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계 인사들이 ‘언론개혁’ 적임자를 자처하며 범여권 비례대표용 정당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으로 불리는 ‘더불어시민당’에선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이 출마한다. 민주당에서 공천받지 못한 정봉주 전 의원이 손혜원 전 의원과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은 한겨레 기자 출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사를 지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공천했다.

세명의 후보들은 모두 당선이 유력한 앞 순번을 받았다. 열린민주당은 최강욱 전 비서관을 남성 후보 중 맨 앞인 2번에 배정했다. 김의겸 전 대변인은 4번을 받았다. 열린민주당 비례순번은 지난 22~23일 일반시민과 당원투표로 정해져 24일 전당원 찬반투표가 진행 중이다.

더시민의 경우 첫 명단에 빠졌던 정필모 전 부사장을 재심으로 구제해 8번 후보로 확정했다. 23일 공천관리위원회의 최초 발표 당시 후보로 올랐던 이창현 전 KBS 이사(국민대 교수, KBS시청자위원장)는 순위승계 예비자로 남았다. 

▲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4번을 받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유튜브 '손혜원TV' 갈무리
▲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4번을 받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유튜브 '손혜원TV' 갈무리

앞서 민주당 군산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자진사퇴한 김 전 대변인은 이번 비례 출마 이유로 “언론개혁”을 꼽았다. 그는 열린민주당 후보 인터뷰에서 “27~28년 (한겨레) 기자생활을 해왔고 2016년도 촛불에 나름 일익을 담당했다. 처음 ‘최순실’ 이름을 한겨레 1면에 내보내 40여일 동안 1면으로 최순실과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독일에서의 승마 등 여러 문제를 줄기차게 보도했고 그게 40여일 뒤에 JTBC 태블릿PC 보도로 폭발하면서 촛불이 본격적으로 타올랐다”며 “이후 청와대 대변인을 하며 ‘조중동’ 중심 보수언론이 문재인 대통령과 개혁정책에 번번이 발목을 잡고,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왜곡하는 걸 보고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민감한 문제여서 아직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말씀드리기는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지금 몇몇 보수 언론의 경우 몇몇 가문들이 독점적이고 집중적으로 소유규조를 행사하는 점이 가장 근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언론사의 소유구조도 보다 더 민주화되고 다변화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언론사 수익구조가 거의 90% 이상 재벌들의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도 다변화되고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도 보다 더 강도 높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징벌적손해배상제도 같은 것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유튜브 '손혜원TV' 갈무리
▲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유튜브 '손혜원TV' 갈무리

언론인 출신은 아니지만 방문진 이사를 지냈던 최 전 비서관도 작금의 언론에 비판을 쏟았다. 그는 본인을 소개하며 “방문진 이사 6년을 했는데 MBC가 공영방송 암흑기에 있을 때 김재철·김장겸 전 사장을 해임하면서 언론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력은 민주화되고 촛불시민 명령을 새기면서 (새롭게) 만들어보고자 한다. 이제 소멸해버린 군부의 권력자들이 갖고 있었던 ‘하나회’라는 핵심집단이 검찰 내에 비슷한 형태로 또아리를 틀고, 하나회에 필적하는 특정 세력이 언론과 서로 정보 관계를 주고받으면서 어떤 일을 만들어가는 걸 청와대에서 안타깝게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 사례로 손 의원의 민주당 탈당 계기였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맹비난했다. 최 전 비서관은 “최초로 극명하게 문제의식을 가진 게 SBS가 했던 목포 도심사업 관련 보도다. 그 기사를 전 매체가 쏟아내고 소위 ‘사냥’을 했는데, 이것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나 지명을 거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증폭됐고 구시대적 행태를 시민에게 각인시켰다고 생각한다. 주권자의 준엄한 명령이 뭔지 각인·입증시켜서 구시대는 더 이상 이 시대에 발 붙일 수 없다는 걸 확실히 매듭 짓는 게 이번 선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사진=미디어오늘
▲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사진=미디어오늘

더시민의 유일한 언론계 후보인 정 전 부사장은 미디어오늘에 “미디어 관련 제도·법이 20년 전 체제에 머물러 있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안 맞는 옷을 고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공적 영역이어야 할 언론이 지나친 시장·산업논리로 훼손되고 있어 개선할 수 있는 제도와 법적 틀을 보완해야 한다.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고. 방송통신융합시대·4차산업혁명 시대에 방송·통신 융합을 통한 모바일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언론 발전 뿐 아니라 미디어산업발전이 실현되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경제 기자를 오래 했고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에 대해 ‘달러의 역설’이라는 책도 썼다. 나름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살려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과 관련해선 “왜곡 보도로 단정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선정성과 소위 ‘디스인포메이션’, 특정 팩트만을 발췌해 의도를 갖고 부풀린 보도들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여론 형성이나 국민 의사결정에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분명 있다. 바로 잡아야 한다”며 “언론이 자유가 있기 때문에 강제화된 수단보다는 그런 풍토를 조성하게끔 제도와 법으로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월 임기 종료 직후 정치권으로 향했다는 비판에는 “충분히 이해한다. 지적을 받아들여서 언론개혁이라는 소명을 달성할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해당 인사들 공천을 두고 “각 후보들이 뉴미디어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전문성으로 (국회에) 들어간다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몸 담았던 제도언론이나 공영언론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 진출’이라는 행위 자체로 공영언론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무너뜨릴 수 있는데 이걸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언론개혁이 무엇인지 그 선택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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