙, 특권의 그림자가 진영논리를 업고 양지로 소생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우리 사회의 기본 기능마저 마비될 거라는 말도 일부에선 나옵니다. 때마침 코로나 탓에 이번 선거는 깜깜이로 치러질 거라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는 걱정도 늘어놓았습니다. 총선이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았을 때, 불공정과 반칙, 특권의 그림자가 양지로 소생했나요? 물론 미래의 일은 과거에선 알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틀렸다’고 비평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TV조선의 논평은 근거 없이 상황을 과장한 겁니다. 오히려 TV조선의 보도가 ‘조국 프레임’을 만들어 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조국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조국 전 장관이 총선에서 부활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 몸무게 100kg” 단독보도까지

가장 우스꽝스러운 보도는 선거 5일 전이자 사전투표가 시작된 4월 10일 나왔습니다. TV조선이 <단독-[포커스]“흔들어대도 100kg 넘는 난 안 흔들려”>(4월10일 윤슬기 기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몸무게가 100kg이란 ‘단독’ 보도를 낸 겁니다. 기사의 요지는 “조국 전 법무장관 측근들이 포진한 열린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진을 압박했”는데, “이에 윤 총장은 ‘흔들어대도 몸무게가 100kg이라 안 흔들린다’고 측근에게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겁니다.

▲ 4월10일 윤석열 총장이 몸무게를 단독으로 보도한 TV조선.
▲ 4월10일 윤석열 총장이 몸무게를 단독으로 보도한 TV조선.

이는 조국 프레임을 넘어서서, 조 전 장관과 윤 총장을 대립구도로 만들어 ‘조국 대 윤석열 프레임’으로 선거를 끌고 가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TV조선은 열린민주당에서 “윤 총장의 최근 휴가를 놓고 ‘복귀하는 날, 사표설’을 제기하고 ‘조 전 장관 가족을 파괴했으니 스스로 측근과 가족을 어떻게 하나 두고 보자’며 사실상 퇴진을 압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이 “정면돌파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게 TV조선의 해석입니다. 여기에 “몸무게 100kg” 발언을 ‘단독’으로 덧붙인 겁니다.

아직도 선거를 프레임 싸움으로 몰고 가려니 이런 해괴망측한 단독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언론이 정파성을 띨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편향성을 드러내면서 선거 보도에 임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TV조선에 묻고 싶습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조국 전 장관 관련한 기사를 안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여야 거대 정당 간 대결 구도에 무리하게 정권 심판론을 섞으면서 정책 대결을 스스로 실종시킨 보도. 정책 선거를 방해한 나쁜 보도.

4‧15 총선 좋은 선거 보도

1. 공약 전달 기사 : 신선하게 소개하거나, 지적하거나, 유권자 목소리 듣거나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은 ‘공약’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 선거 보도에서 후보자나 정당의 공약 및 정책을 다루는 기사는 적은 편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공약, 저런 공약이 나온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전하는 것 또한 선거를 대하는 언론의 올바른 자세는 아닐 겁니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시의적절한지 등을 두루 검토한 공약‧정책 기사가 좋은 보도라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단순 공약 전달을 넘어서서 신선하게 소개하거나,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지적하거나,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공약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권자들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도였습니다.

정의당에 통합당 공약을, 통합당에 민주당 공약을 물어본 KBS

총선 한 달 전인 3월16일, 각 정당은 10대 공약을 선관위에 제출했습니다. 이날 10대 공약을 다룬 방송사는 KBS뿐이었는데요. KBS는 이를 단순히 전하지 않았습니다. 

