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튜브의 영향력은 기성의 신문‧방송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도 앞다퉈 유튜브 채널에 역량을 쏟고 있죠. 이에 따라 유튜브는 새로운 공론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치명적인 맹점도 있습니다. 각종 혐오발언과 허위조작정보가 넘쳐난다는 겁니다. 특히 수십만 이상의 구독자 수를 무기로 숱한 ‘정치적 프레임’을 생산하는 자칭 ‘보수유튜브’들은, 실상 뜯어보면 편견과 미확인 정보, 혐오로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 쪽에서 ‘보수유튜브’는 구독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이러한 ‘보수유튜브’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극우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키운 ‘차이나게이트’ 음모론을 적극 활용해 법안 발의를 추진하는 등 선거전략에 반영했죠. 이러한 여론의 왜곡을 살펴보기 위해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는 2월17일부터 4월13일까지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상위 10개 채널의 게시물과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인기 동영상을 모니터했습니다. 그중 가장 심각한 사례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민주당 비례후보에 ‘피해자다움’ 요구하며 차별적 시선 드러낸 가세연

총선 기간 중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에서는 각 당에서 공천받은 후보자에 대해 논하는 방송이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충격 단독-통합당 강남병 ‘김미균’ 정체 폭로!!!>(3월13일)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후보를 다루며 ‘피해자다움’이라는 시대착오적 개념을 꺼내들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례후보로 공천됐던 박은수 씨가 대학시절 불법촬영 성범죄 피해를 겪었다고 밝혔는데, 이병열 고릴라상념TV 대표는 박 씨의 모습이 성범죄 피해자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라며 ‘뭔가 이상하다’거나 의심스럽다는 시각을 노출했습니다.

이병열 고릴라상념TV 대표 : 이 사람 SNS를 보면은, (중략) 뭔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죠. 아마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야, 성범죄 피해자는, 저렇게 성 표현을, 공개적인 곳에 하면 안 되는 것이냐, 자신의 육체미를, 열린 공간의 과시하면 안 되는 것이냐’ 이런 지적 나올 수 있습니다. 있어요. 할 수 있어요. 제가 그거 하지 말란 얘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다는 거죠. 보통 저런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 보이는 태도랑은 조금 다르다. 그걸 이겨내고서, 저렇게 당당해질 수 있다. 그럼 박수 받을 만한 일이죠. 아, 상처를 잘 이겨냈구나. 너무나 충격도 받았고 힘들었을 텐데.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다라는 거죠. 그러면 저 사람이 과연, 정말 진실한 사람으로서 천거가 되었느냐. 글쎄요. (중략)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다 보니까, 제가 말씀드렸지만, 전국사연자랑, 전국처지자랑으로, 선거가 완전히 변질이 되다 보니까, 과연 이야기를 막 지어내는 사람들은 없을까. 우리가 좀 잘 봐야 된다는 거죠.

가세연 출연자 이병열 씨는 당시 민주당 비례후보였던 박은수 씨의 개인 SNS에 올린 사진들을 화면으로 보여주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박 씨가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으니 성범죄 피해자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다르고 따라서 “정말 진실한 사람으로 천거가 되었”는지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심지어 “전국사연자랑, 전국처지자랑으로, 선거가 완전히 변질”되었다며 박은수 씨의 성범죄 피해사실 고백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막말까지 했습니다.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며 성범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거짓말’ 프레임을 덧씌우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성범죄 피해자라면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본인만의 전형적인 성범죄 피해자의 모습을 규정하고 그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성범죄 피해자가 아니다’ 혹은 ‘아닐 것이다’라고 단정 짓는 것인데, 이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입니다. 

가세연의 이 영상이 더욱 저열한 점은 이병열 씨가 본인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미 알면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한다는 겁니다. 이 씨는 성범죄 피해자가 박은수 씨와 같이 SNS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거나 성범죄 피해를 극복한 것은 박수 받을 만한 일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반복적으로 박은수 씨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말을 덧붙이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식이죠.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는 셈인데, 아무리 그래도 성범죄 피해자를 향한 차별적 시선을 숨길 수는 없습니다. 

