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이 이사회의 폐업 결정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방송 이사회가 방송허가권을 반납하고 지상파방송사업을 폐업하기로 결의해 미래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노사를 뛰어넘어 구성원 대표들이 참여하는 기구에서 해결책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다. 복수의 경기방송 구성원에 따르면 협의회는 제작국과 경영지원팀, 보도국, 언론노조 경기방송 분회 구성원 대표가 참여했다.

경기방송 이준호 이사는 지난 27일 이사회의 폐업 결정 이유에 외부세력의 정치적 언론탄압 탓이라고 주장했고, 노사 갈등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협의회 구성은 노사 정면 갈등을 피하면서 주주들을 설득하려는 자구책인 셈이지만 구성원 면면을 봤을 때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경영지원팀 소속으로 협의회에 참여하는 인원은 현준호 전 총괄본부장의 측근으로 통한다. 당장 3월16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온 이사회 폐업 결의건을 부결시키기 위해선 폐업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고,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협의회가 단일한 타협안을 내놓을지 미지수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유례가 없는 방송허가권 반납 사태에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뽀족한 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주주총회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곧바로 방송을 중단하는 것은 청취자 보호에 어긋나기에 폐업 결정 이후 상당기간 경기방송이 주파수를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경기방송 주파수를 받기 위해 사업자들 경쟁도 치열할 수 있는데 방송 직군 인력의 고용승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 경기방송 로고.
▲ 경기방송 로고.

방송법상 자진반납 결의와 주주총회 결정을 되돌릴 방법이 없기에 지금부터라도 경기방송과 방통위가 긴밀하게 협의해 청취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 주주총회 결정 이후 후속 사업자를 공모하는 방법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방송 소액주주의 경우 방송 문을 닫는 결정이 나오면 가진 주식이 휴지가 되는 셈이라 주주총회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경기방송 폐업에 청취자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7년 경기방송 개국당시 편성과 제작 업무를 담당했던 백승엽씨는 경기방송 이사회의 일방 폐업을 좌시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해 방통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백씨는 탄원서에서 “현재 사옥이 자리한 부지를 공익사업 기관이라는 이유로 주변 시세의 절반은커녕 1/3도 안되는 평당 200만원대의 가격으로 획득했고, 송신소가 자리한 광교산 정상부분도 개발이 불가능한 그린벨트 지역임에도 공익시설이라는 이유로 건축이 이뤄졌다”며 “경기남부 지역의 난청을 해소하려고 설립된 것이 경기방송이다. 그럼에도 폐업하고 사업을 접겠다는 것은 지역민의 방송 청취 권리는 알바가 아니라는 먹튀와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백씨는 폐업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폐업이 결정되면 증식된 자산을 회수하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공모해 새로운 경기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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