KBS는 3월16, 17일 이틀에 걸쳐 정당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하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먼저 첫 날에는 <앵커의 눈-정당별 총선 10대 공약 살펴보니…>(3월16일 신지혜 기자)에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의 20대 국회 때와 21대 국회 때 1순위 공약을 비교했습니다. 4년 전과 후, 각 정당이 어떤 정책을 우선시하고 있는지 그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치열한 공약 경쟁’… 다른 당의 평가는?>(3월17일 신지혜 기자)에서 좀 더 신선한 접근을 했는데요. 각 정당에게 다른 당의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은 겁니다. KBS는 민주당, 통합당, 정의당을 찾아가 나머지 두 정당의 공약을 평가하게 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민주당의 1호 공약인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벤처 집중 육성’ 공약에 대해 의견을 물었더니 통합당은 찬성했고, 정의당은 창업주의 차등의결권을 문제 삼아 반대했습니다. 이 외에도 민생과 직접 연결되는 청년과 신혼부부 위한 3기 신도시 정책, 최저임금 차등 적용, 만 20세 청년에게 3천만 원 지급 등의 공약과 검찰 개혁으로 화두가 됐던 공수처법 폐지에 대해 각 당의 입장차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KBS는 3당이 모두 제출한 스토킹 및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어린이 교통안전 확대와 친환경 차 늘리기 등의 공약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빈 수레 공약 데이터로 보여주고 이유까지 짚은 KBS

KBS ‘국회감시K’ 팀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내거는 공약,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해 따져봤습니다. KBS는 선거철마다 나오는 그 공약들이 ‘얼마나 허구인지’ 주목해 공약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제공했는데요. 4월 1일부터 3일까지 낸 5건의 연속 보도에서 KBS는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후보자 시절 공약과 21대 총선의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첫날 리포트인 <국회감시K-‘총선 공약’ 믿어도 될까요?>(4월1일 신지혜 기자), <국회감시K-표심 노린 철도 공약… 타당성‧재원은?>(4월1일 조지현 기자)에서는 각각 학교 유치 공약과 철도‧지하철 공약을 살폈습니다. 결과는 모두 ‘공수표’였습니다. 20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253명 중 58명이 150건의 학교 유치 공약을 냈지만 지킨 건 고작 29건, 20%가 안 됐습니다. 그럼에도 학교 유치 공약은 21대 총선에도 또 나와서, 학교를 짓겠다는 공약에 드는 재원만 1조 원에 달했습니다. 철도‧지하철 공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총선 당선자들은 289건의 철도 관련 공약을 냈지만, 그중 지켜진 공약은 30%도 되지 않았습니다.

▲ 지난 3월17일 각 정당에 다른 정당의 10대 공약을 평가해보게 한 KBS
▲ 지난 3월17일 각 정당에 다른 정당의 10대 공약을 평가해보게 한 KBS

KBS는 <국회감시K-‘빈 수레’ 공약 되풀이되는 이유는?>(4월3일 신지혜 기자)에서 이런 공약 남발의 원인은 국회의원들이 만들어 놓은 법의 허점이라 지목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들은 공약을 기재할 때 선거 공약서 제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선을 위한 공수표가 남발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공직선거법 66조 1항에 보면 대통령, 지방자치단체당 후보자는 선거공약서를 작성할 수 있고, 바로 다음 항에서 “선거공약서에는 선거공약 및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국회의원 후보자는 빠진 겁니다. KBS는 선거공약서를 통해 공약 이행률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철마다 나오는 SOC 공약, MBC가 들어본 주민들 실제 반응은?

‘유치하겠다’, ‘건설하겠다’며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을 남발하는 선거 후보자들. 그런데 이런 공약이 유권자들 표심을 실제로 잡을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 MBC ‘로드맨’ 팀이 답을 내놨습니다. 4월5일 보도된 <로드맨-또 왔어요, 그 공약>(4월5일 염규현 남형석 기자)에서 기자들은 ‘로드맨’이라는 코너 제목답게 길 위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내놓은 SOC 공약에 대한 유권자 반응을 물었습니다.

MBC가 가장 먼저 찾은 인천 부평갑 선거구에서는 ‘경인전철 지하화’ 공약이 늘 나오고 있었는데요. 놀랍게도 주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하화한다는 소리가 지금 한 몇 년 됐어요. 나온 지가. 선거 때만 되면 이렇게 공약이 나오는데”라거나 “국회의원들이 그걸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시장도 그렇게 했다가 접은 사업을. 계속 그렇게 속아왔으니까”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인 겁니다.

