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2%의 투표율. 전체 의석 5분의 3을 차지한 거대 여당의 탄생. 기대한 이들은 있었으나 예상한 이들은 없었다. 여론조사의 예측도, 출구조사의 예측도 뛰어 넘었다. 180석이라는 여당의 의석수는 진보정당의 입지를 더욱 좁혔고, 보수야당에게는 누구를 대의하는지 자문해야 할 처지로 만들었다. 

대통령 탄핵 위기라거나 정권 심판과 같은 오래된 구호는 코로나19로 닥친 불안의 정서를 전혀 담지 못했다. 위성정당을 둘러싼 논쟁과 후보자의 막말로 점철된 그들만의 정치는 오직 여론조사의 시뮬라시옹에 메몰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래한 거대 여당의 탄생은 숱한 해석과 전망을 낳는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4월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걸 더불어시민당 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4월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걸 더불어시민당 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숫자와 비율로만 계산되는 투표 결과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번 총선처럼 예외적인 정치지형의 형성은 더욱 그렇다. 정당투표를 포함하여 시민이 2912만 표 중 여당에 1747만 표를 주었다는 것을 일방적 지지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 1747만 표라는 숫자는 통합당에 대한 경고, 진보정당에 대한 실망, 코로나19 상황에서 바라는 안정의 요구 등 복잡한 감정과 정서를 나타내지 못한다. 1747만 표를 곧바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는 것은 벤야민이 말했던 두 개의 죽은 언어 사이 생명력 없는 등식을 놓는 꼴 밖에 안 된다. 정치의 언어와 삶의 언어는 결코 등치될 수 없다. 

세월호 유가족 한 분은 이번 결과를 두고 지난 6년을 돌아보았다. 의원 수가 적어서 어려웠다는, 집권당이 아니어서 힘들었다는, 통합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서 진상 규명을 못했다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민주당에 표를 주었다고 한다. 시민들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참정권을 행사했고, 그 이유는 지지가 아니라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민주당은 이제는 누구의 탓으로 돌릴 것인가.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획득했다는 섣부른 판단으로 ‘국론의 분열’을 내세울텐가.

책임을 느껴야 하는 이들은 민주당뿐이 아니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한 이들은 바로 언론이다. 보수와 진보로 구분지은 거대 양당 체제에 각자의 정체성을 투영하여 상대에게 감시와 비판의 활시위를 당겼던 이들은 이제 누구를 향할 것인가. 보수언론이 민주당 문제를 지적하고, 진보언론이 통합당 문제를 분석하는 것만이 ‘비판’일 수는 없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면 진보이고, 경제 안정을 요구하면 보수라는 낡은 등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유튜브 정치에 매몰되어 허상을 쫓았던 통합당의 참패는 언론에게 독자란 누구인가를 다시 묻게 하는 반면교사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정파적 저널리즘을 정당화했던 언론에게 이번 총선 결과는 자신은 어떤 진보인지, 어떤 보수인지를 명확히 해야 할 과제를 던졌다. 거대 여당을 향한 저널리즘은 언론사 각자의 가치 지향에 따른 감시와 비판으로 차별화될 것인지, 아니면 구체제의 정치 저널리즘을 고수하며 무지한 독자를 탓할 것인지의 기로에 섰다. 무거운 책임감은 결코 민주당만의 몫이 아니다. 이제 한국 언론, 특히 자칭 ‘진보 언론’이 거리를 둘 곳은 정부여당이라는 취재원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지난 2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두 곳의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한국의 언론개혁은 단호한 결정을 감행하는 규제기관의 의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령 재승인이 거부되었다 해도 조선과 동아는 이전과 결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종편 두 곳의 생명을 연장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게, 그리고 다른 언론사에게 묻고 싶다. 2020년 총선 이후, 우리의 저널리즘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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