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기록적 참패를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수습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27일 조선일보 사설)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 상황에 대한 조선일보의 진단이다. 조선일보는 이어 “자기반성보다 당권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자리다툼만 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이들 누구도 왜 정치를 하며, 왜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가 연일 “정체불명의 부패인사”라거나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다(정진석)”, “이제 남의 당 일이니 노욕을 거두라(김근식)” 등 당내에서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 공격 분위기를 우회 비판한 셈이다. 

이에 조선일보가 제시한 해법은 부산 해운대을에서 당선한 통합당 김미애 당선인이었다. 

▲ 25일 조선일보 김미애 통합당 당선인 인터뷰
▲ 25일 조선일보 김미애 통합당 당선인 인터뷰

 

이날 사설 “김미애 당선인의 평범한 포부에 보수 정치의 길이 있다”에서 “통합당은 공감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참패했다”, “국민은 함께 울어주고 넘어지면 손잡아서 일으켜 주는 정치를 원하는데 통합당의 모습은 폼 잡고 의전 좋아하는 것으로 비춰졌다”는 김 당선인 인터뷰를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통합당의 패배 원인을 두고 많은 분석이 나왔지만 이 얘기만큼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 두면(B1, B4)에 걸쳐 김 당선인 인터뷰를 실었다. 김 당선인은 어려서 고아였고 방직공장 노동자를 거쳐 초밥집을 운영하다 뒤늦게 야간대학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이후 아동과 여성을 돕기 위해 국선 변호를 맡았고 결혼하지 않았지만 아이 셋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흙수저였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사는 성공한 인물이다. 이는 진영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삶이다. 조선일보는 “통합당은 열심히 사는 사람을 위한 당이 아니라 가진 사람, 있는 계층을 위한 ‘기득권 정당’으로 각인됐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 당선인은 당과 진영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현재로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현 여당의 위선’도 언급했다. 사설에서 “김 당선인은 ‘왜 민주당 아닌 통합당에 가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 고통스러웠지만 통합당 강령을 읽어보니 자신과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며 “김 당선인은 진보 좌파의 위선이 싫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조국씨 (전 법무장관) 등 많은 진보진영 인사가 말로만 ‘정의’ ‘민주’ ‘인권’ ‘여성’을 독점하면서 행동으로는 편법과 반칙을 휘두르는 ‘내로남불’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했다. 소위 ‘보수진영’이 선점하지 못한 가치들이자 이제라도 김 당선인을 통해 보수진영이 우위를 드러내야 하는 가치들이다. 

▲ 27일 조선일보 사설
▲ 27일 조선일보 사설

 

김 당선인은 “20대는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 내 삶을 얘기하니 10명 중 9명은 공감했다”며 “좀 더 열심히 이들을 만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통합당이 젊은 층의 마음을 얻는 길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김종인 위원장의 주장과도 닿아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 김 위원장 인터뷰를 1면 톱과 5면에 실었다. 그는 “가급적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지난 2017년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단절’ ‘세대교체’ 등을 말했다. 통합당 내 중진들이 김 위원장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아일보도 27일 사설 “비대위 출범 앞두고 자기 우물에 침 뱉는 통합당 중진들”에서 “궤멸적 패배를 딛고 환골탈태해야 하는 지금 다른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보수야당의 진정한 새 출발을 바라는 국민을 또 한번 배신하는 행위”라며 “존폐의 갈림길에 선 통합당은 지금 당권과 당내 이익을 염두에 두고 서로 다툴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인 김석호 서울대 교수는 이날 “다시 시작하지 마라”는 칼럼에서 통합당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총선 다음날인 지난 16일 통합당이 내건 현수막 “다시 시작하겠습니다”와 지난 지방선거 패배 후 자유한국당이 내건 현수막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를 언급하며 김 교수는 “2년 가까이 지났지만 계속 퇴보한다”며 “마음 좋은 유권자는 숨통을 끊는 대신 숨 쉴 공간을 남겨주길 반복하지만 이제 그 선의도 의미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김종인 위원장의 당 재건에도 회의적이었다. 그는 “‘1970년대생 경제통’을 대선 후보로 만들겠단다. 이 정도 문제의식으로 여러번 졉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보수정당을 올곧게 펼쳐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나이가 많아서, 경제를 몰라서 외면당하는 게 아니다. 유권자에게 경제적으로 조금 더 잘살 수 있겠다는 기대를 주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낡았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5일자 정치면
▲ 조선일보 25일자 정치면

 

김 교수는 “듣는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군림하느라 만나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빌기라도 해서 함께 토론할 자리를 만들어라”라며 “보수정당은 국회로 찾아오는 절박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좌지우지할 권한으로 세상을 움직인다고 착각하면서 여의도에서만 이기려는 이익단체가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엿보인다. 한겨레는 사설 “재난지원금 심사, 통합당 더는 ‘발목 잡기’ 말아야”에서 정부여당이 지난 26일 통합당 요구를 받아 국채 발행 대신 세출 조정으로 지방정부 추가 부담금 1조원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지난 16일 추경을 제출한지 10일이 넘었다며 “‘긴급’이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총선 전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자고 먼저 제안했던 통합당은 총선이 끝나자 ‘전국민 지급’에 반대한다며 약속을 뒤집었고, 말바꾸기 비판 여론이 거세자 다시 정부와 여당간 이견을 반대이유로 들고 나왔다”며 “정부와 여당이 합의하자 이번엔 ‘적자 국채를 동원하면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했다. 

▲ 27일 경향신문 만평
▲ 27일 경향신문 만평

 

이 와중에 김재원 예결특위 위원장은 자신이 총선에서 떨어진 것을 두고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지 생계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이에 한겨레는 “이게 변호사로 돌아갈 사람이 할 소리인가”라며 “망언”이라고 비판한 뒤 “코로나발 경제 충격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겨레 1면을 보면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도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재난소득 효과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1%가 재난소득 지급 이후 전월 매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3%는 경기도 재난소득 지급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거라고 내다봤다. 경기도가 쓴 돈은 1조4000억원이다. 한겨레는 “재난지원금은 ‘빚잔치(김재원)’가 아니라 ‘생명줄’”이라며 “통합당은 더는 발목잡기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27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바다에도 김용균이 있다”
국민일보 “원장이 원생 삽으로 내리찍어…형제복지원장실 피 범벅된 날도”
동아일보 “세계車업계 실적 쇼크 연쇄 고용대란 비상등”
서울신문 “아직 안 끝났다, 앞으로 9일이 고비”
세계일보 “코로나 ‘영웅들의 힘’ 종식까지 이어가자”
조선일보 “낮엔 태권도 관장, 밤엔 택배 알바 오늘도 버틴다”
중앙일보 “2m가 준 자유”
한겨레 “‘예약 0건’ 여행업 초토화…가이드·기사부터 덮쳤다”
한국일보 “김정은 ‘코로나 파천’…석달째 평양 떠나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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