다음으로 찾은 경남 양산을도 인천과 비슷했습니다. 이 지역구엔 25년째 부산 지하철 종점과 울산을 잇는 철도가 양산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공약이 나온다고 하는데요. 이 또한 유권자들은  “저번에 선거 후보들도 나와서 몇 번 그걸 공약을 했는데 실행이 안 되고”, “공약은 그냥 선거를 위한 하나의 미끼라고 생각해요. 일단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거죠”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통된 반응은 ‘이제는 못 믿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도나도 공약을 꺼내 들었다가 실현 시키지도 못하고 흐지부지되니 이제는 더 이상 무엇을 공약으로 내놓든 믿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MBC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SOC 공약 자체가 허황되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산을 정할 때마다 문제가 되는 ‘쪽지 예산’이 있지만 이는 꼼수를 위한 수단일 뿐, 국회의원은 개발 관련 공약들을 직접 실행시킬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지난 20대 총선 공약을 따져보면, 개발 관련 공약이 60%를 차지했지만 이행률은 반도 못 미쳤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SOC 공약’이 정작 유권자들 표심 잡기엔 소용이 없음을 알려주는 따끔한 보도였습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① 20대 총선 당시 남발됐던 공약들을 현장 점검으로 확인하고, 21대 총선에서도 반복되는 가짜 공약들과 공약이 탄생되는 구조까지 짚어. 의미 있는 정치 보도의 좋은 예를 보여줌. ② 자칫 선거전에만 매몰될 수 있는 총선 보도 정국. 정당별 과거/현재 공약을 분석하고 의정활동을 감시함으로써 선거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유익한 보도들. ③ 총선감시연대와 보도제작준칙을 만들며 가장 강조한 유권자 중심 보도가 취재 현장에서 자리 잡아가는 것을 느끼게 한 좋은 보도. 유권자와 선거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열심히 발로 뛰어 준 언론노동자 여러분께 박수를.

2. 팩트체크 기사 : 사전투표 조작? 줄어든 코로나19 검사?

선거 시기엔 각종 의혹이 제기됩니다. 그중엔 후보자들을 향한 것도 있고, 정당이나 정부 또는 선거를 둘러싼 모든 것이 대상이 되는데요. 사실에 근거한 의혹 제기는 후보자 도덕성이나 정책 실현 가능성 등을 검증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도 있지만 ‘가짜뉴스’에 기반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선거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선거에 대한 신뢰 흔들거나 후보자와 정책에 대한 정확한 검증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4‧15 총선에서도 가짜뉴스가 횡행했는데요. 특히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한 팩트체크 기사가 있어 소개합니다.

사전투표는 조작? 채널A가 보수 유튜브 인용해 가짜뉴스 보도할 때 MBC는 팩트체크

사전투표 당일, MBC는 <단독-사전투표는 조작된다?… “가짜뉴스로 선거 방해”>(4월10일 남효정 기자)에서 사전투표와 관련한 팩트체크를 진행했습니다. MBC의 설명에 따르면 “요즘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사전 투표 엑스, 당일 투표 동그라미’ 이런 스티커가 자주 발견이 되고 있”었는데요. 실제로 MBC가 보여준 화면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의 한 버스정류장”은 물론 “전봇대와 신호등, 주택가 담벼락에도 같은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이 스티커들은 “사전투표에 엑스, 당일투표에 동그라미를 표시한 스티커”였습니다. 사전 투표하지 말고, 당일에 투표하라는 황당한 내용입니다. MBC는 먼저 스티커를 붙인 이들이 누구인지 알아봤습니다. “스티커를 붙인 단체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공정선거 국민연대”였는데요. “이들은 사전 투표가 명백히 조작되기 때문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라고 MBC는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퍼트리고 있는 이들의 이력을 MBC가 확인해 보니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똑같은 주장을 했”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주장은 “구독자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보수 유튜브 채널들”에서도 나오고 있었고 MBC가 이런 사실들을 추적해 보도했습니다.

동시에 MBC는 선관위를 취재해 사실을 바로잡기도 했습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는 조작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이들의 주장은 국민의 사전투표 참여 의지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범법행위”라고 MBC에 밝혀왔습니다. MBC는 “선관위는 공정선거 국민연대 대표 양 모 씨와 보수 유튜버 5명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 종로경찰서 등이 수사에 착수”했다며 수사 상황까지 종합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느 언론사든 할 수 있는 평범한 팩트체크 기사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일, 같은 내용이 다른 방송사에서는 가짜뉴스인 채로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MBC가 팩트체크하는 사이, 채널A는 <민주당 사전투표 vs 통합당 당일투표>(4월10일 성시온 기자)에서 ‘보수 유권자들’이란 말로 극우 유튜브를 포장하여 인용하면서 그들이 말하는 가짜뉴스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채널A는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총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까지 총출동해 사전투표를 마치고 투표를 독려했는데요. 반면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15일 당일에 투표하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각 당의 전략이 담긴 결정이라고 하네요”라면서 마치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이런 전략을 펼치는 데 대한 이유가 사전투표에 대한 우려인 것처럼 비췄습니다. 채널A는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사전투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라면서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신의 한수’를 인용했는데요. 신의 한수는 “사전 투표함이 4박 5일간 보관되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위험이 있는 건데요”라고 말했습니다.

