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1번에 공천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에 독립운동가 후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 전 관장은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다.

미래한국당은 23일 비례순번 21번이었던 윤주경 전 관장을 1번으로 수정 발표했다. 이를 본 독립운동 단체의 인사는 선친에 배반하는 길을 가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주경 전 관장의 미래한국당 비례공천행을 두고 “누구나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미래한국당은 멀리 가지 않더라도 현재 정당(미래통합당)이 집권했을 때 친일을 미화하는 역사교과서를 만들려고 했던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심지어 최근까지도 올해 예산에서 자라는 세대의 독립정신을 고양하는 시책의 예산을 깎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독립운동가 김근수, 전월선의 장남이다.

미래한국당의 강령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이 미래세대에도 지속발전이 가능하도록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시장경제 원칙을 바탕으로 ~”라고 기재돼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있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 부분과 4·19 민주이념 부분을 뺐다. 당의 정신에서 항일과 민주를 배제했다.

더구나 미래한국당의 모 정당인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혁신선언문에 대한민국 건국일을 1948년 8월15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정당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군부 쿠데타 세력이자 친일 군벌이 장악한 공화당과 민정당이 나온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를 두고 “이 정당에서 공천을 받은 사람 상당수가 과거 친일 교과서에 찬동했고, 건국절을 제정하려고 하면서 독립운동 정신을 지웠다”며 “적어도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그런 정당에 몸을 담겠다면 그런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그런 말도 없이 그냥 들어가서 공천을 받는다면 그것이 윤봉길 의사의 정신과 맞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선친이 했던 의거에 배반의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미래한국당의 강령 역시 헌법적 가치를 외면한다면서 윤주경씨가 들어가서 이를 바로잡고 헌법에 명시된 가치를 되살리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친일의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는 노선을 부수겠다는 의식을 갖고 당의 국회의원으로 참여한다면 용기라고 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노리개나 장식품으로 들어가는 것에 불과할 수 있고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황교안 구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10번째 영입인재인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구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10번째 영입인재인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웅 회장 역시 과거 공화당에 공채로 당직자가 됐다가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한 일이 있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은 어린 시절 생계형으로 그 정당에 들어갔으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치를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제정구 등과 함께 꼬마민주당을 창당했을 때부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신한국당과 통합해 한나라당이 됐으나 국회의원이 된 후 이회창 총재와 노선 갈등을 빚다가 탈당해 개혁당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 강제징용법안,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발의하고, 6·15공동선언 찬성을 주장해 당론과 배치되는 입장에 있다가 결국 당을 나왔다. 하지만 1960~70년대 공화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것을 두고 김 회장은 “그것은 사실”이라며 “공채로 그 사무실에서 당직을 한 것을 원죄이자 평생의 업으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 회장은 “그것이 잘못된 결정이었고, 당시 역사의식이 투철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이후 역사의 진실을 알면서 이게 아니구나라고 깨닫고 40대초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더 충실하게 원칙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반성의 변을 밝혔다.

김 회장은 “언젠가 윤주경 전 관장에게도 이런 얘기를 개인적으로 해주려 생각하고 있었는데, 못하던 이번에 이런 결정(미래한국당 비례 공천)을 보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김 회장은 우리 역사에서 독립운동이라는 것이 특정한 가문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가슴에 담긴 혼과 같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 후손들이 신중한 행보를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 전 관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 회장의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그분 생각은 존중한다”며 “독립운동은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인데,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반박하고 대립각 세우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모든 독립운동가들을 존경하고 존중하며 (그 후손들의 생각과) 괴리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

다만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친일인사들이 장악한 정치집단을 계승한 정당에 몸을 담는 것이 온당하느냐는 질의에 윤 전 관장은 분명한 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문자메시지로도 이 같은 질의를 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해 6월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해 6월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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