2. 꺼진 코로나19 관련 음모론에 다시 불붙이려 애쓴 가세연

총선 기간 내내 선거보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큰 화두였던 만큼, 소위 보수유튜브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많이 다뤘습니다. 다만 검증된 사실이나 합리적인 정부 비판보다는 허위조작정보나 음모론에 기댄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가세연은 코로나19 관련 음모론이나 허위조작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 다른 어떤 보수유튜브 채널보다 선두에 있었는데요. <한선교 빤스런~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원점 재검토!!>(3월19일)에서는 출연자 김용호 기자가 3월18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폐렴 증세로 숨진 17세 청소년의 코로나19 진단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것을 두고 사실이 아니라며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안타깝게 사망한 고인을 두고 ‘음성 당했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김용호 기자 : 중앙일보 단독 기사가 이게 의미심장해요. 사망진단서에는 ‘코로나’라고 적혀 있었대요. 그런데 결과 나올 때까지 폐렴으로 바꾸자.

(중략)

김용호 기자 : 코로나 폐렴에 의한 급성 호흡 부전. 그런데, 이렇게 사망진단서에 분명히 정확히 적혀 있었는데, 이것을 음성이라고 바꾼 거예요.

(중략)

김용호 기자 : 사실 이 17세 청소년 사례가 좀 의미심장한 게, 기존에 이제 대깨문들이 이전의 사망자들에 대해서 ‘원래 기저질환이 있었다’, ‘노령이다’, 이런 식으로 좀 약간 뭔가 물 타기를 했잖아요. 그런데 정말 돌도 씹어 먹을 나이인 17살 청소년이 우한폐렴으로 죽었다, 그럼 이거는 의미하는 바가 크거든요.

(중략)

김용호 기자 : 음성 당했다. 음성으로 시켰다! 근데 더 웃긴 게 이쯤 되면은 부검을 한 번 해봐야 되거든요? 근데 또 부검 안 한대.

가세연이 숨진 17세 청소년의 코로나19 진단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음에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근거는 사망진단서였습니다. 실제로 중앙일보 <단독-17세 사망진단서엔 ‘코로나’… 병원 “결과 나올 때까진 폐렴으로”>(3월19일)는 영남대병원에서 숨진 17세 청소년의 사망진단서가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영남대병원 김성호 원장은 언론을 통해 ‘음성’이 확실하다고 확인했습니다. 가세연은 이미 사실 확인이 끝난 사안에 다시 불을 붙이며 음모론을 띄우려 한 겁니다.

이러한 음모론에는 기성 언론의 책임도 있습니다. 고인이 숨진 3월18일 오전 11시경부터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해당 청소년의 코로나19 진단결과가 ‘음성’이라고 최종 판정을 발표한 이튿날(19일) 오후 2시경까지 많은 매체들은 ‘17세 청소년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19 양성’이라는 ‘속보’를 내면서 파문을 키웠습니다. 17세 청소년의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던 영남대병원에선 12번의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으나 13번째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서 ‘미결정’으로 질본에 정밀 검사를 요청한 상태였지만, 많은 언론들이 ‘미결정’을 ‘일부 양성’이라고 섣불리 보도한 것이었죠. 13번째 검사에서 나온 이상 소견으로 인해 영남대병원 전공의가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을 ‘코로나 폐렴’이라고 기재했지만, 해당 청소년의 코로나19 진단에 대해 확정 판정이 나오지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병원장이 2시간 뒤 ‘일반폐렴’으로 수정할 것을 권유하여 사망원인은 수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이에 대해 <단독-17세 사망진단서엔 ‘코로나’… 병원 “결과 나올 때까진 폐렴으로”>(3월19일)와 같이 보도하면서 가세연 음모론 제기의 시작점이 된 겁니다. 그러나 영남대병원 김성호 원장은 한국일보 <영남대병원장, 사망진단서 조작설 부정… “코로나19 검사 믿어야”>(3월22일)에서 “(사망원인을 ‘폐렴’으로 수정한 것이) 더 정확하게 쓴 것”, “유족에게 나중에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실해지면 그렇게 써주겠다고 설명했고 유족도 수긍한 부분”이라며 사망진단서 관련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습니다. 