두 보도를 종합해보면, 신의 한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짜뉴스를 전하고 있었는데, 이를 채널A가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고 있었고, MBC는 이를 팩트체크하여 바로 잡고 있었던 셈입니다. 채널A와 비교해보면 MBC 보도가 당일 나와서 얼마나 값진지 알 수 있는데요. 시의적절하게, 단독으로, 심지어 다른 방송사가 퍼트리고 있는 가짜뉴스를 MBC가 팩트체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선거 앞두고 확진자 줄이려고 검사도 줄였다? MBC와 SBS가 팩트체크

총선을 앞두고 나타난 가짜뉴스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방역당국이 총선을 앞두고 검사를 축소했다’는 가짜뉴스가 주요 일간지인 중앙일보에서도 기사화됐습니다. 중앙일보에서 기사가 나온 당일인 4월13일, MBC와 SBS는 이에 대한 팩트체크를 내보냈습니다.

우선 중앙일보 보도는 <투표일 다가오자 ‘마술’처럼 환자 급감… “공격적 검사해야”>(4월13일 장세정 논설위원)입니다. 총선을 이틀 앞둔 4월 13일, 중앙일보의 장세정 논설위원은 SNS에 올라온 한 의사의 글을 퍼와 ‘방역당국이 투표일이 다가오자 코로나 진단수를 줄였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4월 1일 중앙일보 온라인판 팩트체크 기사에서 이미 팩트체크를 한 내용이었습니다.

<팩트체크-“정부가 총선전 코로나 검사 막는다” 의사가 부른 조작 논란>(4월1일 정종훈 기자)에 따르면 진단건수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가 아니었습니다. 진단검사 건수는 불규칙적이었습니다. 장세정 논설위원은 “1명이 확진 받기까지 수차례 검사를 받기 때문에 누적 검사수가 통계 부풀리기”라고도 주장했지만, 질본에 따르면 누적 검사자 수는 중복검사를 포함하지 않은 수여서 오히려 검사 횟수는 그간 발표한 것보다 30만 회가량 많다고 합니다. 장세정 논설위원은 방상혁 의협 부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코로나 방역은 과학이지 정치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정작 방상혁 의협 부회장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되었다가 사퇴한 바 있기도 합니다. 

곧바로 MBC는 당일 <선거 앞두고 검사 줄였다? 실제로 따져보니…>(4월13일 한수연 기자)에서 가짜뉴스가 번져간 경로를 짚으며 중앙일보를 비판했습니다. MBC는 앵커 멘트에서 “심지어 주요 일간지에서까지 기사화를 하자, 방역당국은 명백한 오보라고 거듭 반박했습니다”라고 말한 겁니다. 또 가짜뉴스의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인천의 한 의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보수 유튜버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정부의 검사축소가 기정사실화됐고,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이를 받아쓰며 의사의 양심선언으로 해석했다는 것입니다. MBC는 “해당 의사는 자신의 글을 내렸고 의사협회도 인위적 조작은 없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라고 재차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 기사를 팩트체크한 MBC 기사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코로나19 검사를 줄여서 선거가 끝나면 확진자가 폭증할 것이다”라며 가짜뉴스에 다시금 불을 붙였습니다. 이에 MBC는 또다시 <김종인 “총선 후 확진 환자 폭증”…“가짜 뉴스 전파”>(4월14일 조국현 기자)를 내고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이미 여러 차례 밝힌 사안인데 총선을 하루 앞두고 가짜 뉴스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비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해당 보도에서 MBC는 “일부 언론의 기사를 인용한 이런 주장에 대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검사는 의사 소견에 따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며 한마디로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습니다”라며 방역당국과 대한의사협회의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총선 직전까지 가짜뉴스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정치권에 비판을 견지한 보도였습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① 논란 단순 전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레거시 미디어가 앞으로도 계속 강화해야 할 일. ② 야당을 두둔하기 위해 여론 조사에 대한 신뢰 문제를 보수 매체와 유튜브 등에서 퍼뜨릴 때 적기에 팩트체크를 함으로써 근거 없는 여론 조사 무용론 확산을 막은 좋은 보도. 선거 보도에서 중요한 한 축의 팩트체크가 이뤄진 셈.

