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품화 논란을 불렀던 KBS 주말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가 이번엔 양육비에 대한 편견·왜곡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KBS 시청자 청원게시판에 제작진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온 한편 양육비 관련 시민단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29일 “대한민국 공영방송인 KBS 가족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4월18일 방송분에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인 양육비를 단순히 재미를 위한 설정의 소재로 사용하면서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을 방영했다. 해당 방송분에 대한 빠른 시정과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민원을 정식으로 등록하고 내용 시정과 사과문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밝혔다.

양해연이 지적한 부분은 이혼 후 혼자 아이를 양육하는 극중 인물(송가희)이 한 모임에서 자신의 전 배우자 연인과 식사하는 장면이다. 전 배우자 연인은 송가희에게 “남자가 있으면 뭐해? 전 부인이랑 자식한테 월급이 댕강 잘려 나가는데” “얼마나 편해. 집에서 놀고 먹어도 따박따박 양육비 들어와. 은근 부럽더라”고 비아냥댄다. 이를 들은 송가희는 식사를 마친 뒤 “내가 살게. 나 양육비 받잖아” “모자라면 더 보내달라고 하지 뭐. 그런 건 군소리 없이 잘 보내주거든”이라고 말하며 고급 음식점에서 4인분 식사비를 결제한다.

▲ KBS 주말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 18일 방영분 갈무리.
▲ KBS 주말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 18일 방영분 갈무리.

양해연은 “양육비를 자녀 뿐 아니라 양육자의 생활비인 것으로 왜곡 표현하며 양육자가 양육비를 받아 팔자 좋게 쓰며 산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처와 현 연인간의 신경전 설정을 위해 ‘양육비’를 소재로 택해 표현한 점은 양육비에 대한 작가의 인식 부족 문제가 더욱 드러난다”며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로 결혼과 이혼 가정에 대한 인식 차이를 ‘리얼’하게 그리고 싶다던 양의승 작가의 집필 의도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라 꼬집었다.

이어 “비양육자의 자발적 양육비 이행이 없는 우리나라 양육비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아동학대에 이를 만큼 고통받는 상황이고, 현행 법제도 마저 실효성이 없어 아이들 양육비는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공영방송이 아동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마련과 인식 개선의 노력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 비판했다.

해당 장면을 접한 양육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A씨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아이가 양육비를 못 받아 힘들게 자라는 현실에서 양육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더욱 견디기 힘든 고통을 준다”며 “사회 인식과 제도가 개선되길 염원하고 있는데 주말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가족 드라마에서 이혼 가정과 관련한 심각한 문제를 너무 함부로 건드렸다는 생각에 속상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 KBS 주말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 18일 방영분 갈무리.
▲ KBS 주말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 18일 방영분 갈무리.

또 다른 이혼가정 양육자인 B씨는 “양육비가 따박 따박 들어오는 한부모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 양육비로 집에서 편하게 놀고 먹는 양육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나 썼는지 묻고 싶다”며 “우리나라 양육비 산정 금액은 아이 양육비로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양육비를 받는다고 해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 양육과 경제활동 양립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집필 전 이러한 현실들을 진지하고 세밀하게 살펴는 보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28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도 “KBS 주말드라마 ‘한번다녀왔습니다’ 양육비 잘못된 인식반영 사과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한부모가정이 80퍼센트가 넘는다는 통계가 많이 이슈된 바 작가는 현실성과 전혀 무관한 공감을 짜내고 있고 이에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많은 한부모에게 모멸감을 줬다. 또 극중 역할을 맡은 오윤아씨는 실제 한부모임에도 적절하지 못한 현실을 연기한 바 이에 분노합니다. 공감을 못할망정 기만하는 제작진들은 반성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KBS ‘한번 다녀왔습니다’ 18일 방영분은 앞서 ‘한번 다녀왔습니다 성상품화 문제제기’ 청원 및 시청자게시판 항의로 논란이 됐던 방영분이다. 당시 관련 시청자청원은 답변 요건(30일 안에 1000명 동의)을 충족하지 못했으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제작진이 ‘유감’을 표하고 방송분을 수정편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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