3. 2008년 촛불집회와 탄핵 촛불집회를 거짓선동이라 주장한 펜앤드마이크TV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대한 왜곡도 보수유튜브들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펜앤드마이크TV <3월19일 10시 정규재의 텐텐뉴스>(3월19일)에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공동대표를 언급하면서 더불어시민당을 ‘광우병당’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이 간다-광우병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3월19일)를 보여주면서 이런 주장을 내놨는데요. 2008년 촛불집회가 “‘정치에 오염된 과학자(전문가)’ 그룹”의 선동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중앙일보 칼럼을 바탕으로 당시 촛불집회가 거짓말로 선동한 ‘정권 죽이기 캠페인’이며, 심지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겁니다. 여기서도 기성 언론이 일정 부분 왜곡의 단초를 제공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지난 3월19일 2008년 촛불집회가 거짓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펜앤드마이크TV’
▲ 지난 3월19일 2008년 촛불집회가 거짓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펜앤드마이크TV’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 우희종이… (중략) 이번에 지금 민주당 비례정당 만든 거는 전부 얘들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광우병 선동.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민변, 우리법연구회. 이런 애들이 법을 망치고 과학을 망치고. 이런 애들이. ‘광우병당이다’. 우리 그렇게 한번 불러 보십시다. 광우병당이다. 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은 광우병당이다. 이명박 정권이 저렇게 무너졌죠. 그 거짓말로. 근데 박근혜 때는 저렇게 해서 성공했습니다. 박근혜 때는 최순실 가지고 저렇게 만들어서 성공했습니다. 이명박 때에는 이명박을 거의 반쯤 죽여놓고, 실패했습니다마는, 박근혜 대통령 때는 저런 캠페인을 해서 무너뜨렸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의 근본적 원인과 민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겁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민들이 큰 불안감을 느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불안감에서 비롯된 여러 소문들도 있었으나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외친 것은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정부가 지켜달라는 명확한 메시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2008년 5월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을 시도했고 결국에는 추가협상에 나서야 했습니다.

정규재 씨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광우병을 선동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는 당시 대한의사협회도 표명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2008년 5월9일 발표한 <‘사람광우병’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에서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인 광우병에 대한 예방, 조기발견 및 확산 방지를 위하여 정부와 사육농가 및 학계의 지속적인 감시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꼭 지켜야 할 일”, “내장, 뼈 등도 식재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식습관을 고려하면 향후 ‘사람광우병’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뿐만 아니라 대한의사협회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있어 지속적인 감시와 철저한 검역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정규재 씨는 “박근혜 대통령 때는 저런 캠페인을 해서 무너뜨렸다”고도 했는데요.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의 원인이었던 국정농단 사건이 ‘거짓’이었다고 주장한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판결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 판결문만 봐도 정규재 씨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규재 씨의 주장은 더불어시민당을 깎아내리기 위해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폄훼하고, 탄핵 결정과 각종 재판을 통해 사실로 드러난 국정농단 사건을 거짓으로 매도한 것에 불과합니다. 

4. 보수유튜브들의 세월호 혐오발언 중에서 가장 심각했던 윤서인

총선 기간 중 보수유튜브 채널에서 세월호 혐오가 자주 노출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을 끊임없이 폄훼, 모욕하던 극우세력의 주요 활동영역이 이제는 유튜브가 된 겁니다. 총선 기간에는 평소 세월호 유가족 등을 향한 막말을 일삼던 만화가 윤서인 씨의 발언이 특히 문제였습니다. 윤서인 씨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 윤튜브의 <세월호가 2020년에 가라앉는다면?>(3월25일)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하면서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했습니다.

윤서인 만화가 : 이번 전염병 사태가 6년 전 박근혜 시절에 터졌으면 세월호 때 일어났던 그 무시무시한 정부 탓이 그대로 전염병에 입혀지면서 박근혜 정부를 향했을 거야. (중략) 박근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해상 교통사고를 그렇게 잘 엮어서 몰았던 사람들이 실제로 정부의 책임이 막중한 이번 전염병 사태라면, 이거 얼마나 저 사람들이 더 잘 엮어서 몰았겠어? 아주 신나서 미쳐 날뛰었겠지. (중략) 당연히 전염병으로 죽은 이들의 유가족들은 정치인들과 손잡고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쳤을 거고, 거기서 단식투쟁 하면서 누구 엄마, 누구 아빠, 누구 아들, 누구 딸. 이런 이름 붙은 사람들이 네임드가 되면서 바이러스 특별법 제정하라고 난리를 쳤을 거야. 또 감성적인 리본이나 별 모양 디자인 또 나와서 감성 팔고.

