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이 이사회 폐업 결의에 이어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경기방송 경영지원국은 “회사는 이사회의 폐업결의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에 앞서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해줄 수 있는 선의의 조치라는 판단에서 지난 2012년 4월에 이어 제2차 희망(명예)퇴직자를 모집하고자 한다”고 공고했다. 공고문은 4층 보도국 엘리베이터 문 벽면에 붙었다.

특히 경기방송 경영지원국은 “희망퇴직을 신청하여 퇴사한 직원의 경우 향후 주주총회에서 폐업이 부결됐을 경우, 회사 사정을 고려하여 우선적으로 재고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경기방송 이사회가 폐업을 결의하긴 했지만 주주총회에서 폐업 안건 부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희망퇴직을 권고한 것은 이사회의 폐업 결의가 완고하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동시에 폐업에 반대하는 구성원들을 분열시킬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방송 경영지원국이 희망퇴직 권고문을 붙인 시점을 보더라도 ‘구성원 분열책’이라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6일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 지부는 처음으로 이사회 폐업 결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경기방송 지부는 수원 영통 경기방송 사옥 앞 기자회견을 예고했는데 경기방송 경영지원국의 희망퇴직 권고문이 붙은 것이다.

기자회견엔 경기방송 지부 조합원 뿐 아니라 경기방송 기자협회지회, PD협회, 기술 등 모든 직군의 직원들이 참석해 이사회 폐업 결의를 규탄했다.

이들은 “경기방송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선 요구는 무시하고, 건강한 방송을 위해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자는 노조의 제안도 계속 거절했다”며 “이사회의 일방적인 방송허가권 반납, 지상파 방송사업 폐업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부 정치세력의 언론탄압 때문에 폐업을 결정했다는 이준호 경영지원국장의 입장문에 대해선 “마치 소설을 쓰듯 적반하장식 남 탓으로만 일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방송이 2010년, 2013년, 2016년, 2019년 모두 4차례 방통위 재허가 심사에서 문제를 제기받았고, 경영권 실질적 지배자 변경 승인 절차 위반 등 경영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기도 의회의 광고 중단 압박, 노조의 개입 등과 같은 이유로 상황이 어려워져 폐업을 결의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얘기다.

▲ 6일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 지부 주최로 경기방송 이사회 폐업 결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엔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최미근 경기방송PD협회장, 오인환 한국기자협회 경기방송지회장, 장주영 경기방송 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 6일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 지부 주최로 경기방송 이사회 폐업 결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엔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최미근 경기방송PD협회장, 오인환 한국기자협회 경기방송지회장, 장주영 경기방송 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경기방송 구성원들은 16일 주주총회에서 폐업 결의 안건 통과 여부가 경기방송 미래를 결정하겠지만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고용승계가 보장되고 방송은 계속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도민을 위한 공적방송보다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영진과 대주주”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도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연말 심사 기준에 미달된 경기방송의 재허가 조치를 내리면서 △대표이사 책임경영을 위한 정관 개정 및 공개채용 등 대표이사 선임 절차 마련하고 △재허가 이후 3개월 이내 주요 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아닌 사람을 독립적 사내이사로 위촉하고 △새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3개월 내 경영투명성 제고 및 편성 독립성 강화하기 위한 경영개선 계획 제출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주주총회에서 폐업 결의 안건이 부결될 경우 외부로는 방통위, 내부로는 경기방송 구성원들의 경영진 투명성 강화 요구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코로나19감염증 확산으로 한발 비껴가 있지만 경기도의회도 경기방송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영주 의원(경기도 경제노동위원회위원)은 “내부적으로 건설사를 대주주로 내세우고 경영은 뒤에 숨어서 하는 경영 불투명성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에 폐업 결의를 한 게 어떤 숨겨진 목적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보기 위해 경영실적 자료, 공공영역에서 경기방송으로 흘러간 돈의 명목 등 자료를 요청해 분석하고 최악의 경우 방송허가권 반납이 최종 결정될 경우 지속가능한 방송시스템을 확보하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방송 경영진은 일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경기방송 구성원은 직종 대표자로 꾸려진 협의체를 만들어 경영진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오히려 폐업 결정 입장문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한편, 현준호 전 총괄본부장의 일본제품불매운동 비하 발언을 폭로하고 경영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다 해고된 노광준 PD와 윤종화 기자에 대한 지방노동위원회 심문이 9일 열린다. 경기방송 사측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두 사람의 폭로로 인해 36억 원의 광고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경영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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