3. 고발성 기사 : 선거로 놓칠 뻔한 20대 국회의 종교인 과세 완화 움직임 자세히 전한 JTBC

21대 총선을 지나느라, 사회의 감시가 약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20대 국회입니다. 다음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 국회의원들은 개개인이 독립된 입법부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JTBC가 총선 기간 보여준 국회에선 종교인들에 대한 퇴직금 과세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JTBC가 단독으로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이전부터 종교인 퇴직금 과세를 둘러싸고 이를 막으려는 국회의 움직임이 있어 비판적인 보도가 나왔었지만, 최근 가장 먼저 나온 보도는 한겨레의 <종교인 과세 2년 만에 후퇴하나…국회 법 개정안 처리 움직임>(3월4일 노현웅 기자)이었습니다. 3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사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한겨레는 법사위 회의 당일, 종교인 퇴직금 과세를 소급 완화해주는 내용의 법안이 법사위 심사에 들어가는데, 현재 남은 절차는 이것과 본회의뿐이란 사실을 되새겨주었습니다. 한겨레 보도 이후 비슷한 보도가 몇 건 나왔습니다. 그중 JTBC가 이 사실을 가장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법사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배경 짚고 통과 막은 의원 생방송 연결까지

JTBC는 법사위 회의 닷새 뒤, 세 건의 보도를 연달아 냈습니다. 첫 보도 <‘종교인 퇴직금’ 과세 완화…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3월9일 황예린 기자)에서 JTBC는 ‘종교인 과세 완화’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30년 목회 생활을 한 목사를 예시로 들어, 2018년 말에 퇴직하고 퇴직금을 받았다면 소득세를 1억4천만 원 가까이 환급받을 수 있다는 게 JTBC의 설명입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종교인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의 범위를,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2018년 1월 1일 이후 발생분으로 줄여주는 내용입니다. 즉, 소급해서 낼 세금을 줄여주는 겁니다. JTBC는 종교인 과세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치권의 시도가 2017년 8월, 2017년 12월에 이어 세 번째라고 강조했습니다.

JTBC는 두 번째 보도 <기재위선 일사천리 통과… 법사위서 가까스로 제동>(3월9일 김소현 기자)에서 그렇다면 분명 일반 시민들의 비판이 따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국회 법사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는지 국회 속기록 자료를 살폈습니다. JTBC는 이 개정안을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직접 발의했으며 여야 의원들이 속속 동의하면서 법안이 기재위 전체회의로 넘어갔다가, 2019년 7월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치권이 대형 교회의 표를 의식해 종교인에게 세제 특혜를 주려고 시도하다, 이때 박주민 의원 등이 조세 평등의 원칙을 내세워 통과를 막은 것입니다.

마지막 보도 <인터뷰-‘종교인 퇴직금 과세 완화’ 반대…박주민 의원>(3월9일)에서는 당시 같은 여당 소속인 기재위원장이 발의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았던 박주민 의원을 생방송 연결해 그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이런 지점에서 JTBC의 보도가 한겨레의 선행 보도보다 국회 감시에 한 발자국 더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3월 초는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정당별 공천 소식만 전하거나 대형 정치인들의 유세 상황만 전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20대 국회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진 시점에 한겨레와 JTBC 등의 언론들이 표만 의식한 정치인들의 행태를 지적한 것입니다. 특히 JTBC는 이날 세 건을 보도해 더욱 깊이 있게 사안을 다뤘습니다. 선거에 매몰되지 않고 국회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은 보도였습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역할을 유권자에게 다시 한번 되새겨 준 좋은 보도.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의 구태를 제대로 지적한 좋은 보도.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2월15일~4월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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