▲ 지난 3월25일 박근혜 정부에서의 코로나19 사태 가정하며 세월호 폄훼한 ‘윤튜브’
▲ 지난 3월25일 박근혜 정부에서의 코로나19 사태 가정하며 세월호 폄훼한 ‘윤튜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왜곡된 평가를 하거나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는 발언은 보수유튜브에서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그로 인한 사회적 해악 역시 심각한 수준이죠. 윤서인 씨를 비롯한 보수유튜버들은 윤서인 씨처럼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해상 교통사고”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참사 당시 가족들까지 속이며 부실한 구조가 이뤄졌다는 사실, 전원구조 오보 순간에도 배 안에서는 청소년들이 있었다는 참담한 사실, 청와대의 지연된 초기 대응과 구조 지휘 실패, ‘시체팔이’ 등 당시 정부‧여당‧언론이 자행했던 유가족 공격, 정부가 문건까지 작성해 지휘한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한 조직적 방해 등 자명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그들이 말하는 ‘교통사고’라 해도 이렇게 수많은 의문점이 있다면 당연히 정부와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상식 수준의 공감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본질에 눈 감은 채 보수유튜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를 침몰시킨 게 아니다’라는 무의미한 주문만 외우고 있습니다. 

윤서인 씨는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기 위해 코로나19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윤 씨는 “전염병으로 죽은 이들의 유가족들은 정치인들과 손잡고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쳤을 것”, “신나서 미쳐 날뛰었”을 것이라며 있지도 않은 상황을 가정했고, 이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현재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시민들, 함께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까지 매도했습니다.

5. 성범죄 피해자 지원 대책까지 총선용으로 해석한 이봉규TV

총선 기간 중 보수유튜브들은 갖가지 이슈를 방송 소재로 삼아 정부를 비방하는 데 힘썼습니다. 심각한 성범죄이자 인권유린 사태인 텔레그램 성착취물 거래 사건 역시 보수유튜브들의 왜곡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봉규TV <또 피해자 팔이?>(4월2일)에서 이봉규 평론가는 성범죄 피해자 지원 대책까지 총선용으로 해석했습니다. 정부가 ‘피해자 팔이’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죠. 

여기서도 세월호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이 등장합니다. 성범죄 피해자와 국가유공자의 지원금을 비교하는 저급한 인식도 드러냈습니다. 현 정부에서 국가유공자 지원을 “눈곱만큼” 한다거나 “돌보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연합뉴스 <문 정부 2년, 참전혜택 키우고 독립유공자 955명 발굴‧포상>(5월15일)에 따르면 오히려 이전 정부들에 비해 현 정부에서 보훈정책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봉규 평론가 : 총선 앞두고 갑자기 파격적인 지원, 물론 안타까운 피해를 봤죠, 미성년자들. 그러나 형평성이 있어야 된다, 이런 거죠. 즉흥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서 국민적 관심이 쫙 모이니까 총선용으로 갑자기 지원 쏟아내면서 피해자들을 이제 ‘팔이’ 한다고 그러죠, 이렇게. 그 세월호도 그렇고, 5‧18도, 이 피해자 팔이. 이게 형평성이 있어야 된다, 이런 얘깁니다. (중략) 이건 악마, 조주빈이라는 악마한테 피해를 본 건데 그 집단한테, (중략) 이건 직접적인 국가의 피해는 아닌데도, 이렇게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형평성과 조금 논란이 있다. (중략) 총선 아닌 때 희생당한 사람들은 억울한 거고. 총선 직전에 희생당한 사람은 이렇게 막대한 지원을 받고 그러면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국가에 충성을 하다가 부상당하고 이런 사람들 지원은 그냥 눈곱만큼 하다가, 그런 건 돌보지도 않고.

성착취물 거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대응을 지켜봤다면 이봉규 씨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성착취물 거래 사건이 불거지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과 같은 인권유린 범죄는 우리 모두에 대한 반문명적·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고 검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구성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TF’는 4월2일 피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이봉규TV는 검찰이 낸 지원책을 ‘정부의 총선용 피해자팔이’로 왜곡한 겁니다. 

또한 “직접적인 국가의 피해는 아닌데도, 이렇게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는 이봉규 씨 주장도 성착취물 거래 사건을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일탈쯤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으로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이번 텔레그램 성착취물 거래 사건 이전에도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중대범죄임에도 그에 걸맞은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만한 제도와 법안도 미비한 상태죠. 즉, 성착취물 거래 사건의 피해자들은 이봉규 씨 발언처럼 “조주빈이라는 악마한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제대로 된 제도와 법안은 물론 엄중한 처벌도 없다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피해를 겪게 된 겁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검찰이 성착취물 거래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마련하고 발표한 성범죄 피해자 지원 대책을 두고 이봉규TV는 ‘총선용’이라거나 ‘피해자 팔이’라며 장사에 비유했습니다. 그러한 저급한 인식에 놀랍고 참담하기만 합니다.

 

※ 민언련 유튜브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2월17일~4월13일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순위 상위 10개 채널의 게시물 및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인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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