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을 감시하던 매서운 눈이 유튜브로 향했다. 언론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총선미디어감시연대는 21대 총선을 맞아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모니터했다. “한국보다 홍콩의 코로나19 검사가 더 싸고 우수하다?”는 가로세로연구소의 왜곡된 정보를 지적하고, 청년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고성국TV,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조주빈의 정치적 성향을 강조하는 펜앤드마이크TV와 신의한수를 비판했다. 보수 유튜버들의 혐오 표현을 ‘기록’하기도 했다. 

모니터 업무 전반을 맡은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팀장은 “‘가짜뉴스’ 규제와 달리 소수자,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에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유튜브 채널에서 나온 극단적 주장이나 막말을 일부 기성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따옴표 저널리즘도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이 팀장을 만났다.

- 유튜브 모니터를 시작한 이유는.
“민언련이 그동안 신문방송 중심으로 모니터를 해왔는데, 유튜브도 모니터해야 한다는 회원들과 시민들의 요구가 많았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치르는 첫 선거이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 살펴보니 무관심으로 일관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했다.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 총선 기간 유튜브 모니터 총평을 한다면.
“양적인 면이나 내용적인 면이나 상상을 초월했다. 정치시사 유튜브채널 구독자수 상위 10곳을 우선 모니터했는데 딴지방송국,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채널 외의 8곳이 흔히 말하는 보수 유튜버였다. 구독자 규모도 상당히 컸다. 유튜브의 ‘랭킹’이라고 할 수 있는 인기 영상 탭에도 매일 정치시사 콘텐츠가 2~3개씩 올라오더라. 민언련이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팀장.사진=금준경 기자.
▲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팀장.사진=금준경 기자.

 

- 주로 어떤 담론들이 나왔나.
“이번 선거는 독특하게도 선거 이슈가 없는 선거였다. 보수 유튜브 콘텐츠의 큰 비중이 코로나19에 집중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확인된 보수 유튜브의 강력한 특징 중 하나가 선거와 연결짓기 어려운 온갖 이슈를 다 끌어와서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한다는 사실이다.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조차도 총선과 연관 지은 대목이다. 조주빈의 정치 성향을 강조하거나 n번방 피해자 대책을 총선용 전략이라고 하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조심스러워하는 내용인데, 너무 태연하게 얘기하더라.” 

- 종편과 유튜브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사람이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종편의 용사들이 여기에 다 와 계시더라. 배승희 변호사, 민영삼, 고성국, 이봉규 등 평론가 대부분이 종편 패널 출신이다.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김광일 앵커도 종편 진행자 출신이다. 사실 차명진은 과거에도 종편에 출연해 사회적 약자를 모욕하고 왜곡된 주장을 했다. 다른 분들도 소수자와 약자를 고통스럽게 한 발언 때문에 퇴출된 경우가 있는데 유튜브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 분들이 방송에 출연하면 방송심의를 받는데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는 점은 차이다. 드러내놓고 미래통합당 지지 발언을 하거나 욕설을 한다는 차이도 있다.”

- 선거기간 보수 유튜브 채널은 어떻게 이슈를 증폭시켰나.
“‘티키타카’라고 해야 하나. 중국의 조직적 여론조작설(차이나 게이트)을 예로 들면 커뮤니티에서 처음 나온 이슈인데 유튜브에서 확대 재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더 풍부해져서 2016년 촛불집회 때부터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어 일부 기성 언론사들이 이 이슈를 받아썼고, 미래통합당은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법안을 준비했다. 보수 유튜브 채널과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정보가 기성 매체로 건너가 확대 재생산되고, 정치권에서 체계적인 검증 없이 이를 받아서 공세를 했다.”

- 차명진 후보의 막말도 유튜브에서 먼저 나왔다.
“지금도 문제가 있다. 다수의 기성 언론사들은 그의 발언을 막말이라고 보도했는데 보수 유튜버 일부는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유가족이 고발하겠다고 한 후 콘텐츠 몇 개가 내려갔다. 차이나 게이트 때처럼 확산될까봐 걱정하면서 주시하고 있다.”

▲ '가로세로연구소' 화면 갈무리.
▲ '가로세로연구소' 화면 갈무리.

 

▲ 지난 3월24일 n번방 사건 본질과 관련 없는 피의자 정치성향 거론한 ‘펜앤드마이크TV’
▲ 지난 3월24일 n번방 사건 본질과 관련 없는 피의자 정치성향 거론한 ‘펜앤드마이크TV’

-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채널 모니터가 많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허위조작정보라고 말할 수 있는 내용,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모욕적 정보가 많았다. 이 채널은 아침에 라디오 방송과 유사한 콘텐츠를 방송한다. 나름의 근거를 갖추고 형식도 뉴스와 유사해 더 위험하다고 느꼈다. 언뜻 보면 굉장히 잘 만들어진 뉴스처럼 보인다.”

- 언론이 유튜버들의 주장을 받아쓰는 문제는 어떻게 보나.
“따옴표 저널리즘을 지적하면 정치인의 막말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을 주는 기자분들이 있다.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면 대신 차명진 막말의 경우 제목에 그 발언만 넣지 말고 ‘막말’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소위 극우 유튜브 채널의 주장이나 발언을 받아쓰는 매체는 정해져 있다. 받더라도 어떤 의미인지 따지고, 맥락을 넣어야 한다.”

- 모니터 이후 어떤 대응을 할 계획인가.
“민언련은 시민단체 중에서도 비교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민언련의 입장도 약하다고 본다. 최소한 혐오표현만이라도 규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나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 등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은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로 규정해 심의할 수 있어야 한다.”

- 규제 외의 다른 방법은 없을까.
“사회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려면 기성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성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하면 자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각 매체에 팩트체크팀이 있다. 우리 선에서 하지 못한 팩트체크가 있어서 각 언론사 팩트체크팀에 팩트체크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계속 보내니 YTN, 아시아경제, 뉴스톱 등에서 응답해줬다. 이런 식의 협업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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